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라일락꽃이 지고나서도 한참 지난 이제서야 피어나는 미스김 라일락입니다.
화려했던 철쭉은 어느 새 저렇게 꽃색도 변하고, 꽃잎도 시들어 비틀어지고... 라일락 곁에 삐죽이 서있는 꽃은 바로 마거리트꽃이네요?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수를 놓은 듯 합니다.
수수꽃다리, 이 어여쁜 이름이 미스김 라일락으로 되어버린 이야기, 아시지요?
미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 미더의 비서가 미스 김이었다고 해요. 한국에서 가져갔다는 기념으로 미스킴 라일락이라 명명하였다합니다. 그나마 양심은 아주 눈꼽만큼이라도 있었나 봅니다. 메리 라일락, 스티븐 라일락으로 이름 붙여졌다면 우리나라 수수꽃다리의 뿌리조차 잃어버릴 뻔했으니까요.
연유를 짧게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미스김 라일락(Syringa patula 'Miss Kim')은 1947년 미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인 미더(E.M.Meader)가 북한산 백운대의 바위틈에서 털개회나무(수수꽃다리속)의 종자 12개를 채집하여 이중 한 개체를 개량하여 얻은 품종으로, 이름을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붙였다고 합니다. 자그마한 키로 키울 수 있는 미스킴 라일락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일락이라고 합니다.
‘종자 전쟁’ 시대에 토종 종자의 중요성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어버린 ‘미스김 라일락’.
로열티를 내고 역수입을 하여야만 하는 꽃이라니, 짙디 짙은 향기 속엔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라일락 꽃 감상하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흥얼거려 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
김세환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없는 웃음이
라일락 꽃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해도 언제라도 난 안잊을테요
비가 좋아 빗속을 거닐었고 눈이 좋아 눈길을 걸었소
사람 없는 찻집에 마주 앉아 밤 늦도록 낙서도 했었소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잊을테요
언제라도 난 안잊을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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