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강
강현국
마리린 먼로가 아득하게 사그라지며 까마득 잦아드는 눈부시게 노란 색조의 노래의 뒷모습을 가진 그 강의 이름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우리 대학 생물학 교수에게 물어보았더니 지렁이 쥐며느리 그리마 지네 거미 응애 진드기 집게벌레 먼지벌레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뜻밖이었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알지 못해서 나는 너무 멀리 노래에 엎어지고 나는 너무 깊이 당신에게 빠졌습니다. 그 강의 이름을 알았더라면 미끄러지듯 지평선을 빠져나가는 기러기 떼들보다도 더 멀리 더 깊이 더 유유히 떠내려가지 않았을 게 분명합니다.
그 강의 이름이 지렁이 쥐며느리 그리마 지네 거미 응애 진드기 집게벌레 먼지벌레라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내 몸엔 검붉은 반점이 생기고 떠내려간 팔다리가 눈부신 날의 추억처럼 자주 가려웠습니다. 가렵다못해 서산을 불태울 듯 화끈거렸습니다.
무주는 폐장이어서 아득하게 사그라지며 까마득 잦아드는 눈부시게 노란 색조의 노래의 뒷모습을 퍼 나르던 두레박 여럿이 허공에 죽은 듯 멎어있었습니다. 더 멀리 더 깊이 더 유유히 지평선을 빠져나간 기러기 떼 여기 와서 죽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착잡하였습니다. 늙은 바위 곁에, 세월 곁에, 지렁이 쥐며느리 그리마 지네 응애 진드기 집게벌레 먼지벌레 곁에, 마리린 먼로 곁에 거기, 그렇게, 돌아오지 않는 강기슭에, 돌아오지 않는 강을 실은 뗏목 하나 이름 없이 처박혀 있었습니다. 이름이 없어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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