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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말벌에게 시식시키기 싫어서 난생 처음 포도 봉지를 씌워주었습니다.
송이가 실한 포도송이만 봉지를 씌웠어요.
엉성엉성한 건 말벌 몫입니다.
지난 봄 전지하며 자른 포도나무를 마사토에 삽목해보았습니다. 뿌리가 잘내려 거름흙으로 옮겨 심었어요.
이걸 다 심으면 포도농장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심지? 땅이 있어야... 화단 화초를 다 캐? 말아?'
포기는 빠를수록 좋지 않겠어요?
두 포기만 남기고 땅이 많은 나리님에게 분양해 주어야겠습니다.
포도 넝클을 보며 이 시를 읊지 않을 수 없겠지요?
청포도가 익어가는 칠월이니 청포도 시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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