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1 수 맑음
감당이 불감당인 제라늄
지난 해 가을 어느 날, 친정 언니네 집에서 한 줄기 잘라온 제라늄을 베란다 작은 텃밭에 삽목해 놓고. 귀찮아서 화분에 옮기지 않고 그냥 두었습니다. 세상에나,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자라다니...
(작은 텃밭은 스티로폼 포도 상자에 유기질 흙을 채운 것입니다.)
해마다 새봄이 되면 베란다 작은 텃밭에서는 더덕이랑 도라지, 지치, 곰취가 새싹을 내밀었는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격으로 제라늄이 텃밭의 거름을 다 빨아먹고는 돼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새싹들이 흔적도 보이지 않아서 퇴근하자마자 제라늄을 잡았습니다.
잡는 제 손도 떨리고, 화려하게 피어난 제랴늄꽃에게도 미안했지만, 큰 맘 먹고 가위로 잘랐습니다. 자른 제라늄은 커다란 가방에 한가득입니다. 내일 근무지에 가지고 가서 삽목하려고 합니다. 뿌리가 내리면 (누구라도 원하는 분들에게)나눔해 주어야겠습니다.
돼지가 된 죄로 싹둑 잘린 제라늄 밑둥치와 뿌리
모체로부터 분리당한 제라늄꽃들
아직도 이렇게 한창 꽃을 피우는 중이었어요.
빨갛게 물든 잎도 어여쁩니다. 폴락 제라늄이었더라면 이렇게 싹둑 잘리지 않았을까?
폴락 제라늄 잎만 어여쁜 줄 알았는데, 제라늄마다 다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일년 내내 꽃을 피우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아요. 피고지고 또 필 준비를 하고 있는 제라늄꽃들.
줄기를 얼마나 많이 번창해 놓았는지 한 컷에 다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아주 연한 분홍색깔이 살짝 섞인 흰색
같은 줄기인데, 한쪽은 이렇게 연분홍색꽃이 피었어요.
미리 핀 꽃은 지저분하게 말라가고, 그 틈을 비집고 새꽃봉오리가 피려하고...
아무리 아름다워도 자라는 것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합니다. 졸지에 뽑힘을 당하고, 줄기가 잘리는 봉변을 당했지만, 내일은 또 새로운 곳에서 새뿌리가 내릴 수 있도록 잘 돌보아 줄 것이므로, 화가 복이 되는 것이지요. 사람은 큰 그릇에 이상을 담아야 하지만, 식물은 심는 사람이 적당한 그릇에 키워야 식물이 가진 아름다움을 더 빛낼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제라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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