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다양한 삶이 담긴 대하소설 - 토지
2008년 12월 20일 새벽 두 시, 드디어 토지 21권이 내 손에서 떨어졌다. 1권을 펼쳐든 지 무려 여섯 달만에...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으나, 그간 읽은 토지 속의 수많은 인물들이 머리 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니 잠이 쉽게 올 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깜박 잠이 들었고, 몇 시간 뒤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오늘부터 42일이라는 긴 휴가에 들어가는 첫날, 오랜만에 느긋하고 편안해지는 오후이다.
토지에 대해 좀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우선 독서 속도가 느린 것에 나 스스로 놀랐다. 왜 그렇게 느렸지? 분석해보니 결코 느린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우선 칭찬한다.
현아! 수고했다. 스물 한 권이나 되는 책을 밤마다 읽어내느라...
주중에는 근무하고, 주말에는 양지에 오르락하며 주말 농사 지으랴 식물 가꾸랴 살림하랴 바쁜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하루도 잠들기 전 토지를 읽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루에 많이 읽으면 100쪽 정도, 피곤한 날은 30-40쪽은 읽다 잠이 들곤했다. 그렇게 읽은 결과 무려 여섯달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 토지를 처음 접한 시기 :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10권 완독. 당시 박경리 선생님은 10권까지만 집필하셨다.
* 이십대 초반에 읽었을 때의 느낌과 삼십년이 지난 지금 읽는 느낌이 너무나 다르다. 내용, 즐거리를 훤히 알지만 문장 하나 하나가 참으로 새롭다. 이십대에는 이해 못했던 소설 속 인물들 한 분, 한 분의 삶이 가슴에 와닿는다. 좋은 사람들, 나쁜 놈들의 삶과 죽음. 그들의 시작과 삶의 과정과 끝 비교.
* 토지는 그 후 박경리 선생님이 계속 집필하시어 1994년 8월 15일 새벽 2시에 원고지에<끝>을 쓰신 것이다.
* 앞으로 시간 나는 대로 토지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삶을 요약해 보고자 한다.
* 소설 왜 읽나? : 과거 없인 현재 없고, 현재 없인 미래 없다. 소설 속의 인생사이지만,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행복으로 여길 것, 희망을 가지고 미래의 삶을 바라보는 고운 눈을 가질 것. 자기가 처한 환경을 극복하고 헤쳐 나가며,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까지 항상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삶을 영위할 것.
* 박경리 선생님이 아직도 살아계셨더라면 말씀드리고 싶다.
"선생님, 토지 더 집필해 주세요. 해방 후부터 2000년 되기까지 민생의 삶도 더 기록해 주셔야 토지가 제대로 대하소설이 될 것 같아요."
그러나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 진리대로 박경리 선생님은 영면하셨다.
토지에서 마무리 되지 못하고 남은 사람들의 운명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일제 시대의 징용을 피하기 위해, 학도병을 피하기 위해 지리산으로 숨어 들어갔던 젊은 지식층들의 삶을 생각하니, 조정래 선생님이 쓰신 태백산맥이 생각났다. 그 때 지리산에서 해방을 맞은 지식층들은 삼 년 뒤 육이오 전쟁을 맞고 전쟁이 끝나고 다시 태백산맥으로 숨어 들어가 활동하지 않았을까?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 뒤를 이어서 조정래 선생님이 집필하신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결부시켰더라면 우리 나라의 민족사가 더 자세히 기술된 초대하 소설이 완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東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명쾌한 대답을 해 준다.
"그럼, <토지 후속 편, 태백산맥 전속 편>으로 집필한 번 해 보면 되겠네."
그럴까?
그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 살아가며 하고 싶은 일, 희망사항이 하나 추가되었다.
작가 생애
박경리(朴景利, 음력 1926년 10월 28일/양력 1926년 12월 2일 ~ 2008년 5월 5일)는 대한민국의 여류 소설가로, 본명은 금이(今伊). 출생지는 경상남도 통영이다. 종교는 천주교이며, 대하소설 《토지》가 대표작이며 이 외에도《김약국의 딸들》, 《불신시대》 등 많은 작품이 있다. 2007년 7월말 폐암이 발견됐으나 고령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였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되어,2008년 4월 4일 뇌졸중 증세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하였다. 입원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2008년 5월 5일 오후 2시 45분 경 영면하셨다. 대한민국 정부는 박경리의 사망 직후,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기로 결정하였다.
토지 집필기
박경리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5년간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하였다. 박경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호평을 받았으며, 1979년과 1984년에 각각 한국방송공사에서, 2004년에 SBS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그녀가 1980년부터 1994년 8월 15일까지 원주시 옛집에서 《토지》를 지은 일을 기념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에 토지문학공원이 조성되었고,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있는 토지 문화관에서 집필생활을 하였다.
가족 관계
남편 김행도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납북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와의 사이에 외동딸 김영주를 두었다. 김영주는 1973년 시인 김지하와 결혼하였으며 현재 원주시의 토지문화관 관장직을 맡고 있다.
토지 인물 및 삶 분석표
배경 공간 |
1897년 음력 8월 15일, 한가위-1945 8월 15일 해방되는 날 낮 경남 하동군 평사리, 서울, 연길, 용정, 신경, 러시아, 간도, 아무르. 흑룡강, 일본, 진주 |
등장 인물 | 삶 |
서희 할머니 윤씨부인 |
최치수의 어머니. 김개주에게 겁탈당하여 김환을 낳는다. 절에서 자란 김환이 장성하여 찾아왔을 때, 하인으로 곁에 두며 별당아씨와의 불륜을 눈치챈다. 아들이 불의로 죽고난 후, 찾아온 친정 조카인 조준구의 장기 거주가 불안하다. 비밀리에 서희에게 금, 은괴를 남겨주고 마을을 휩쓴 호열자로 죽는다. |
서희 부친 최치수 |
신경질적이고 냉소적인 인물. 최참판가의 재산을 차지하려 유혹하는 귀녀의 음모를 눈치채고 강포수와 결혼시키려 했으나 김평산에게 살해되고 만다. |
서희母 |
그렇게 기세 등등한 최참판댁 며느리의 희안한 애정(?), 책 읽으며 제일 오리무중 같았던 서희 엄마. 양반 가문을 버리고. 무남독녀 외동딸 서희를 버리고, 하찮은(?) 신분을 가진 사람과 도망가서 살며 얼마나 행복했을까? 한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로 나누어 볼 수 있다면... 서희母는 그 사랑 속에 행복이 1%, 절망이 99% 정도 되지나 않았을까?
서희 할머니의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임신과 출산, 태어난 그 아들이 자라서 서희집에 들어온 기구한 운명과 얽혀든 서희母, 서희母 관점에서도 이야기가 전개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
최서희 | |
길상 | |
용이 |
잘 생긴 외모, 점잖은 말씨는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가지게 하고 호의를 받지만, 첫사랑인 무당 딸 월선이를 못잊는 남자. 물에 물탄 듯한 이 남자의 사랑법이 가슴을 아리게도 하지만, 그 사랑 대처법이 너무 밉기도 하다.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인해 강청댁이 강짜를 부릴 만도 하다고 이해되기도... |
강청댁 | 쥐뿔도 없으면서도 남편이라는 권위하나만으로도 아내에겐 하늘을 찌르던 그 시절, 용이 같은 점잖은 남편을 만난 복(?)인가? 남편에게 오만 강짜 다 부린다. |
임이네 | 여성이 가져서는 안될 성격을 다 가진 비운의 여인, |
칠성이 | 임이네 남편, 비굴한 성격은 결국 자신의 명을 재촉하게 한다. |
김평산 |
쇠락한 양반, 조선시대 전형적인 가부장이자 아내를 제 소유물로 여기며 마구 대하는 천하의 나쁜 놈. 최참판을 교살한다. 나중 들통이 나고 사형당한다. |
함안댁 | 김평산의 아내. 손끝 하나 알랑 안하는 남편을 하늘 같이 섬기며, 무조건 순종적인 아내. 최참판 살인 사건에 남편이 연루된 것을 알고 나무에 목 매달아 자살. |
거복(두수) | 김평산 큰 아들. 아버지의 나쁜 유전인자를 고스란히 물려 받은 것 같은. 토지에서 제일 나쁜 놈. 부모가 죽은 후 평사리를 떠난다. 만주에서 이름을 두수로 바꾸고 일본의 밀정이 되어 온갓 악행은 다 저지른다. 먼 곳까지 찾아온 동생 한복에게만은 인간적인 면을 보이는 것이 신기할 따름ㅇ |
한복 | 김평산 둘째 아들, 엄마 성품을 닮은 천하의 착한 사람. |
귀녀 | 최참판댁의 종. 최참판가의 재산을 차지하려고 음모를 꾸미지만 최참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최참판이 죽자, 최씨 핏줄을 가졌다고 거짓말한 것이 오히려 윤씨부인에게 들통이 나는 빌미가 된다. 옥에 갇혔지만 강포수의 헌신적인 옥바라지를 받으며 아들 강두메를 낳은 후 사형당한다. |
강포수 | |
* 토지 1권 시작 부분
제 1편 어둠의 밤소리
1
서(序)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 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어른들은 해가 중천에서 좀 기울어질 무렵이래야, 차례를 치러야 했고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다 보면 한나절은 넘는다. 이대부터 타작마당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들뜨기 시작하고 - 남정네 노인들보다 아낙들의 채비는 아무래더 더디어지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식구들 시중에 음식 간수를 끝내어도 제 자신의 치장이 남아 있었으니까. 이 바람에 고개가 무거운 벼이삭이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들판에서는, 마음놓은 새떼들이 모여들어 풍성한 향연을 벌인다.
"후우이이-요놈의 새떼들아!"
하략....
토지는 위와 같이 시작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 21권 土地 5부 5권 394쪽, 아래서 네 째줄부터
"어머니! 이, 이 일본이 항복을 했다 합니다!"
"뭐라 했느냐?"
"일본이, 일본이 말예요, 항복을, 천황이 방송을 했다 합니다."
서희는 해당화 가지를 휘어잡았다. 그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이냐?...."
속삭이듯 물었다.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안았다.
이때 나루터에서는 읍내갔다가 나룻배에서 내린 장연학이 둑길에서 만세를 부르고 춤을 추며 걷고 있었다. 모자와 두루마기는 어디다 벗어던졌는지 동저고리 바람으로
"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 만세! 사람들아! 만세다!"
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 팔을 번쩍번쩍 쳐들며, 눈물을 흘리다가는 소리 내어 웃고, 푸른 하늘에는 실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끝)
* 이 글을 쓰는 중 메시지를 받았다.
"박곤걸 선생님 2008년 12월 21일 영면하셨습니다."
대구펜문학 초대회장님도 가셨구나. 죽음은 누구에게라도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인데, 삶의 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나 허하다. 삶과 죽음. 회장님, 저에게 심어주신 고운 추억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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