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8일 수
오후에 뜻밖의 보너스, 3시간이 생겼다.
이 귀한 시간을 어디에 쓸까? 고민고민하다가 혼자서 영화 감상을 하기로 했다.
모 영화관에 갔다. 1관에서 10관까지 각양각색 영화를 하고 있었다. 4관에서 마더를 하고 있었다. 할인 않고 제 값 다 주고 보는 사람은 아줌마 밖에 없다더니... OK 케쉬백도, 할인 BC 카드도 없어서 7,000원에 표를 구입할 수 밖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4관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서 있는 안내원이 아주 정중하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꾸벅 인사를 한다. 같이 숙여 인사해 주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어쩜? 영화관을 전세 내었다. 관객이 나 혼자라니? 그 많은 관람의자가 텅텅....
텅턴 빈 의자와 마더 시작전 예고편
손님이 없어도 시간이 되면 영화는 시작된다고 한다.
갈대밭으로 무심히 걸어나오는 주인공, 김혜자님.
그 넓은 갈대밭 한가운데에서 춤을 춘다, 얼굴에 수심을 가득가지고서...
그리고 마더가 시작되었다. 정확히 128분 후에 끝이 났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왜 처음에 갈대밭이 나왔는지, 그리고 그 갈대밭에서 그렇게 섬뜩하고, 쓸쓸하고 슬픈 춤을 추었는지, 이해가 될 듯도 하고, 어떻게 그 장소(갈대밭)에서 춤을 추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갈대밭에서의 그 춤, 아니 온 마음으로 표현하는 그 몸사위는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살인과 정신을 차린 후의 방화한 고물상이 있는 갈대밭에서 할아버지의 영혼에 바치는 사죄의 춤이련가? 그렇게 해석을 해도 용서가 안된다. 엄마라니...
감상 후기 : 영화 내용, 되돌아보고 싶지 않다. 진정코 되돌아보고 싶지 않다.(그러면서 간단하나마 이 글을 남기는 나 자신도 우습다만)
그러나 조금은 언급하여야겠다. 정신 장애 아들에 대한 끝없는 모성애라고 하기엔 너무나 섬뜩하다. 끔찍하다. 무섭다. 그리고 안타깝다. 결코 평범하지 않는 어머니, 그 어머니라니....
아무리 자식을 위한 맹목적인 모성애라지만, 살인까지, 그것도 완전범죄가 되어버린 살인이라니... 어머니라는 낱말 속에 이러한 무모한 모성애도 포함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모성애가 아닐까?
한 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자기 아이들에게 결코 이렇게 가르쳐서는 안된다.'
"맞고 들어 오지 말아라. 누가 널 한 대 때리면, 넌 두 대 때려라."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러나 이러한 모성애가 현실이다. 얼마나 잘못된 모성애인가? 어렸을 적부터 친구와의 다툼에서 한 대가 두 대 되고, 그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폭력성이 길러지게 된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아라' 하는 어머니가 더 많아지길...
국민 배우 김혜자님의 처절한 연기는 단연 돋보일 만하다. 배경 또한 줄거리와 어울리는 장소이다.
입소문에 의해 영화를 결코 택해서는 아니 되리.
봉준호 감독이 말하길, '엄마라는 이름 아래 좀더 극한까지 가 보고 싶었다' 고...
그러나 난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엄마라는 이름, 식상하리만큼 평범한 엄마가 엄마이다라고... 그러니 아무리 상상력이 동원된 영화라해도 극한까지 가는 엄마는 생겨나지 않기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마더 줄거리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엄마. (김혜자 扮).
그녀에게 아들, 도준은 온 세상과 마찬가지다. 스물 여덟. 도준(원빈 扮).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을 못 하는 어수룩한 그는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며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 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엄마. 하지만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 짓고 무능한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결국 아들을 구하기 위해 믿을 사람 하나 없이 범인을 찾아나선 엄마. 도준의 혐의가 굳어져 갈수록 엄마 또한 절박해져만 간다.
아무도 믿지 마…엄마가 구해줄게…
Preface
누구나 엄마가 있고, 엄마에 대한 생각이 있다. 가장 사랑스럽거나, 가장 포근하거나, 또는 가장 지긋지긋 하거나. 여러 감정이 뒤엉켜 있다. 무척 익숙하면서도 강한 존재고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것 또한 엄마와 아들이 아닐까. 그런 엄마가 과연 영화적인 세계 속에서 어디까지 폭주할 수 있는지, 엄마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가 있었지만 좀 더 극한까지 가보고 싶었다. 가장 뜨겁고 강렬한 부분, 어떻게 보면 불덩어리에서도 제일 뜨거운 열의 핵심 같은 곳을 파고드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
<마더>는 영화적으로 새로운 도전이다. 전작들은 모든 것을 확산시켜 가는 이야기들이었다. 살인 사건을 넣다 보니 80년대와 국가 이야기가 나오고, 괴물이 뛰쳐나오다 보니까 가족이 나오고, 한국 사회도 나오고 미국도 나오는 식이었는데 <마더>는 오히려 모든 힘을 실어, 중심 핵을 향해 돌진하는 영화다. 엄마라는 식상하리만치 평범한 소재를 다루지만 오히려 새로운 영화이고 싶고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면서도 또 무척 낯선, 새로운 영화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 감독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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