노봉방 내부 모습과 노봉방주 탄생
2006년 11월 26일 일요일 맑음
그가 아침 먹고 9시 30분에 식육점에서 말벌집을 찾아왔다. 안방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벗기자마자 거미 한 마리가 벌벌 기어 나왔다. 2mm도 채 안되는 조그만 거미는 춥지도 않았는가? 영하 19도나 되는 냉동고인데? 그럼 벌도 얼지 않은 것이 아닐까?
모습 드러낸 12시간 냉동고에 보관되었던 노봉방
그러나 어제 보초 서던 벌은 출입구에서 조금 벗어나 꽁꽁 얼어 있었다.
그가 벌집을 들고 아래위로 흔드니 안 속에서 ‘드그럭’ 소리가 났다. 둘이 서로 벌집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구경하다가 드디어 그가 마음 놓고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
해체되는 노봉방 모습
겉껍질을 벗겨내자 얼어 있던 벌과 애벌레들이 벌집 아래로 우수수 떨어졌다. 떨어진 벌들을 젓가락으로 집어내었다. 말벌은 90여 마리, 얼어서 자기 보금자리에서 이탈한 애벌레는 수도 없었다. 긴 나무젓가락으로 벌을 한 마리 한 마리 집어서 플라스틱 통에 담아 놓으며, 벌집을 구경했다. 어떻게 방 하나하나를 육각형으로 저렇게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지어 놓았을까? 어떻게 가운데를 가장 크게 지을 수 있었으며, 위층과 아래층을 구분하여 크기를 달리 할 수 있었을까?
동결된 말벌과 애벌레
벌집 내부를 감탄하며 관찰하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벌을 담아 옆으로 밀어 놓은 통 속을 들여다보았다. 아니? 꽁꽁 얼어 돌처럼 단단하였던 벌들인데, 바로 그 벌들이 통속에서 스멀스멀 기더니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한 놈은 날갯짓을 하더니 통에서 막 날아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젓가락으로 그 녀석을 얼른 집었다. 그리고 플라스틱 뚜껑을 재빨리 닫았다.
통을 흔들어 재빨리 장식유리병 속에 쏟아 붓고 술을 부었다. 술에 빠진 벌들이 술 속에서 헤엄을 치는 것이었다. 얼었던 애벌레들도 서서히 깨어나서 꿈지럭거리고 있었다. 하얀 막으로 봉해진 방 하나하나에서 더듬이가 들락날락거리고, 단단한 턱을 가진 입으로 벌집을 뚫고 나오는 벌들도 있었다.
막을 뚫고 나오려는 봉자
그와 나는 하얀 막을 막 뚫고 깨어 나오는 벌들을 나무젓가락으로 잡아서 병 속에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영하 19도를 견디기 위해 하룻밤을 동면했다가 안방이 따뜻하니 깨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생명력이라니……. 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내부가 8단인 대형 노봉방 - 무게 2.2kg, 지름 19인치(48Cm), 길이 28인치(71Cm).
초대형 노봉방임에 틀림없다. 그와 나는 난생 처음 만난 정말 엄청난 벌집을 벌들에게 전혀 공격당하지 않고 너무나 쉽게 딴 것이다. (한달여 치밀하게 장비를 준비한 그의 집념과 나의 단순무식, 무모함과 무지함이 더해진 용기의 결과?) 그렇게 준비한 장비는 거의 쓸모가 없었다. 기껏 톱, 밧줄 정도?
그가 칼로 8단으로 된 벌집을 조심조심 썰어서 어제 사온 병에 무사히 담고 술을 부었다. 앞으로 몇 년 뒤에 개봉하면 정말 몸에 좋은 약술이 될까? 기대할 일만 남았다.
'히구~ 말벌에 쏘이면 죽을까보아, 노심초사하던 그의 모습이라니……. 그의 그런 모습들, 옷을 덕지덕지 입었던 그 모습을 생각만 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엔돌핀이 솟아나니, 노봉방 딴 것보다 더 귀한 약재(?)를 얻었음에 두고 두고 감사할 일이다. 아무튼 벌들에게는 진심으로 애도하는 바이다. 벌들아, 정말 미안해. 참, 술이 모자라서 30% 소주 5L 2개 더 사와서 보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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