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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추억/추억찾기

꽃미남으로 성장한 03년도 제자

by Asparagus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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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일 목요일 흐림
드디어 제자를 만나러 가는 날, 東이 서울까지 승용차로 데려다준다고 했다. 아침 먹고 열 시에 집을 나섰다. 양지 IC에서 용인까지는 고속도로가 고속도로다웠다.

오전 10시 39분
그런데, 이 무슨?
악명 높은 상습정체구간을 보여주는 달래네 재, 평일이라고 예외가 없네?

10시 42분
팻말처럼 제한속도 110킬로에서  80킬로그램으로 변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들 시속 5킬로미터로 슬금슬금 기어가고 있다.

11시 16분
상행선만 거북이로 가는 것이 아닌, 하행선도 차들이 징그럽게 내려가고 있다.

11시 17분
왕복으로 꽉 막힌 도로, 시간이 흐르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운전해야 속이 터지지 않는다.
달래네 재를 벗어나 서초구를 지나 한남대교에 들어서니 차들의 흐름이 원만해졌다.

11시 46분
東은 애경백화점 시계탑이 보이는 홍대입구역 사거리 앞에 내려주었다. 제자를 홍대입구역 앞 5번 출구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좀 남았다. 애경백화점 건물에 들어가서 아이쇼핑을 했다.  

바쿠단야키 홍대본점?
젊은 처자가 참 희한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빵틀에 반죽을 붓고 각종 재료를 하나하나 넣은 후 굴려가며 굽는다. 어느 틈에 틀 속 반죽이 동그란 모양의 빵으로 되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다 만들어질 때까지 넋을 빼고 구경했다.

이름도 생소하다. 바쿠단야키라니!

구경하는 내내 먹고 싶은 맘이 하나도 생기기 않는 이유? 바로 제자를 만난다는 설렘 때문 일거다.^^
 
드디어 12시 20분, 홍대입구역 5번 출구 앞에서 제자 승수를 만났다. 승수를 만나면 서울 여기저기 구경시켜 주고 싶었다. 일단은 아파트에 차를 두고 온 東과 제자와 함께 홍대거리를 걸었다. 몇십 미터를 걸으며 보니 도로공사를 한다고 온통 길거리가 어수선했다. 맛집도 보이지 않는다.

12시 45분
홍대입구역 거리에서 승수와 한 컷!
감개무량하다. 생애 두 번이나 담임과 제자로 만났던  2003학년도 초등 1학년, 2005학년도 초등 3학년때의 귀여웠던 승수가 이렇게 꽃미남 되어 그 옛날 담임을 만나러 서울까지 오다니...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애경 AK플라자 5층 맛집, 댓짱돈가스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탁에 앉자마자 승수가 직접 그린 파스텔화를 끼운 액자를 나에게 주었다. 액자 뒷면 꿈이라는 그림 제목이 너무 좋다. 
'와우, 제목이 참 맘에 드네? 맞아. 사람은 나이가 많든 적든 항상 꿈을 갖고 살아야지.'

주문한 콤비 장군 정식이 나왔다. 

승수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먹고 나서 우리 쌍둥이 아들이 근무하는 연세대와 이화여대 캠퍼스 투어를 하기로 했다.
'구경할 곳도 많은데 하필이면 왜 학교 투어를?'
 
승수가 초등 1학년때 당시 우리 쌍둥이 아들은 대학교 1학년이었다. 학년은 천양지차 달랐지만 남의 집 귀한 아들이나 우리 아들들, 모두 신입생이 아닌가? 서울로 공부하러 간 아들들을 아주 많이 그리워했다. 학교 가면 마치 우리 아들 만나는 듯 당시 1학년 제자들이 너무너무 어여뻤다. 아이들에게 꿈을 가르쳤다. 
"너희들은 커서 무엇이 될까?"
"승수야, 넌 자라서 화가가 되면 좋겠구나."
"넌 정말 그림에 소질이 있어."

오후 2시 36분
그 어여뻤던 제자들 중 한 명인 승수가 세월이 흐르고 이렇게 자라 초등선생님을 만나러 서울까지 왔다.
어리디 어린 승수가 품은 그 오랜 꿈! 

승수는 화가인 동시에 2024년 3월이면 교직에 첫발을 디딘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어엿한 미술 선생님으로 부임하기 전에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학창 시절, 배움 받은 그 수많은 선생님들 중, 초등학교 1학년을 가르쳤던 나를 잊지 않고 언제나 가슴에 기억하고 꿈을 위해 정진했다니 놀랍다. 꿈을 이루면 나를 꼭 만나러 오겠다는, 어찌 그런 생각을 다 했는지 기특하기 그지없다.

난 퇴직하는 순간부터 애증의 제자들을 완전히 잊으려고 노력했다.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했다. 지운다고 해서 지워지지 않는 것이 과거인가 봐, 승수 덕분에 지난날의 내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는구나. 승수야, 정말 고마워!

2시 49분
연세대 교정 중 가장 멋진 경관을 가진 상암관 앞에서

앞으로 무한한 발전이 기대되는 승수

'승수야, 꿈을 맘껏 펼쳐 나갈 너의 미래가 너무도 기대되는구나.'
승수와 연세대 교정을 천천히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에 그 많은 구경거릴 두고 왜 하필 학교 구경을? 이런 생각이 들지? 너도 앞으로 교직 생활을 한다니 나중 네가 결혼하게 되면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학교 교정에도 데리고 다녀 보렴. 아이들 꿈을 키울 수 있고 느끼게 하는 것이 많을 거야."

오후 3시 24분
연세대 교정을 구경하다가 교내 식당 겸 카페가 눈에 띄었다. 잠시 커피 한 잔 마시며 쉬어가기로 했다.

요즘 아이들은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더니... 승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오후 4시 41분
연세대 정문 앞에서

오후 4시 49분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가는 길에서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에서

귀향할 기차 시각이 다 되어가서 이대 교정은 아쉽지만 입구 근처 탐방으로 끝내었다.

오후 4시 57분 제자와 헤어지기 전 한 컷

5시 48분
이대 앞에서 東이 가져온 승용차로 서울역까지 갔다. 

서울역 앞에 승용차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승수만 내렸다. 기차 타는 것을 마중도 못하고 저녁을 함께 먹지도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오후 7시 8분 양지 집 도착
승수와 헤어지고 양지 집에 오는데 고속도로 아닌  저속도로로 변해버려 2시간 넘게 걸렸다.
오후 8시 38분 승수도 왜관 집 도착했다는 톡을 받았다.
 
승수가 직접 그려준 해바라기 파스텔화를 콘솔 위에 올려 보았다.

해바라기가 호박과 아주 잘 어울린다. 해바라기 액자를 전해주며 '주부들이 좋아하는 테마'라고 승수가 귀띔을 해줬지?

맞아. 해바라기 액자를 집에 두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 

재물운을 상승시켜주는 해바라기 액자 

  태양의 기운을 받아 재물운을 끌어들인다
  노란색은 풍요로움과 활력을, 갈색은 안정감과 신뢰를 상징
  많은 수의 씨앗을 가지고 있어 부의 상징
  원형으로 완성되어 있어 완전함과 풍성함을 의미

 

승수야!
2024년 3월 4일 첫 출근 축하해!
아주 아주 많이 많이!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길...

승수 어머니가 아들 손에 들려 보내준 귀한 수제 소시지 세트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분도푸드에서 만든 믿고 먹는 맛있는 수제 소시지까지 맛볼 수 있게 신경 써 주신 승수 어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아드님을 바르게 키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드님이 승승장구하길 늘 맘 속으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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