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에키네시아 꽃이 사이좋게 두 송이가 피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술속에 노란 암꽃이 보이는군요.
어쩌면 저렇게도 정교한지...
몇 년전, 이웃 마을 어느 집에 제가 키우는 식물 아주 많이 갖다 드리고 딱 한 포기를 구해서 심었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번져나더군요.
올해는 군락을 이룰 정도로 번져나 있었습니다.
마침, 이웃 한 분이 오셔서 에키네시아를 키우고 싶다해서 번져난 것을 과감하게 푹 떠서 드렸습니다.
그리고 미스킴 라일락도 한 포기 달라고 해서 푹 떠서 주었습니다.
뒷마당 산삼 키우는 것 보는 눈길을 외면하지 못해 식구들과 나누어 먹어라고 가장 좋은 놈으로 여섯 포기를 드렸습니다.(사실 맘 속으로 나도 아까워서 뽑아먹지 못하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저도 그 집에서 색다른 식물들을 가끔씩 얻어오곤 합니다.
주는 방식에 차이가 있겠지만 꽃 나누어 주는 것을 매우, 매우 아까워하는 편입니다.
그러니 제가 얻어오는 것은 아주 쬐그맣고, 조금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주 조그마한 것도 잘 살려서 번져놓을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처음으로 이웃과의 고충을 털어놓고 싶습니다.
그 이웃이 자기 집 데크에 풀어놓고 키우는 개가 한번씩 데크 담을 넘어 동네를 싸돌아다닙니다.
이웃집에서 키우는 중닭 한 마리도 물어 죽였고요.(닭 주인은 개 주인에게 말도 하지 않았대요.)
지난 해는 갑자기 저에게 달려들어 왼쪽 종아리를 물었습니다. 다행히 조금 물려서 병원 갈 입장은 아니고
연고 발랐습니다.
물린 것을 알고도 며칠 지나서야
"다리 괜찮아요?" 이 정도 인사하고 지나가더군요.
한번씩 동네에서 그 개를 만나면 저는 질겁을 합니다.
또 다리 물릴까봐서...
그런데 말입니다.
한 달 전일입니다.
그 개가 우리 집에 와서 어여쁘게 피어난 난초 꽃밭에 들어가서 난초 꽃을 다 쓰러뜨렸습니다.
보니 우리집에 키우는 고양이를 잡겠다고 그 난리였던 것입니다.
고양이는 겁이나서 담장 속에 숨어있고, 개는 화단을 휘저으며 컹컹 짖고....
이런 풍경을 두 번째 목격했을 때에는 저도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막대기를 집어들고 마당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런 내 모습에 개는 대문밖으로 쏜살같이 빠져나가고, 그 순간 개 주인이 대문 계단으로 올라오대요.
제가 이야기했어요.
"그 집 개가 우리 화단을 초토화시켜 놓았습니다. 개 좀 어째 하세요."
우리집 화단이 어떻게 되었는지 둘러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대요.
"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우리 개가 있는 데크에 와서 약을 올리니 우리 개가 여기까지 와서 그러는 것"
이라고 말입니다.
그기에다 결정적 한 마디를 하더군요.
"고양이에게 왜 밥을 줍니까?"
"네? 우리 집 고양이가 그 집 개에게 가서 왜 약을 올려요? 그리고 원래 고양이 주인이 그 집 아닙니까? 그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집 나와서 배고프다고 우리집에 와서 밥 달라고 해서 지금껏 주고 있잖아요? 잘 아시잖아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동네 사람들이 고양이를 보면 전부 막대기 들고 쫒아내었잖아요? 고양이에게 밥을 준 저희가 잘못입니까?"
세상에...
다리 물렸다고 항의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동네 싸돌아다니는 개를 한번씩 만날 때마다 질겁을 하며 무서워하였는데도, 단 한번도 개를 묶어놓고 키우지 않는다고 항의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기 집에 개를 키우게 되니 먼저 키우던 고양이가 집나가서 길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배 고파 길고양이가 된 것을 거두어준다고 욕을 먹다니....
꽃밭 망쳐놓은 것에 대한 사과는커녕 고양이에게 밥주고 돌봐준다고 항의까지 받으니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에 있겠어요?
말 못하는 고양이에게
"너희 옛주인 집에 도로 가거라, 네가 낳은 고양이까지 데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만...
고양이는 절대로 우리집을 벗어나지 않는군요.
남편이 저에게 딱 한 마디 합디다.
"그동안 고양이 사료값만 수십만원어치이다. 진즉에 그런 사람인 줄 몰랐더냐?"
에키네시아 꽃 사진을 올리다보니 그 이웃이 생각나서 주저리주저리 적었습니다.
수레국화 씨앗을 가득 뿌려놓고 에키네시아꽃이라고 좋아하였던 그 이웃에게 우리 집 에키네시아를 나누어 주었더니 요즘 그 집에는 우리집보다 에키네시아꽃이 더 많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 비밀 댓글로 하시길...^^
(사진을 클릭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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