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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고운 마음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바리바리 도착했어요.

by Asparagus 2010.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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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바리

아침에 출근 준비하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어? 또 우리반 아기가 눈병 걸려서 학교 못온다는 연락?"

 세수하다말고 급히 전화를 받으니 영 뜬금없는 전화이다.

"우체국인데요, 오늘 택배가 하나 도착할 것 같아요. 그런데 주소가 잘못 되었어요. 번지는 시내주소인데 학교 는 시골이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아, 예, 학교 이름이 잘못 되었군요."

'크크크, 똥구리님이 어제 고구마를 쥐들이 다 파먹어서 고구마순을 못보내주는 대신 정성을 바리바리 싸보낸다고 하더니만..., 그런데 우체국에서는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근무를 하나?'

 

학교 주소 새로 가르쳐 주고, 출근했다.

5교시때 행정실에서 우체국 택배가 도착되었다고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행정실에 가니 대형 박스가 있다.

'아우, 무거워, 이럴 때는 엘리베이트를 타도 되겠지?'

학생들 눈치를 보며 엘리베이트를 탔다.

 이층에서 일층까지 엘리베이트 타고 교실에 가져온 바리바리 상자, 개봉박두.

 눈에 가장 먼저 뜨인 것은 초대형 고구마 두 개.

 얼른 꺼내어 꽃받침에 고구마를 담고 물을 부어 놓았다. 고구마 싹이 자라면 잘라서 텃밭에 심기 위해...

 '어머? 이건 똥구리님의 랑님이 딴 목련꽃봉오리, 똥구리님이 밤새도록 잎 하나 하나 떼어서 말린 목련차'

손의 열기가 닿이면 목련꽃잎이 마르면서 시커멓게 변해버리는데, 노란색으로 잘 말려졌다.

 '이건 정말 받기가 너무 송구한 고사리이다. 햇고사리를 꺾어본 경험이 있기에 고사리 꺾는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하나하나 꺾을 때마다 허리를 숙여야한다. 그래서 고사리를 많이 꺾고나면 허리가 아파야 정상이다. 똥구리님도 고사리 꺾다가 허리병이 난 줄 알고 있는데... 또 음식점을 하면 고사리가 많이 필요할텐데...'

 하늘색 봉지를 열어보니 또 작은 봉지가 소복소복 들어있다. '집에 가서 확인해야겠다.'

'어머? 이건 알로에이다. ㅋㅋ 우리 집에 20년이나 나이 먹은 식용 알로에가 있다는 것을 똥구리님은 모르지? 내가 그동한 한번도 자랑하지 않았으니... 이렇게 나에게 왔으니, 더 키워야겠네?'

 '와우, 보드라운 상추이다, 이건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상추이다. 조금 시들었지만 물에 담구어 놓으면 5분도 안가서 파들파들 다 살아난다.'

 

이렇게 교실에서 구경하고 퇴근하자마자 식탁에 펼쳐 놓고 밀폐용기에 봉지에 든 것을 담았다.

 열무 겉절이, 머위잎과 줄기 장아찌, 쌈배추 데친 것, 청방배추 겉절이.

 

푸짐한 밑반찬으로 밥 한 공기 뚝딱했다. 열무 겉절이가 나를 그윽히 바라보며 밥 더 먹어라고 유혹을 해서 더 먹으려했는데 오늘따라 밥솥에 밥이 더 이상 없다. ㅠㅠ 요즘 상추 다이어트가 유행이라는데, 보드라운 상추로 배를 더 채웠다.ㅋㅋ

 

(똥구리님과 가족들이 오동통한 이유를 알겠다. 반대로 우리집 식구들은 나 빼고 전부 젓가락이다.ㅠㅠ, 이건 순전히 내가 음식 맛있게 못해 줘서 그렇게 된 것인 줄 오늘 더 절감했다. 앞으로 요리에 빠져봐?)

 마지막으로 몸매가 뽀얀 이것은 유명한 전라도 죽순이다.한 뭉테기도 아닌 두 뭉테기씩이나...

 

뚱구리님, 이렇게 바리바리 싸주신 정성을 두고 두고 잘 먹겠습니다. 처음 먹어 본 머위 장아찌 맛은 글로 표현 못하겠어요. 너무 독특하고 맛이 있어서요. 우리 집 뒷마당에 수북수북 자라는 머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더 자세히 잘 가르쳐 주이소.   (머위 장아찌 담그는 방법을 차근차근 잘 좀 가르쳐 주실 거지요?)

 

똥구리님, 잘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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