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겨울, 김장하고 남은 통배추를 겨우내 먹기 위해 배추 한 포기 한 포기를 신문지에 감쌌습니다. 그것을 다시 비닐 봉투에 넣어서 집에서 가장 온도가 내려가는 현관 한 쪽에 두었습니다.
배추전이나 배추 생채를 먹고 싶을 때마다 한 포기씩 꺼내어서 먹고 배추속은 물꽂이를 해보았습니다.
배추 한 포기를 먹을 때마다 남긴 배추속을 물을 담은 찻잔에 꽂아 놓았습니다.
지난 해 12월달에 처음 먹었던 배추속, 가장 먼저 꽃송이가 생겼습니다.
샛노란꽃이 피어나면 참 귀엽습니다.
찻잔에 담긴 물만 먹고도 이렇게 여리여리한 꽃송이가 만들어집니다.
배추 꽃대가 이렇게 성큼 자라 올랐어요.
찻잔에 담긴 물을 이틀에 한번씩 갈아주면 배추 밑둥치가 썩지 않습니다.
오늘 먹고 컵에 담아 놓은 배추속은 이렇게 노랗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초록색상으로 변합니다.
30대 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기 위해 양배추를 이런 방법으로 처음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꽁꽁 뭉쳐진 그 단단한 양배추 속이 벌어지며 꽃대가 올라왔을 때의 신기함이란!
생명은 이렇게 소중하고, 신비합니다.
모진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고 합니다.
<EH에게>
혹 이 글을 볼 지도 모를 ㅇㅎ야!
인터넷 바다에서 어렵게 나를 찾아내어 너의 속내를 털어주던 너,
고마워.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디며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단다.
지금껏 그래 온 것처럼 앞으로도 열심히 잘 살아주어야 해. 알았지?
선생님이 널 이제부터 지켜보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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