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나무 식수하다
아파트에 살면서 '먼훗날 정원이 있는 집에 살게 된다면 화살나무 한 그루쯤은 꼭 심으리라'던 제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 먼훗날이 이제 현실이 되고보니, 꿈을 가지며 열심히 살았던 지난 젊은 날이 그립습니다.
꿈을 가진 젊음과 꿈이 이루어진 늙음,
비교가 참 극단적인 것 같습니다.
젊음과 늙음 사이의 헤아릴 수 없는 시간들, 문득 쓸쓸한 느낌이 듭니다.
단풍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새싹이 돋고 파릇파릇하던 그 봄날이 지나고, 온통 눈이 시리도록 푸르름으로 만들어 놓았던 지난 여름,
이제 찬바람 불고, 산천을 노랗고 붉게 만들어 주는 가을도 깊어만 갑니다.
세상이 한 폭의 수채화 같던 울긋불긋한 나뭇잎들,
어제는 가을 소나기와 함께 강풍까지 불고나니, 그 고운 황금색 은행잎이 하룻만에 우수수 다 떨어져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습니다.
참, 화살나무 이야기로 되돌아 와야하겠네요.
등산 가서 어쩌다 한번씩 화살나무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나뭇가지들과 확연히 틀려서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화살나무입니다. 화살나무는 유일하게 가지마다 독특한 코르크 날개를 만들어 놓았거든요. 그런 모습이 아름다워서 꽃꽂이 할 때 뒷배경으로 들어가는 나뭇가지이기도 합니다.
東이 10월 24일날 화살나무 한 그루를 식수했습니다.
앞마당과 뒷마당 중 어디에 심을까? 반나절을 고심하던 東이 치자나무를 캐어내고 그 자리에 심었습니다.
치자나무는 월동이 안되므로 화분으로 옮겨 심어서 집안으로 들여 놓았습니다.
단풍이 조금씩 들어가는 중인 화살나무
열매 모양도 참 독특하네요. 내년엔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관찰해 보아야겠습니다.
가지에 달린 코르크 모습입니다.
누구일까요? 카메라 앞에 겁도 없이 모델이 되어준 이름 모를 나방 한 마리. 더듬이가 아름다운 멋쟁이군요.
하룻만에 단풍이 더 붉게 들었습니다.
24일과 25일, 하루밤 사이 어디에서 저렇게 고운 빛깔을 가져왔을까요?
10월 26일 새벽 5시 50분, 집을 떠나기 전 안개 속의 화살나무입니다.
11월 1일,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화살나무는 이렇게 멋진 색깔로 마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간밤 가을비에 잎이 많이 떨어졌지만...
남아있는 잎들은 붉은 색깔로 이 가을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붉은 열매도 멧새를 유혹하겠지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내년에 어여쁜 새싹과 코르크를 다시 볼 수 있도록 잘 살아붙기를 소망합니다.
역시 단풍나무잎 색깔이 화려합니다. 솜사탕 향기를 내뿜는 계수나무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이...
꽃꽂이 할 때 배경이 되는 나뭇가지들을 잘 배열해주면 꽃이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우리 인생의 삶에서 주연도 좋지만 화살나무처럼 배경이 되는 삶을 사는 것도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요?
화살나무에 대해 더 알아보기
노박덩굴나무과의 식물이다. 학명은 Euonymus alatus.
생태
가지에 회갈색 코르크 날개가 달렸는데 그 모습이 화살깃처럼 생겨서 화살나무라고 한다. 갈잎 떨기나무로 키는 3m를 넘지 않는다. 잎은 마주나며 버들잎처럼 타원 모양이거나 거꾸로 된 달걀 모양이고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잎 뒷면은 털이 거의 없고 잎자루는 아주 짧다. 가을에 붉게 단풍이 든다. 5~6월에 잎겨드랑이의 취산꽃차례에 자잘하고 연한 풀색 꽃이 2~5개씩 모여 피는데 매우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열매는 삭과로 9~10월에 타원 모양으로 붉게 익는다. 다 익으면 껍질이 벌어져 주홍색 씨가 나온다. 가지에 달린 날개와 뿌리 껍질을 약으로 쓴다. 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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