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5일 토요일 맑음
지난 일주일동안 계속 맑은 날이었다. 아니 때늦은 더위는 아직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못하고 있다. 양지의 식물들이 걱정이 된 한 주였다. 아니나 다를까? 양지에 도착하자마자 정원을 둘러보고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아후, 수돗가에 놓아둔 벼를 심어 놓은 화분 두 개가 바싹 말라서 볏짚단이 되어 있었다. 꼿꼿이 선 벼이삭과 함께... 다행히 간이 연못에 심어놓은 벼들은 이삭이 패여 잘 자라고 있었다. 미모사도 완전히 말랐다. 그동안 꽃핀 것들은 잘 여문 씨앗을 달고 있어 한숨 놓고... 하늘 고추도 알록달록한 열매들을 매달아놓고 말랐다.
핸드백을 어깨에 매고 호스로 화분에 물을 주는 모습을 보며 東이 한 마디 거든다.
"물 주는 것이 그리 급하냐? 그러게 내가 땅에 심어서 견딜 수 있는 것 이외에는 화분에 꽃은 심지 말라고 했지."
이 사람이 부아를 질러?
한 마디 하려다가 수도꼭지에 호스를 끼워 주는 바람에 참았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호스로 마당과 다육 화분들에게 한 시간 동안이나 물을 주었다. 모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든다. 아, 성가시고 얄미운 모기.
시들어 고개 숙였던 식물들이 금새 생기를 찾았다. 가뭄에도 끄떡없는 다육이가 제일 고마웠다. 간식거리 사 온 것을 조금 들고 실개천 건너편 교수님 댁에 갔다. 성교수님은 외출 중이시고, 김교수님만 계셨다.
똘지, 돼지가 오늘은 좀 일찍 온다는 연락이 왔다. 마중 간 東이 오면서 전어회를 사 왔는데, 녀석들은 손도 대지 않았다. 이유가 구워서는 먹지만, 전어회는 징그럽게 생겨서 안먹는다나... 나원참... 언제쯤이면 편식 버릇이 없어질까?
저녁 먹고 밤 열시에 운동하러 집을 나섰다. 둥근 달이 산책로를 환하게 비춰줬다.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손금을 들여다보니 형광등 불빛 아래서 보는 것처럼 잘 보였다. 그저께가 보름이었으니 하늘의 달은 보름달이나 마찬가지였다.
논두렁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벌레소리들과 소리내며 흐르는 냇물.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냇물 소리도 반갑고, 풀벌레 소리들도 반갑다. 두 바퀴를 돌고 집에 오니 밤 열한시.
어디선가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 온다. 아직도 한낮은 더워서 여름이 물러간 것 같은 느낌이 안나지만, 가을이 왔긴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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