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 결혼 3주년 기념 제주여행 둘째 날
2022년 6월 8일 수요일 날씨 흐림
하루 일정을 소화하고 나니 오후 5시 30분이다. 표선면 토산리에 있는 남편 친구 농장에 가서 저녁 먹기로 했다.
개 세 마리가 컹컹 짖으며 반겨준다. 한 달 전 떠돌이 개 한 마리가 농장에 슬며시 들어와서 눌러앉아 세 마리가 되었다고 한다.
광희씨가 농장 언덕에 심어놓은 블루베리를 따라고 봉지를 들려주었다.
열 다섯 그루 블루베리 나무에서 잘 익은 것 한 알 한 알 따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 재미는 불과 5분, 그다음부턴 팔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우리 집 정원에 두 그루 심어놓은 블루베리는 익을 때마다 따 먹었으니 힘든 줄 몰랐다.
한 나무에서 한 봉투나 땄다. 나중 집에 갈 때 가지고 가라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딸 걸...'
그 전날, 남편 친구 아버지 기일이었다. 저녁상을 받으며 갑자기 눈물이 글썽거려졌다.
말하자면 음복 음식이다.
몇십 년 전 친구 아버지 칠순 잔치에 초대받아가서 즐겁게 놀았던 추억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것이다.
칠순 잔치 때 아들 등에 업히시어 환하게 웃으시던 친구 아버지 모습이 생각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내일 모래면 우리도 칠순이 된다고 생각하니 덧없는 세월이 한편 쓸쓸해졌다.
후식으로 하귤 주스를 맛 보여 주었다.
6월까지도 어른 주먹 두 배나 되는 크기의 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이 신기했던 하귤. 정말 크다.
상큼한 하귤 주스를 마시며 지난날의 추억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었다. 내일을 위해 벌떡 일어나니 광희씨가 바쁜 와중에도 말렸다는 고사리 한 봉지랑 한라봉을 넣어 만든 과즐 한 봉지, 아기 머리만한 하귤 세 개를 챙겨 주었다. 고맙게 받아 들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통하게도 개 한 마리가 차 앞으로 내달려 큰 도로까지 길을 안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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