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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탐사 Plant Exploration/정원 수목

참나무 아래 오미자 심은 뜻은?

by Asparagus 2011.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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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식물들

   싸움 붙이기 - 참나무와 오미자

우리 집 서재 창밖에 아주 오래된 참나무가 있어요.

참나무가 자라는 동산 자락 터에 집을 지으면서 참나무는 살려 둔 것입니다.

이 녀석이 조금씩만 자라주면 좋을텐데,

집 주인 맘도 모르고

아주 끝간데 없이 자꾸 자라니 감당이 불감당입니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때는 좋지만, 가을이면 떨어진 낙엽 쓸어담느라 죽을 맛입니다.

 

 

몇 년전 등산을 갔다가 산 속 깊은 곳에 자연산 오미자 군락지를 만났어요.

오미자가 감고 올라간 키다리, 아름드리 나무들은 거의가 다 말라 죽었더라구요.

 

세상에 남의 집에 기생하는 것은 봐주겠는데, 저만 살겠다고 기대게 해준 나무를 죽이다니...

나쁜 오미자, 하면서 속으로 흉을 보았습니다.

그래도 오미자 열매는 우리 사람들에게 얼마나 훌륭한 약재로 쓰입니까?

미워했던 맘을 슬며시 접고 새빨갛게 달린 오미자 열매를 한 봉투 땄습니다.^^;;

(제가 다람쥐라면 높은 곳에 올라가서 죄다 따면 한자루는 거뜬히 땄을텐데... 욕심을 접고 손 닿이는 열매만 열심히 땄어요. 그 장소는 비밀입니다.^^)

 

어느 날 문득 그 생각이 나서 이웃에서 오미자 한 그루를 얻어다가 참나무 아래에 심었어요.

왜 심었는지 짐작하시겠지요?

조그마한 묘목을 심은 지 삼년째 되는 오미자 모습. 햇살을 많이 받는 참나무 앞쪽은 오미자 줄기가 기세 등등하게 참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오미자나무 생장점마다 어디를 감으면 햇살을 가장 잘 받을까 싶어 이리저리 감지하며 하루가 다르게 줄기를 벋고 있습니다. 오미자 앞에는 흰꽃 피는 도라지가 자라고 있어요. 절로 떨어진 씨앗이 자연 발아되어서 새싹이 자라고 있군요.

위에서 내려다본 도라지 모습

참나무 뒷편 모습입니다. 참나무 허리를 감고 자라는 오미자. 제가 강제로 오미자 줄기를 잡고 꼬아서 참나무 허리를 한 바퀴 감아주었습니다.

참나무 발치에서 자라는 심 보세요.^^ 깊은 산에서 집으로 내려와 집삼이 된 지 사년 째입니다. 심은 고사리랑 오미자랑 으름덩굴과 친한 식물이어요. 참나무랑 담장 사이는 백리향이 자리를 잡아 맘놓고 자라고 있습니다. 백리향 속은 심 지뢰밭입니다.^^

삼구 모습

고사리를 가운데 두고 사이좋게 자라는 사구와 삼구 모습입니다.

그 옆에는 오엽, 삼엽, 이구가 자라는 중입니다.

여름이면 어여쁜 보라색 꽃이 피어나는 이질풀

너도 부추입니다.

참나무 허리에 기대어 자라는 비자란.(함박님, 비자란 일부를 여기로 이사시켜 주었어요.^^)

무늬 비비추랑 비자란 모습

 

.

저 큰 참나무를 차마 댕강 못하여 궁여지책으로 오미자를 심었습니다.

지금은 조그마한 오미자, 제가 산 속에서 만난 오미자 크기로 자라면 참나무는 참아낼까요?

오미자 등쌀에 치여 가버릴까요?

 

그래도 아름드리 참나무가 있어 발치 따라 양지 식물, 음지 식물, 반양지 반음지 식물을 종류 별로 심었더랬어요.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저마다 열심히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만약 참나무가 오미자나무 등굴에 치여서 진다면 참나무 발치에서 자라는 음지, 반음지 식물은 참 난감할 것 같습니다. 참나무랑 싸움 붙인 제 마음이 어쩌면 불편해져서 오미자 덩굴이 자꾸 감고 오르면 언젠가는 오미자 허리를 싹둑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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