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모종 심기 다시 도전하다.
지난 해 양파를 난생 처음 심어보았습니다. 겨우내 1/3은 얼어 죽고 봄이 되어 살아 난 양파는 봄가뭄에 다시 절반이 말라 죽었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기 전에 잎이 다 말라버려서 양파를 하나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아니 여름에 배추를 심는다고 밭을 뒤집으니, 아기 주먹만한 양파 네 개가 흙 속에서 나왔습니다.
한 밭 심어서 네 개 수확이라니, 그것도 수확 시기도 훨씬 지나 어부지리로 딸려나온 것이라니...
양파 네 개, 어떻게 했느냐구요? 잊어버리고 그냥 밭에 두었다가 썩어서 거름이 되었습니다.
처음 심은 양파 점수는 완전히 꽝이 되어버렸습니다.
양파를 재도전하여 심고보니, 날짜를 맞추지 않았는데도 지난 해 심었을 때와 꼭같은 날이었습니다.
2009년 11월 8일 일요일, 종일 비
그것도 다 늦은 저녁에 비옷을 입고 심었습니다. 가로등이 있어서 가로등 불빛 아래 양파 모종을 하나 하나 심었습니다. 비닐은 감자 심으려고 산 것이 남아서 그것으로 땅을 덮었습니다. 東이 궁시렁거리며 울퉁불퉁 제 멋대로 된 고랑을 세 개 만들어 비닐을 덮어주었습니다.
東이 궁시렁거린 내용은
"여기는 추워서 양파가 안 되는 지역인데, 한번 실패하면 됐지, 뭐할라고 또 심어 본다고..."
꼭 심어 보고 싶은 나는 이렇게 대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튤립도 겨우내 견뎌내고 꽃이 잘만 피더만, 양파도 알뿌리인데, 제대로 심으면 되지."
심기 전에 인터넷 검색으로 양파 심는 법을 찾아 보았습니다. 양파 간격을 약 10-15Cm 정도로 하고 숟가락으로 구멍을 뚫어서 심으라고 했습니다. 또 양파는 벼처럼 물을 좋아하는 작물이므로 봄에 가뭄이 잘 타지 않도록 관리를 해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 물론 심고 나서 뿌리 활착이 잘 되도록 물을 주라고 했습니다.
다행인지 안다행인지 비 오는 날 양파를 심었으니, 물 줄 걱정은 덜었습니다. 캄캄한 밤에 가로등 불빛 아래 비옷을 입고 일하는 내 모습을 누구도 안본 것이 참 다행입니다.
숟가락으로 땅을 파고 양파 모종 하나를 집어 넣은 후 숟가락으로 흙을 떠서 구멍을 메웠습니다.
숟가락으로 양파 모종 160개를 심었습니다. 내년에는 과연 올바른 양파가 몇 개가 생산될 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일주일이 된 오늘 보니 가장자리 잎은 말라버리고 속에서 새잎이 이만큼 자라났습니다. 새뿌리가 내린 것 같습니다. 삽으로 다른 곳의 흙을 더 떠서 비닐 위에 얹어 주었습니다.
지난 해 가을, 양파 심었을 적 일기입니다.
2008년 11월 8일 토요일 맑음
그저께 퇴근길에 시장에서 대파를 사려고 상인에게 물었습니다.
"어머? 이 대파는 왜 이렇게 가늘어요?"
"아이고, 참. 이것은 대파가 아니고 양파 모종입니다."
"예? 양파 모종? 그럼 그것 한 단 주세요."
"이것은 먹는 것이 아니고 심어야 되는데요?"
"예, 안 먹고 심어 볼 게요."
상인은 저에게 한 단을 봉지 속에 넣어주면서 당부했습니다.
"이건 먹는 것이 아니고 꼭 심어야 됩니데이."
이렇게 해서 우연찮게 양파 모종을 구입한 것입니다.
東이 아침 먹고 밭을 일구더니 양파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차 속에 삼일을 넣어 놓았더니 잎이 누렇게 변해버린 양파 모종. 지난 여름 옥수수를 빽빽히 심었다고 잔소리하던 東도 별 수 없군요.'저렇게 빽빽히 심어도 될랑가?'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 > 텃밭 식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두콩과 친해지기 (0) | 2009.12.03 |
---|---|
래드 치커리(래디치오)를 관엽 식물로 키우기 도전하다. (0) | 2009.11.14 |
여름을 이겨낸 텃밭 정경 (0) | 2009.09.02 |
박, 박, 박 (0) | 2009.09.02 |
주렁주렁 호박 (0) | 2009.09.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