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소리인고?
"너거 엄마 해놓은 것 봐라, 환장하겠네."
아침을 다 먹고나서 東이 식탁 한 켠에 놓아둔 작은 꽃병(?)을 아이들 앞으로 갖다놓으며 한 말입니다.
'환장[換腸]하다'는 뜻은
영어로는 become mad, go off one's mind, lose one's mind
東의 그 말에 내포된 뜻은 물론 제가 미쳤다는 것이 아닐테지요.
일생을 식물과 함께 살아온, 앞으로도 식물들과 함께 살아갈 아내에게 남편이 어찌 자기 아내보고 정신줄 놓아버렸다고 했겠어요?
흔히 날씨가 너무 좋으면
"환장할 날씨이다."
라고 하듯이 달랑 한 송이 꽃을 물에 띄워놓은 그 모습에 자기도 감동을 받아서(아니면 서서히 세뇌되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닐까? 뭐 저 혼자 이쁘게 해석하였습니다.^^
문제의 환장할 그 꽃, 한번 보세요.
바로 이 이모습을 보고 아이들에게 한 말입니다. 꽃잔디꽃이어요.
붉은 철쭉 한 송이
아침에 먹을 식용식물 찾으러 마당에 나갔더랬어요. 어여쁘게 핀 꽃잔디 위로 벼룩나물이 쏘옥쏘옥 올라왔기에 한 줄기씩 잡아당겨 뽑았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벼룩나물 맛을 알고나서부터 벼룩나물은 더 이상 저에겐 잡초가 아닌 샐러드용 맛있는 식품으로 보입니다.^^
잡아당기다 실수로 꽃잔디꽃 한 송이가 그만 제 손에 딸려나왔습니다.
'어머? 이 이쁜 것을... 불쌍해라.'
그래서 나물과 함께 집안으로 들고 들어와서 장식미니화병에 물을 붓고 띄워놓았습니다.
식탁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천사의 날개 곁에 살짝 놓아두었어요.
몇 십년 전 혼수품으로 마련해온 정종 술잔, 쓰임새가 없어 찬장 한 구석에 둔 것, 요즘 이렇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뭐 정종 술잔에 꽃을 꽂는 것이 한 두번이겠습니까?
어느 해 가을날 식탁에 올린 장미와 국화입니다.
앞으로도 남편이 환장할 식탁 자주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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