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한 마리
2010년 7월 24일 토요일 새벽까지 비, 아침 갠 후, 햇빛
잔디밭에 앉아 있는데 메뚜기 한 마리가 내 손등에 풀쩍 뛰어 올랐습니다.
사람 체온이 따뜻할텐데, 얘는 도무지 풀밭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고 내 손가락 위를 왔다갔다 합니다.
메뚜기가 움직일 때마다 내 손가락으로 까끌까끌한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고녀석, 겁도 없나 봐요.
아니, 올해 태어나서 사람이 무섭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했나 봅니다.
아주 내 손가락을 점령해 버렸어요. 곤충 특징 : 머리, 가슴, 배 세 등분, 다리 여섯 개, 교육자료로 딱입니다.
더듬이까지,
눈을 보니 노려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 감상하나 봅니다.ㅠㅠ
"야, 가!" 가라고 해도 그냥 손가락 위를 살금살금 걸으며 내 눈치를 도로 살핍니다.
참, 대단한 패션의 소유자입니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손가락 위로 기어 오는 중입니다.
"아줌마, 나랑 친구하면 안되어요?" 뭐, 이런 눈치 같아요.ㅋㅋ
"야, 너 내 맘 변하기 전에 얼른 너희 집에 가. 잘못하면 메뚜기 반찬 될 수 있어."
손을 풀밭에 살며시 내려 놓아 주었습니다. 안떨어지네요. 흔들어서 겨우 떼어내었습니다.
도무지 메뚜기 어디로 뛸 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군요.
이번 방학 마치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메뚜기 관찰 제대로 시켜 주게 생겼습니다.
곤충 특징과
보호색이라는 낱말까지요.
한 눈에 메뚜기 찾으셨어요? 보호색으로 한 철 보내고 알을 낳고 죽어버리는 메뚜기 일생, 덧없을까요?
우리 집 풀밭에서 잘 뛰어 놀다가 일생을 잘 마치길 빌면서 잠시 메뚜기랑 친구되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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