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5일, 어린이날, 東과 함께 영천 **산에 올랐다. 산봉우리를 넘자 어디선가 여인의 분향기가 온산을 진동하는 것이다. 화장한 여인들이 떼거리로 몰려왔나? 아무리 둘러봐도 떼거리는커녕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산에 올 때는 화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서 나는 향기는 아닐 것이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눈 아래로 보이는 산골짜기에 온통 눈 온 듯 하얗게, 새하얗게 꽃송이를 머리에 이고 있는 꽃 무리를 발견했다. 향기에 이끌려 원래 내가 가려고 하는 방향을 그만 바꾸어서 흰꽃이 핀 나무 군락지로 갔다.
분향기다. 여인의 분향기가 맞다. 그런데, 나무에서 나다니....
문득 떠오른 이름.
'그래, 맞다. 이 나무 이름이 바로 분꽃 나무.!"
절묘한 이름이다. 분향기 나는 나무에게 분꽃나무라 하지 않고 뭐라고 달리 부르겠는가?
멀리서 희게 보였던 꽃들은 연분홍색이다. 군락지에서 제일 불쌍하게 생긴 나무 하나를 간택했다.^^
산비탈에서 안간힘을 쓰며 자라느라 뿌리가 반쯤은 드러나 있고, 가지는 대부분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손으로 당기니 쑥 뽑아져 나왔다. 비닐에 싸서 뿌리는 배낭에 넣고 가지들은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산을 타다가 혹 분꽃나무 가지가 다른 나무에 걸릴까보아 배낭을 돌려서 옆구리에 걸쳤다. 말하자면 분꽃나무를 옆구리에 낀 셈이다.
그날 산행을 몇 시간이나 하면서 사람에게 말 걸듯 가끔씩 분꽃나무에게 말했다.
"너, 다 죽어가는 것을 내가 살려 주려는 거야. 그러니, 꼭 잘 살아야 한다, 알았지?"
양지 뒷마당에 옮겨 심었다.
5월이 지나 6월초가 되어도 죽은 듯한 가지에서는 꿩 꿔 먹은 소식이다.
"너, 죽었으면 확 뽑아 낼 거야. 그러니 빨랑 새잎 좀 보여 줘."
분꽃나무에게 협박하며 노래한 지 50여일,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다.
2010년 6월 27일 일요일 흐림
죽은 듯한 분꽃나무 가지에 이런 새잎이 돋아나다.
수형이 제 멋대로인 전체 모습
내년엔 뒷뜰이 온통 분향기로 가득한 분꽃 나무에 소담스런 분꽃이 피어나길 소망하며...
분꽃 나무에 대해 더 알아보기 출처 : 국어 사전
분粉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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