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3일 수 맑음
오후에 행정실 직원이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물렁한 택배가 도착했으니 얼른 와서 찾아가세요."
"네? 물렁한 택배도 있어요? 누구가 보냈지?"
뛰어갔더니 글쎄, 진짜로 물렁한 택배상자가 와있었습니다.
주소를 보니 멀리 전라도의 똥구리님이 보내준 갖가지 음식인 것 같습니다.
상자 밖으로 물이 새어나와서 물렁물렁해진 커다란 상자를
조심조심 안고와서 책상 위에 놓고 상자를 풀어헤쳤습니다.
엇? 목련차이다, 며칠 전에 만든다더니 벌써 말려서 이렇게 나눔을?
생수병에 든 것은 돌봉숭아 효소였구요. 들깨가루 한 봉지랑, 커다란 하늘 색 비닐 속에는 무엇이?
풀어헤쳐보니 그 속에 또 봉지봉지......
갓김치입니다. 매운 맛이 매력적인 갓김치, 여기에 입맛 들여 놓으면 다른 김치에는 손도 안가요.
고추 삭혀서 갖은 양념에 묻힌 고추김치. 얘 하나만 손으로 집어서 밥이랑 먹으면 그 자리에서 두 공기는 뚝딱하는 밥도둑의 왕입니다.^^
우리 집에서 파김치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東이라는....
멸치 육수에 된장 풀고, 쇠고기 몇 점만 넣어서 푹 끓이면 속이 편안해지는 시레기국이 탄생됩니다.
얼갈이 배추를 다듬어서 깨끗이 손질한 후 데쳐서 보낸 정성, 국 끓여 먹으며 감동도 함께 먹을 거여요.
들깨가루, 각종 국류에 커다란 숟갈로 한숟가락 푹 떠서 넣고 먹으면 피부가 제일 좋아하지요.
달달하고 짭짤하고 바싹바싹한 미역부각입니다.
앗? 호박김치는 사진에서 빠졌습니다. 호박김치 깔고 그 위에 두부 얹으면 구수한 두부호박김치찌개가 탄생됩니다. 그 맛이 어떨까요? 상상만으로도 얼큰달콤해서 밥 한 공기 후딱 없어질 것 같습니다.
퇴근하자마자 식탁에 가득 펼쳐놓고 밥 한 공기 뚝딱 했습니다. 도저히 숟가락을 놓지 못해 반 공기 추가.
나른하고 피곤한 요즈음, 감기 기운마저 찾아와 입맛이 떨어질락말락 하던 중, 똥구리님의 푸짐한 손 덕분에 꿀맛 같은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이 글 쓰며 오밤중인 지금 또 밥 먹고 싶어요. 한 밤에 밥 생각나기 몇 년만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입안에서 맴도는 갓김치 맛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갓김치 생각나면 어쩌지요? 오밤중에 식탁에 앉아 밥 퍼먹는 저 자신을 생각해보니 너무 웃기나요?
똥구리님, 제 입맛 바꾸어 놓은 것 책임지세요.^^ 봄날 입맛의 오아시스를 만나서 정말 행복합니다.
똥구리님, 양념 하나 안버리고 깨끗이 다 먹을 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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