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석산)을 키우며
1991년 여름 어느 날,
저녁 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갔습니다.
시장 입구 난전에서 콩나물 대신 꽃을 파는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어머? 오늘부터 꽃을 파세요?"
날아가려는 듯 날아오르는 듯
가녀린 줄기 위에 살며시 앉아 있는
네 개의 꽃송이를 만나던 날,
'어쩜!
천상의 선녀가 하이얀 옷 벗어던지고
선홍색 드레스 차려 입고
변신하여 앉아 있지나 않았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저녁 반찬 대신 화분 하나를 샀습니다.
꽃 이름도 어여쁜 꽃무릇(석산)이었습니다
그때 구입했던 '천상의 선녀', 아파트 베란다에서 꽃도 못 피고 잎만 무성한 그 꽃무릇을 드디어 2008년 3월 어느 날, 양지바른 화단에 자리 잡아 주었습니다. 좁은 화분에서 자라며 메추리알 닮은 뿌리를 얼마나 많이 생산해 내는지,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뿌리를 나누어 주고도 마당에 스무 개 정도 심었습니다.
소나무 동산 왼쪽과 오른쪽에 열 개씩 나누어 심고 가을이 되길 학수고대하였습니다.
비좁던 화분에서 대지로 이사하고나니 놀랐을까요?
봄, 여름 내내 땅속뿌리는 뭐하느라 꽃대를 각각 하나씩만 뽑아 올렸네요.
성장한 여인이 정성 들여 마스카라 칠하여 말아 올린 듯 속눈썹 닮은 꽃무릇의 개화
왼쪽 코너의 꽃무릇
오른쪽 코너의 꽃무릇
사랑 고백
아스파라거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듣고 싶은 단 한 마디,
그 말을 듣기 위해
제가 먼저 당신에게 사랑 고백합니다.
잎과 꽃이 일평생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
상사화 핀 해변가에서
머나먼 수평선 너머에 있는 당신에게
이역만리 떠나와
사랑 고백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1996년 9월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17 마일 드라이브' 상사화가 핀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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