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7 토 맑음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고개 내민 분홍색 노루귀꽃
지난 해 봄, 마당 가장자리에 심어놓고 일년간 까마득히 잊어버렸습니다. 우리 나라 야생화가 다 그렇듯 언제 꽃이 피어났는지, 언제 꽃이 지는지 관심을 가지고 세밀히 관찰하지 않으면 스쳐 지나기 쉽상입니다. 봄바람이 나려고 하는 정원 수목들을 감상하다가 문득 발 아래 분홍색을 밟을 뻔했습니다.
'뭐지?'
쪼그리고 앉아서 자세히 보았습니다.
'어쩜! 노루귀꽃!'
몇 년 전 영양 일월산에서 몇 포기 채취해서 화분에 키우던 것을 마당에 심었더니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인가 봐요.
손톱 크기만한 분홍색 노루귀꽃,
이맘때쯤 등산을 하면서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는 야생화입니다. 고개를 숙여 관심있게 땅 위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잘 뜨이지 않아요. 보통 낙엽 속에 파묻혀 자라며 숨은 듯 꽃이 피니까요.
산에 가면 노루귀꽃을 꼭 만나보세요. 노루귀꽃을 만나면 행운이 뒤따른대요.
꽃이 지면 노루귀를 닮은, 솜털이 보소소한 아주 어여쁜 잎이 생겨나서 여름, 가을까지 산 속 땅 위를 덮듯이 자란답니다.
언제 이렇게 고개를 내밀었을까요? 어제? 그저께?
지난 주 일요일날 마당에 수북히 쌓인 낙엽을 치운 덕분, 이렇게 눈좋게 노루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포커스를 좀 더 멀리 해 보았습니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눈에 잘 뜨이지 않습니다. 처녀치마도 치마자락을 펼치고 저렇게 겨울을 났습니다.
내일은 키가 좀 더 커지며 꽃잎도 활짝 펼칠 것 같습니다.
분홍빛이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노루귀꽃! 온몸이 보소소한 솜털로 쌓인 갓난아기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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