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3 금 비
오후, 책상에 앉아 정신없이 업무에 빠지고 있는 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저 알아보시겠어요?"
"어머? 가영이 어머니, 맞아요? 너무 날씬해져서 잘 몰라보겠습니다."
1996년도 1학년때의 김가영 어머니가 학교로 찾아오셨다. 가영이 아버지가 회사에서 아들의 졸업 소식을 신문에서 보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늘 나를 기억해 주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
13년전, 그 얌전하고 말이 없던 귀염둥이 김가영이가 재수하여 올해 홍대 미대에 들어갔다는 소식, 유치원 다니던 가영이 동생, 아영이는 경남외고에 다니고, 가영이 1학년때 낳은 아들은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단다.
아이를 낳고 비만으로 고생하셨던 가영이 어머니는 몇 년전부터 등산을 하며 아픈 것도 나았을뿐만 아니라 몸까지 날씬하게 변신하셨으니, 내가 다 건강해진 듯 기뻤다. 바쁜 업무를 제쳐두고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 받으며 한 시간 정도 이야기 나누고 교실을 떠나셨다. 가영이 아버지께서 사서 보내주신 심비디움의 향기를 맡으며 13년전, 젊은 시절의 나를 회상해 본다. 언제까지나 내 머리 속에는 초등학교 1학년인 가영이 모습을 함께 떠올리며...
가영이 어머니가 전해 준 말 한 마디가 나에게 더욱 힘을 준다.
"가영이 담임 중 다른 선생님은 다 잊어버려도 선생님은 결코 잊을 수 없어요."
그 당시 더 열심히 가르쳤을 걸, 하는 후회와 함께 부끄럽기만 하다. 이런 분들이 있어 힘든 교직 생활에 발목이 잡힌 것인가? 교직을 떠나는 그 날까지 더욱 열심히, 성실히 근무하리라 다짐하며, 신비디움처럼 가영이네 가정에도 늘 꽃향기가 함께 하길 기도드리며...
'식물 탐사 Plant Exploration > 난蘭 식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꽃 긴니아남 (0) | 2009.03.23 |
---|---|
무성한 잎 속에 숨어 핀 한란 (0) | 2009.03.17 |
연두색꽃 대명보세 한란 (0) | 2009.03.03 |
한란 감상 (0) | 2009.02.22 |
대명보세가 보내주는 분향기 (0) | 2009.02.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