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작품 탐사 literary exploration/우리 숲과

우리숲 11화- 처녀 치마 보세요

by Asparagus 2010. 4. 13.
반응형

우리집에 드디어 처녀치마꽃이 피었어요

♣ 처녀 치마를 키우게 된 동기:

 

지금부터 십년 전인 2000년, 학교 화단 한 쪽에 교실 한 칸 크기의 들꽃 동산을 조성했다.

학생들에게 우리 들꽃 모습을 관찰하게 하고 이름을 가르쳐 주기 위해 휴일이면 채집 도구를 들고 산으로 들로 나섰다.


10월의 어느 휴일, 문경 산양쪽으로 난 국도를 달리다 그 근처의 이름 모를 산에 올랐다. 가파른 산은 온통 떡갈나무, 졸참나무, 참나무 등이었다. 땅은 아주 척박했으며 청석돌과 바위들이 많아서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땅이었다. 한 시간을 올라가니, 다른 산등성이를 넘게 되었다. 그 때부터 산의 지형도 바뀌었다. 땅은 푹신푹신했고, 각종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거기에서 아직도 꽃이 피고 있는 용담도 만났고, 하얀 꽃이 눈부신 향기로운 구절초도 만났다. 그 밖에 잔대, 산부추, 산달래, 개당귀. 우산나물, 둥굴레, 비비추, 미역취, 참취, 창출, 등등 수많은 들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전에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다가 잎이 아주 독특하게 펼쳐진 식물 군락을 만났다. 땅위를 덮듯이 펼쳐진 잎들의 끝부분이 군데군데 산짐승들에게 뜯어 먹히어 잎이 온전히 성한 것이 없었다. 땅을 덮듯이 양 사방을 덮고 있는 식물, 모습이 참 참 신기했다. 채집 도구를 조심히 꺼내어 군락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비닐봉지에 두 포기를 담아왔다.


집에 와서 식물도감을 찾아보니, 역시 이름이 식물의 생김새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다.

"처녀치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들꽃 동산에 옮겨심기 전 우선 화분에 심어 교실 창가에 두고 관찰했다. 식물은 잘 자라났다. 겨울 방학이 가까워진 12월 어느 날, 땅에 누운 듯이 자라는 잎들 한 가운데에서 꽃봉오리가 생겨났다.


그런데. 이럴 수가? 어여쁘게 부풀어 오르던 꽃대에 이름 모를 벌레가 살아왔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아주 조그마한 구멍이 나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며칠 뒤 구멍이 차츰 더 커지더니 그만 꽃대를 다 갉아 먹어 버렸다. 그리고 식물은 잎이 마르더니, 아주 죽고 말았다. 채집해 온 식물을 처음으로 죽이게 된 것이다.


이듬해, 다시 문경 이름 모를 산에서 다시 군락으로 자라는 처녀치마를 만났다. 채집해 오려고 마음먹었다가 처녀치마만큼은 잘 키울 자신이 없어 그만 두었다. 아니, 처녀치마가 꽃 피면 다시 찾아가서 카메라로 담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생각뿐이었다. 꽃이 피어나는 계절인 4월은 너무 바빠서 가볼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삼년 전, 경북 영양의 이름 모를 산에 올랐다가 다시 처녀치마를 만났다. 지천으로 나있는 처녀치마 군락지.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이번에는 반드시 생육환경을 제대로 알고 관찰해보리라 마음먹고 두 포기 캤다. 숲 속 뒷동산에 심어 놓은 지 삼년 만에 이렇게 꽃이 피어났다. 두 포기에서 다섯 포기로 불어난 것을 보니 몇 년 안가서 새 군락지가 생겨날 것 같다.

  

 더 자세한 내용은  우리숲진 블로그(클릭) 에서 확인하세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