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대본> 연극대본_jmh.hwp
웃음꽃 피는 우리 교실
조말현
▶ 무대 설정
* 때 : 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
* 곳 : 5학년 1반 교실과 아영이네 집
▶ 나오는 사람들
* 아영 - 5학년 1반 여학생 (조아영)
* 성현 - 5학년 1반 남학생 (진성현)
* 태윤 - 5학년 1반 남학생 (김태윤)
* 혜지 - 5학년 1반 여학생 (박혜지)
* 다솜 - 5학년 1반 여학생 (이다솜)
* 보영 - 5학년 1반 여학생 (송보영)
* 예니 선생님 - 선생님 (최예니)
* 민석 아빠 - 아영, 가영이 아빠 (팽민석)
* 가영 - 아영이 여동생 (신아영)
* 해설 - 황서경
제1막
해설 : 막이 오르면 점심 시간의 시끌벅적한 5학년 1반 아이들 모습이 나타난다. 아직 점심을 먹고 있는 아이들도 몇몇 있고, 점심을 다 먹은 몇몇 아이들은 모여서 이야기를 하며 놀고 있다.
# 혜지: (궁금하다는 듯이) 성현아, 너 어제 채팅할 때 왜 갑자기 나가버렸어? 무슨 일 있었어?
# 성현: (표정이 어두워지며) 아참, 그랬지, 미안! 내가 컴퓨터를 너무 오래한다고 울 엄마가 화를 내며 갑자기 컴퓨터 스위치를 빼버리시는 바람에….
# 태윤: (웃으며 성현이의 이야기에 끼어 든다) 으이구, 나처럼 평소에 엄마한테 잘 보여봐! 우리 엄마는 내가 바라는 건 뭐든지 잘 들어주시지. 히히히, 이건 농담이고 실은 우리 부모님은 식당을 하지 않니? 그러니 밤늦게까지 컴퓨터를 마음놓고 할 수 있어.
# 성현: (부러워하며) 우와~ 좋겠다. 우리 엄마도 집에만 계시지 말고 직장 생활이나 하셨으면….
# 아영: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너희 엄마가 직장 생활이나 하셨으면 좋겠다고? 어이구 참, 집안 살림을 하시는 어머니를 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모르고, 아들이 되가지고 엄마가 직장 생활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참, 불효자 아들이네!
# 성현: 아니, 불효자 아들이라니? 이게~!(주먹을 쥐고 때리는 시늉을 한다)
이때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 선생님: (큰소리로) 얘들아!
# 아이들: (고함을 지르듯 동시에) 예!
# 선생님: 아이쿠, 깜짝이야! 점심 먹으니 힘이 펄펄 나는구나. 남자들! 지금 강당에 가서 5교시 체육시간에 사용할 뜀틀 좀 옮겨 놓을래?
# 아영: 선생님, 저도 도와 줄래요.
# 선생님:(눈이 휘둥그레지며) 아니, 아영이도 도와주려고? 너는 여자잖아. (교실을 둘러보며) 여학생들은 그냥 교실에 있고... (남학생들을 바라보며) 아, 거기 있는 태윤이, 성현이, 선생님 도와 줄 수 있지?
# 성현: (갑자기 이마를 짚으며) 아, 선생님! 저는 머리가 아파서….
# 선생님: 어디 꾀병을 부려? 수업시간 중에 태윤이랑 열심히 떠들더구먼…. 자, 자, 태윤이랑 다른 남자애들 모두 강당으로 와!
# 태윤, 성현: (귀찮은 표정을 하며 마지못해)네에~
선생님 퇴장한다.
# 태윤: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 참! 선생님은 꼭 힘든 건 남자들에게만 시키시더라. 여자 애들이 도와주려고 하는데도 말이야.
# 성현: 그러게 말이야. 선생님이 여자라서 여자 편 만 드는 것 같아. (소리를 낮춰서) 혜지처럼 튼튼하다못해 황소처럼 힘이 장사인 여자 애들도 많이 있는데 말이야.
# 혜지: (큰소리로) 야, 진성현! 다 들었어. (주먹을 쥐고 성현에게 다가가며 때릴 듯이) 너, 한 대 맞을래?
성현이와 태윤이는 혜지를 피해 재빨리 교실(무대) 밖으로 나간다. 혜지는 따라가려다가 다시 아영이에게로 온다. 밥을 다 먹은 다솜이와 보영이가 곁으로 다가온다.
# 보영: 선생님께서는 정말 이상하셔. 우리들도 할 수 있는데 왜 꼭 남자들만 시키시지?
# 다솜: 맞아. 그리고 이렇게 힘 좀 쓸 수 있는 일들은 항상 남자애들을 시키시고, “걸레 좀 빨아줄래?” “컵 좀 씻어 줄래?” “화분에 물 좀 줄래?” 이러시면서 귀찮은 일들은 꼭 우리 여자애들을 시키신다니까.
# 보영: (손뼉을 치며) 맞아! 맞아! 뭐, 힘쓰는 일은 안 하니깐 좋긴 하지만, 정말 우리 선생님은 남자 여자 너무 구별하셔!
# 다솜: 야야, 우리 이런 시시한 이야기는 치우고, 고무줄 놀이나 하러가자.
여자아이들: (생기가 펄펄 나는 표정을 지으며 무대 밖으로 나간다) 그래!
여자아이들 퇴장한다.
제2막
아영이네 거실이다. 아영이 아빠, 아영이, 동생 가영이가 소파에 함께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인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 아빠: (벽시계를 힐끔 보고 나서) 오늘따라 너희들 엄마가 많이 늦으시네. 올 시간이 지났는데….
# 아영: 곧 오시겠지요, 뭐. (TV를 보며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크게 웃는다) 아하하하하하하~ 정말 재밌다. 아하하하~
이때 전화가 울린다. 가영이가 쪼르르 달려가서 전화를 받는다.
# 가영: (큰소리로) 여보세요! (반가워하며) 아, 엄마! (엄마의 말씀을 들으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네. 네. 알겠어요. 네. 빨리 오세요. 네에~(시무룩히 전화를 끊는다.)
# 아빠: 왜 그래, 가영이? 엄마가 뭐라고 하셨어?
# 가영: (시무룩하게) 엄마가 감기 몸살기가 있어서요. 오늘밤 좀 푹 쉬고 싶으시다고 퇴근 후 곧장 외갓집에 가신다는데요? 그래서 아빠랑 저녁을 해 먹으라 하셨어요. 지난 번처럼 또 짜장면이나 통닭 시키지 말고 세 부녀가 힘을 합쳐 요리하라 하셨어요.
# 아빠: 아, 그랬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의자 주위를 빙빙 돌며 혼잣말로) 이 사람이 나에게 시위하려고 처가에 갔군. 요즘 내가 술 마시고 계속 늦게 들어왔지. 집안 일은 하나도 안도와 줬지. 저녁밥이 늦었다고 짜증을 냈지. 사실 내가 생각해도 집사람이 화낼 만도 하군.
(머리를 긁적이며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아이들에게 애써 명랑한 말씨로)
그럼 오늘은 이 아빠 요리 솜씨를 발휘해 볼거나? 그런데 우리 가영이는 왜 그렇게 시무룩하지?
# 가영: 전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었단 말이어요.
# 아빠: 응? 그건 이 아빠도 마찬가지야. 좀 전 너희 엄마 말이 아니더라도 이젠 시켜먹는 것은 지겨워. 오늘 어떤 요리를 해서 맛있는 저녁을 먹을까?
# 가영: (볼이 퉁퉁 부은 표정을 하며) 에이. 아빠가 하면 맛이 별로잖아요? 그리고 남자가 어떻게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요? 차라리 언니에게 카레라이스 만들어달라고 해요. 언니는 카레라이스 하나는 정말 기막히게 잘 만들어요. (언니를 보며) 맞지, 언니?
# 아영: (뜻밖의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아니, 얘가 왜 이래? 지난번에는 맛없다고 조금 먹고선? 남은 것 다 버렸잖아? 이번에는 아빠가 할 차례란 말이야.
# 아빠: 하하하. 아영이 말이 맞아. 그리고 우리 가영이가 이 아빠 음식 솜씨를 못 믿다니, 이거 실망인데…. (웃으며) 우리 가영이를 깜짝 놀라게 해줄 이 아빠의 요리 실력을 오늘은 꼭 보여줘야겠구나.
# 가영: (여전히 뽀루퉁하게) 치이~ 그래도 요리는 여자가 해야 되는데….
아빠: (놀라며) 아니, 가영아. 요리는 여자가 하는 거라고?
# 가영: 맞잖아요. 할머니께서 집에 오시면 그러시잖아요? “애비야, 너는 부엌에 들어가는 게 아니야.” “여자가 요리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거” 라고, 그래서 엄마는 할머니에게 늘 혼나시잖아요?
# 아빠: 그랬니? 이 다음에 할머니가 오시면 여자만 요리하고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릴게.
# 가영: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그러면 할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때 아빠는 왜 집안 일을 조금도 안 하시는데요?
# 아빠: 그랬지? 그건 실은 아빠도 일이 귀찮아서 엄마에게 장난한 거야. 그리고 할머니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했었지. 지금과 달리 옛날에는 집안에서나 사회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더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거든. 바깥일은 남자들이 하고 집안 일은 여자들이 하는 것 등 여자와 남자가 하는 일도 구분이 뚜렷했단다.
# 가영: (고개를 끄덕이며)아, 그렇구나!
# 아빠: 그런데 지금은 옛날과 다르지?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을 구별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하지. 즉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다’ 하는 ‘양성평등론’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니?
# 가영, 가영: (동시에) 아뇨!
# 아영: 그런데 아빠. 아빠는 그렇게 잘 아시면서 평소에 요리나 집안 청소 같은 거 잘 안 하시잖아요.
# 아빠: (머리를 긁적이며) 정말? 내가 그랬나?
# 아영, 가영: (동시에) 네~!
# 가영: 엄마가 저희들보고 맨날 그러셔요. 너희들 아빠가 조금만 도와 주신다면 직장 생활하는 이 엄마가 덜 피곤하시겠다고….
# 아빠: (머리를 긁적이며) 이런, 이런. 너희들과 엄마에게 부끄러운 걸. 실은 이 아빠가 너희 엄마랑 결혼할 때, 약속한 것이 있었단다.
# 아영, 가영 : (동시에) 아빠! 그게 뭐예요?
# 아빠 : 결혼하면 아이는 남자, 여자 구별말고 둘만 낳고, 집안 일은 함께 하기로 했었단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서 함께 집안일 하기로 한 그 사실을 잊어버렸구나. 아니, 집안 일 하는 것이 귀찮아서 일부러 잊어버린 척 한 것일 거야.
# 아영: 앞으로 엄마를 많이 도와주시면 되잖아요 (갑자기 생각난 듯이)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선생님께서도 할머니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 아빠: (놀라며) 왜? 너희 선생님이 어떠하신데?
# 아영: 우리 선생님께서는 힘든 일은 전부 남자아이들에게 시키시고, 사소한 일들은 다 여자아이들에게 시키세요. (잠시 생각하다가) 응, 걸레 빨아 오는 것이나, 화분에 물을 주는 것, 반 아이들에게 급식 당번을 시키실 때는 전부 여자아이들만 하게 하세요.
# 아빠: 그래? 정말 너희 선생님께서도 할머니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구나. 선생님께 그런 것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용기를 내어 말씀드려 보렴. 아마 선생님께서도 이해하실 게다.
# 아영: 네. 정말 꼭 그래봐야겠어요.
# 가영: (뾰루퉁하게) 그런데, 아빠. 우리 언제 저녁 먹어요? 저 배고파요. 뱃속에서 밥 달라고 계속 ‘꼬르륵 꼬르륵’ 하잖아요.
# 아빠: (아이들을 껴안으며) 어이쿠, 우리 이쁜 딸들! 배가 많이 고파서 어쩌지? 빨리 저녁 준비해야겠구나.
# 아영: 아빠. 제가 도와 드릴게요.
# 가영: 저도요. 양성평등이니깐......히히히
# 일동: 하하하하~
제3막
5학년 1반 아침 학급 조회 시간. 아이들은 모두 책상에 앉아 있고, 선생님께서 교탁 앞에서 말씀하시고 있다.
# 선생님: 음, 오늘 급식당번은 누구지? (출석부를 뒤적이시며) 음, 어제는 다솜이와 보영이가 했으니까, 오늘은 누구지?
# 아영: (머뭇거리다가) 선생님! 저......
# 선생님: 응? 아영이, 왜 그러니?
# 아영: (머뭇거리며) 저...... 급식당번을 남자아이들에게도 한번 시켜보시는 게 어떨까요?
# 선생님: (깜짝 놀라며) 응? 뭐라고? 급식당번을 남자애들에게? 남자애들은 잘 못할텐데...... 음식은 여자애들이 담아 주어야 흘리지 않고 교실이 깨끗하지.
# 아영: (좀더 용기를 내어)아니에요, 선생님.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옛날에는 여자들이 음식을 해서 담아주었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남자애들도 급식을 해보고, 저희 여자들도 남자애들이 해 왔던 다른 일들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아빠가 요즘은 양성평등 시대래요.
# 선생님: 응? 양성평등? 양성평등이라? (잠시 생각을 하다가) 난 너희들이 아직 어린 줄만 알았는데…. 알았어, 오늘 아영이가 선생님에게 좋은 충고해 주었구나, 고마워! 너의 말에 동의할 게, 그럼, 남자애들 생각은 어떠니?
# 남자아이들: (짜증 섞인 목소리로 동시에) 싫어요~!
# 태윤: (얼굴을 찡그리며) 그러면 저희들만 더 힘들어지는 거잖아요. 저희 남자아이들은 힘든 일을 다 도맡아서 하는데, 거기에다가 급식까지….
# 아영: 아니야, 태윤아. 우리가 너희들을 도와 주면 되지. 우리 여자 애들도 충분히 여러 가지 힘든 일을 할 수 있다고.
# 혜지: 맞아. (성현이를 힐끗 쳐다봤다가 웃으며 오른쪽 팔뚝으로 알통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보이며) 누구 말처럼 남자보다 더 튼튼한 나도 있잖아. 하하하하!
# 일동: (손뼉을 치며) 아하하하하!
# 선생님: 자, 자, 웃음은 그만! 그럼 모두 동의했지? 이제부터는 학급 일들을 남자 할 일, 여자 할 일로 가르지 않고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하는 거다. 알았지?
# 아이들: (큰소리로) 네~!
# 선생님: 그럼 오늘 급식당번은 (출석부를 보며) 음! 성현이랑 태윤이가 하기로 하고…. 오늘 1교시 도덕시간에 양성평등에 대해서 알아보고 토론도 같이 해볼까?
# 아이들: (얼굴이 더욱 환해지며 동시에 힘차게) 네~!
1교시 시작종이 울린다. 선생님과 학급 아이들은 도덕책을 꺼내든다, 서서히 막이 내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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