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제라늄 예찬
식물 사랑 - 제라늄 화분이 놓여 있는 창가를 꿈꾸다 |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이 문득 생각나요.
학교에서 꺾꽂이와 휘묻이를 배운 그날, 선생님 말씀이 얼마나 신기하든지 저는 당장 실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살던 집은 안타깝게도 화단이 없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조그마한 화단 하나 만들어달라고 노래 노래했건만, 좁은 마당 전체를 시멘트로 발라놓은 집이었어요.
수업 마치자마자 저는 학교 화단에 심겨진 개나리와 덩굴장미 아래에서 선생님이 설명하신 휘묻이와 꺾꽂이를 했습니다. 가시에 찔려가며 덩굴장미 넝쿨을 잡아당겨 돌로 누르고 그 위에 화단 흙을 파서 얹었습니다. 연필 깎기 칼로 개나리 줄기를 잘라서 그 곁에 꽂았습니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친구들 몰래 화단에 살짝 가서 물을 주며 뿌리가 내렸는지 확인했습니다. 어떻게요?
돌을 들어내고 장미 줄기 들어서 보고 다시 휘묻이해 주었습니다. 땅에 꽂은 개나리 줄기는 뽑아서 확인하고 다시 심어주고....
결과는 손으로 매일 뽑아서 들여다보던 것들은 뿌리가 하나도 내리지 않았겠지요?
제 손에 뽑히지 않았던 실험 결과물들은 이듬해 개나리가 피고, 장미꽃도 피었습니다.
식물 사랑은 이렇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황금빛 찬란하던 방년 스무 살 때 생땍쥐베리가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 왕자'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어른들에게
"아름다운 장미색 벽돌집을 봤어요. 창문에는 제라늄 화분이 놓여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앉아 있고요"
이렇게 말하면 듣는 척도 안 해요.
"10만 프랑짜리 저택을 봤어요."
그러면 그들은
"정말 멋지겠구나!"
하고 소리 칠 것입니다.
어린 왕자 동화책 속에 나오는 '제라늄 화분이 놓여 있는 창가'가 있는 저택, 상상만 해도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꿈을 가졌습니다. 내 젊은 날은 쉴 틈 없이, 섬섬옥수 변하는 줄 모르고 일에만 파묻혀 살았습니다. 세월 흐르니 그 꿈이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창마다 놓인 제라늄 화분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열고 닫습니다. 사계절 내내 피어나는 제라늄 꽃은 겨울철에 더욱 사랑을 받는 꽃입니다. 활짝 핀 제라늄 꽃은 집안 분위기가 화사해질 뿐만 아니라 온기를 더해줍니다. 제라늄은 키우기도 쉬워요. 화분에 물만 마르게 하지 않으면 됩니다. 햇살이 적당히 비치는 곳에 두면 됩니다. 초록 잎 사이로 꽃대가 길게 솟아올라 피어나는 꽃은 방긋방긋 웃는 아기 모습이 연상됩니다. 피고 또 피어나는 제라늄 꽃을 감상해 보실래요?
진분홍 제라늄 꽃 - 대부분의 제라늄은 건드리면 잎에서 지독한 냄새가 납니다. 그 냄새는 해충을 쫓아버리기 위함이래요.
제라늄 삽목 요령 |
1. 제라늄은 삽목이 잘 됩니다. 혹 친구네 집을 방문했을 때 제라늄을 만나면 손가락 한 두 마디만큼만 얻어오세요.
2. 스티로폼 과일 상자에 거름기 없는 마사토를 채워서 모종 밭을 만듭니다.
3. 잘라온 제라늄은 이틀 정도 그냥 두어서 약간 시들게 하세요. 자른 부분이 말라있을 거예요.
4. 마사토나 상토를 넣은 화분에 시든 제라늄을 끝부분이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꽂아 둡니다.
5. 며칠마다 한 번씩 물을 주면 어느새 뿌리가 내려 있습니다.
제라늄 키우기 포인트 |
제라늄 키우기 포인트는 작은 화분에 심어서 감상하는 것입니다. 큰 화분에 심으면 제라늄이 너무 잘 자라기 때문에 수시로 시든 잎을 떼어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릅니다.
작은 화분에 심으면 꽃송이도 조금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여쁩니다. 제라늄 감상의 또 다른 포인트는 잎의 색깔에 있어요. 여름에는 초록색이지만 겨울이 되면 잎 색이 변해요.
붉은 꽃이 피는 제라늄은 잎 색깔에도 붉은색이 나타나지만, 흰색이나 연분홍색이 피는 제라늄 잎은 겨울에도 별 차이가 없어요.
라임 제라늄은 늘어지며 자라는 성질이 있어서 벽이나 나무 등에 화분을 매달아서 키우는 종류입니다.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이렇게 고운 색깔로 피어나서 집안을 환하게 해 주어요.
잎이 아이비랑 닮아서 아이비 제라늄이라고 해요. 이 아이도 늘어지는 성격을 가졌어요.
로즈 제라늄은 잎을 손으로 비비면 은은한 장미향이 납니다.
꽃이 피어난 모습이 마치 속눈썹이 긴 귀여운 아가씨 같지 않아요?
애플 제라늄은 약간만 스쳐도 잎에서 사과향이 나는 제라늄입니다. 11월부터 3월까지 잔잔한 흰 꽃이 피어나요. 여름에는 필히 창가에 두고 키워보세요. 바람이 불어오면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향기를 잠결에도 느낄 수 있어요. 애플 제라늄 향기로 인해 달콤한 숙면을 취하고 달콤한 향을 맡으며 상쾌한 아침을 맞게 해주는 특별한 아이입니다.
폴락은 겨울에서 봄까지는 흰 무늬만 보이다가 색색깔의 옷으로 갈아입는 잎, 때로는 꽃보다 잎이 더 아름답습니다.
제라늄 꽃말은 바로 '그대가 있어 행복합니다.'입니다.
식물은 아무리 조그마해도 시간이 가면 어여쁜 모습으로 꽃이 피어납니다. 사람들이 식물에게 물 줄 시간을 약간만 투자해 주면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기쁨이 되어 돌아옵니다. 수형이 바르게 잡히도록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화분을 두고 며칠마다 한 번씩 화분을 돌려놓아 주세요.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게 되는 거지."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어요. 간식 드시고 가세요.^^
한라봉과 귤, 키위, 야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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