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31일
히야를 하늘로 보낸 날,
히야는 한 줌 재가 되어 하늘 훨훨 날아가 버렸다.
허망한 발걸음을 결혼하여 살았던 히야 친정 동네로 돌렸다. 그 옛날 고래등 같다던 기와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새로 신축한 현대 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앞산으로 오르던 오솔길은 차도가 되어 있었고, 마을 한참 위에는 고속철길도 놓여 있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수십 년 전 히야 동네 역시 변하고 말고이다.
어렸을 적 히야 집에 가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시던 사장 어르신들 모습도 생각나고, 부엌에서 불을 지펴서 밥을 하던 히야 모습이 아직도 뚜렷하다. 히야가 살았던 마을을 둘러보고 나서 히야 시집 동네 근처에 있는 친정 부모님 산소에 갔다.
산소에 콜라를 차려 놓고 절을 했다. 친정 엄마는 콜라를 좋아하셨다. 아버지에게는 막거리를 드렸다. 소주를 더 좋아하시는데 막걸리를 산 이유가 웃기다. 도수 높은 소주는 못마시는 대신 막걸리 한 잔은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드리고 남은 것은 내가 먹으려고......
문중 산소를 둘러보고나서 산소 앞에 있는 가시연꽃 자생지 못에 가 보았다.
예상대로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이제 막 피어나려는 가시연꽃
저기 보이는 산들이 친정 문중산이다. 문중 산 앞에 이렇게 대단위 저수지가 있다.
못이 생기고부터 자생한 가시연꽃 군락지이다.
연잎 위로 가시가 무수히 돋아나 있다.
'이런 일이?'
여름 더위와 함께 찾아온 가뭄으로 인해 못물이 확 줄어드는 바람에 가시연꽃이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친정 문중산 모습과 낚시꾼 한 분이 유유자적 낚시를 하고 있다.
드러난 이 가시연꽃, 어떻게 하나... 못 가장자리에 빙 둘러가며 많이도 죽어가고 있다.
무슨 꽃?
연이라기에 뿌리도 연인 줄 알았는데 수염뿌리이다.
알고 보니 가시연은 씨앗으로 번식한다고 한다. 겨울이면 죽어버리고 씨앗이 발아되어 다시 이렇게 자란다고...
앗? 말밤이다.
초등학교 때, 교문 앞 은성문방구에서 발밤을 팔았다. 1원 주면 열 알 정도 주었다. 1원어치 사서 친구들과 이로 깨물어 먹었던 그 말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만났다.
말밤잎이다. 어렸을 적, 은성문방구에는 별별 것들을 다 갖다놓고 팔았다.
칡뿌리도 1원주고 사서 질겅질겅 씹어 먹었고, 보리뚝이라며 갖다 놓은 진주알만 한 열매도 사 먹었던 추억들
아버지에게
"1원만.."
하며 고사리 손 벌렸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저 많은 말밤.
한 포기 건져보니 아래에 말밤이 달려 있다. 한 개를 깨물어먹어보니
' 이 무슨 맛이람?'
절로 퇴퇴가 되었다. 어렸을 적 먹었던 그 추억의 말밤 맛은 어디로 갔나?
못 가장자리에서 말라죽어가는 가시연꽃, 가시에 찔려가며 세 포기를 봉지에 담아 왔다.
일명 가시연꽃 구해주기.
가시연꽃은 한해살이 식물이기 때문에 우리 집에 와도 한 철은 살아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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