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이야기를 가슴 콩닥거리며 읽다가 이웃나라 왕자님과 행복하게 잘 살았더란다라는 결말에 제 이야기인냥 행복해했고, 인어공주 동화를 읽으며 왕자를 사랑했지만 끝내 물거품되어 사라져버린 결말에 가서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고, 백설공주 동화 읽으며 백마탄 왕자가 나타나 키스 한 번에 눈을 뜨고 행복하게 잘 살았더라는 동화류들을 읽지 않고 유년 시절을 보냈던 여성이 있었던가?
(최근에 끝난 시크릿 가든에 왜 젊은이들이 열광했을까?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자칭 사회지도층이라며 큰소리 뻥뻥 치는 재벌 3세와 결코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조실부모한) 평범한 소녀와의 사랑 이야기를 자신에 투사하여, 마치 자기가 주인공인양 대리만족으로 드라마에 빠져 들었을 것이다.)
환상적이고 마법적이며 황당무계한 이런 공주류의 동화를 읽으며 자랐던 아이가 어른이 된다. 자기가 낳은 아이들에게도 공주 동화를 들려준다. 읽게 해준다. 보여 준다.
왜? 그냥 동화니깐, 아름다운 동화니깐...
"너도 나중 동화 속의 공주처럼 이렇게 되어라?"
하는 부모 아무도 없다.
삶은 누가 뭐래도 자기 자신이 가꾸고 꾸려나가야 할 몫이니까.
나에게 주어진 '삶이란 소중한 시간'을 먼훗날 되돌아보면 얼마나 잘 살았는지, 잘못 살았는지 알게될 날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때가서 땅을 치고 후회할 사람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맥도날드 할머니
asparagus
십 여년 동안 맥도날드 가게에서
하루 커피 한 잔 마시며
백마 타고 오실 그 분을 기다렸다고 한다.
2010년 12월 30일까지만 그 분을 기다렸다는 할머니
맥도날드 할머니는 자신이 늙어가는 줄도 모르고
아직까지도 소녀처럼 그렇게 그렇게 기다리셨다니...
방송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그 분을 기다릴텐데...
다른 사람들 시선에도
다른 사람들 생활방식에서도 벗어나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편한 잠 안자고 기다린 그 의지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 받을 일이 아니지 않는가?
모든 여성이라면
백마 타고 나타날 그 분을 기다리지 않았던가?
어느 순간 콩깍지가 덮혀서
'앗! 그 분이다.' 이렇게 결혼해 버린 우리네와 달리
백마 타고 나타날 완벽한 그 분을 상상하며
늙어 호호 백발 될 때까지 그 분을 기다려 준
맥도날드 할머니,
판타스틱하고 동화적인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
현실 속에서도 꿈처럼 살아가는
맥도날드 할머니,
삭막한 이 시대에
꿈 같은 나날을 보내며
하루 하루 희망으로 살아갔던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고전문학, 현실문학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현재의 이 놀라운 이야기에
왜 그리 심한 잣대를 들이대나요?
내가 백마 탄 그 분이라면
내가 지금껏 결혼하지 않은 남자라면
당장 백마 한 마리 구입하여 달려가
지금껏 기다려 주어서
고맙노라고
너무 고맙노라고
큰절하며 기꺼이 모셔와
공주처럼 떠받들며
왕자처럼 떠받들려지며
사랑하고
그리고
그리고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더란다. 끝.
이렇게 마무리되면
후세엔
또 하나의 시크릿 가든이 탄생되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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