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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탐사 Plant Exploration/수생 식물

물옥잠과 떠나간 사냥개들

by Asparagus 2010.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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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옥잠과 떠나간 사냥개들

 

2010년 8월 11일 수요일 흐림

새벽에 허브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창문 밖 허브 코너 화단에 심어놓은 레몬밤, 로즈마리, 애플민트, 스피아민트가 바람이 불 적마다 각자의 향기를 보내준 덕분이다.

 

아니다. 휴가 갔다오니 옆집이 이사를 가면서 개도 함께 데리고 가 버렸기 때문에 이젠 온전히 허브 향기만 맡을 수 있다. 전원주택에 처음 왔을 때 창문을 여니 바로 대형 개집이 보였다.

2008년 1월 11일 눈이 내린 풍경을 찍었다. 담장 너머 푸른 덮개를 씌운 것이 개집이다.

 

전소유주가 영산홍으로 담장을 만들어 놓고, 다시 집을 빙빙 둘러가며 이중 철제 담장을 한 이유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옆집 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중 담장을 한들 다 소용없었나 보다.

 

옆집은 개를 무려 네 마리나 키우고 있었다. 집 안에 한 마리, 마당에는 아주 큰 누런색과 검은 색 사냥개 세 마리였다. 지내면서 보니 옆집 개가 수시로 담장을 넘어와서 우리 집을 들락거렸다. 게다가 마당에 큰볼일까지 보고 가는 것 아닌가? 뿐만 아니라 쥐를 잡는다고 담장을 따라 구덩이를 푹푹 파놓기 일쑤였다. 처음 이사 와서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주변 이웃 사람들에게 들은 소리도 있고 해서 아저씨에게 말했다.

 

"00아빠, 이웃에서 개 풀어 놓는다고 많이 싫어하던데요?"

옆집 아저씨가 펄쩍 뛰며 말했다.

"전원에 살면서 개도 맘대로 못 풀어 키우면 뭐하려고 전원에 사나요?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어요?"

"아, 네, 그렇기도 하네요."

 

'0호집 아저씨는 개 때문에 노상 싸운다고 하셨지? 개를 풀어놓는다고 나만 보면 이야기 하는데... 아무리 그렇더라해도 이웃에게 피해를 준다면 왜 묶어서 키우지 않을까?"

생각만 그렇게 하고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여름이면 담장 너머에서 풍겨 오는 개 특유의 냄새 때문에 수도에 가는 것도 실은 고역이었다. 궁여지책으로 그 해 첫해, 각종 허브류를 사다 심고, 간이 연못도 만들었다.

 

그래도 한번씩 담장 너머로 "깜순아, 잘 있냐? 안녕?" 하면 반갑다고 "컹컹" 짖기도 하던 개들이었는데, 우리가 여기 오고 이년 반 만에 개들이 떠나갔다. 내 마음도 우습다. 무섭게 생긴 옆집 개를 대문 앞에서 만나면 벌벌 떨며 무서워서 지나가지도 못했는데, 그 개들이 이사 간 집에서 잘 적응하고 잘 지내는지 걱정이 되다니... 

 

어쨌건 옆집 개집이 깨끗이 치워진 것과 함께 온전히 허브 향기만을 맡을 수 있어서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보라색 꽃송이들. 바로 물옥잠이다. 올해는 물옥잠꽃이 참 많이도 피어난다. 며칠마다 한 송이씩이다. 만 하루 피고 시들어버리는 물옥잠꽃이지만 화려한 날개짓을 하고 가는 것 같다.

 

아침 먹고 마당에 나가서 소담스럽게 피어난 물옥잠을 감상했다. 

 

 쌍둥이로 피어난 물옥잠.

 

 

 

 

 

 

 

 

 

 올 여름은 비가 자주 와서 그런가? 세 포기 물에 띄웠는데,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잎자루도 쑥쑥 자라서 수련잎을 다 덮어버렸다.

 

 내일 필 물옥잠 꽃봉오리

 

 썅둥이 물옥잠 꽃봉오리.

 

 

 

 국화 위로 고개를 쑥 내민 물옥잠꽃과 잎, 빛을 보려고 잎자루가 길어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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