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귤 농장을 둘러보다가 귤나무 위로 기어올라가며 자란, 말라비틀어진 덩굴을 보았습니다. 꼭대기에는 샛노란 열매가 달려 있었습니다. 보는 순간
'어? 웬 참외가 나무에 다 매달려 있나? 그것도 이 한 겨울에?'
손을 높이 들어 겨우 두 개만 땄습니다.
모습이 완전 참외 닮았지요?
이름만 듣던 하눌타리 열매가 아닌가 싶어 얼른 검색해 보았습니다.
짐작대로 하눌타리 열매가 맞았습니다. 당장 열매를 갈라서 즙 맛을 보았습니다.
'아니? 이런 달콤한 맛이라니?'
보통 10월에 수확한다는데 겨울도 다 지나 봄이 오는 마당까지 열매가 나무에 매달려 있었으니 농익을 대로 익은 덕분인가 봅니다.
열매 속에는 씨앗이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마치 다래 속처럼요.
열매 속엔 씨앗이 꽉 차서 그 양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씨앗 하나를 깨물어 보았습니다. 싱싱했어요. 섬유질에 쌓여있는 씨앗은 쉽게 잘 빠지지 않았습니다.
접시에 열매를 두 쪽으로 잘라놓고, 그 크기를 볼펜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열매 속 육즙이 아주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숟갈로 파먹었습니다.
즙이 너무도 달콤하여 속껍질까지 싹싹 긁어먹었습니다.
하나를 이렇게 깨끗이 다 먹었습니다. 물론 씨앗은 뱉어내고요. 또 하나 남은 열매도 씨앗을 꺼내기 위해 잘라서 혼자 즙을 다 먹었습니다. 남편에게 하나 먹으라고 했더니
"니가 허준이라도 되냐? 아무 거나 다 먹고.."
"그거 맛도 이상하구먼, 맵고 떫고..."
"그래? 그럼 나 혼자 다 먹어야지. 허준이 아니고 조준 아지매이다.ㅎㅎ"
두 개째 숟갈로 씨앗을 파먹으니 어째 혓바닥이 좀 이상해졌습니다.
그 다디단 맛보다도 떫은맛이 느껴지더니 매운맛도 느껴지는 겁니다. 고추 먹어서 매운맛이라기보다는 계피 먹을 때 혓바닥에 불난 듯한 매운 이상한 맛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씨앗을 받은 목적으로 열매 두 개 속을 다 파먹었습니다.
씨앗을 물에 담가 둥둥 뜨는 것은 버리고 가라앉은 씨앗은 이렇게 따로 모았습니다. 그 많던 씨앗이 절반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감씨앗 같아 보입니다.
아참, 그나저나 제 혓바닥이 큰일 났습니다. 하눌타리 열매가 약도 되고 인체에 해롭지 않다해서 즙이 아깝다고 두 개 다 먹은 덕분인가요? 시간이 갈수록 혀가 얼얼해지더니 혓바늘이 막 돋아나고 혀가 부풀어 입안이 꽉 찼습니다. 얼른 양치를 했습니다. 혀는 치약에 닿자마자 열기가 더해지며 막 따가워졌습니다.
'하눌타리 열매 먹고 죽었다는 기사는 못 봤으니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며 혼자만 끙끙 앓았습니다. 남편이 알면
"거봐라, 내가 뭐라더냐? 네가 허준이라도 된냥 마구 맛보고 그러더니... 탈 잘 났다."
이러면서 놀릴 것이 뻔하기에...
------하루 지나니 혀가 정상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에휴, 호기심이란 놈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구먼.'
하눌타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하눌타리’라는 이름은 덩굴성으로 큰 나무나 담장에 달라붙어 높이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이름 지어진 것이고, ‘하눌타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눌타리·과루등·하늘수박·천선지루라고도 합니다. 산기슭 이하에서 자랍니다. 뿌리는 고구마같이 굵어지고 줄기는 덩굴손으로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올라갑니다. 잎은 어긋나고 단풍잎처럼 5∼7개로 갈라지며 갈래조각에 톱니가 있고 밑은 심장밑 모양입니다.
한국·일본·타이완·중국·몽골에 분포합니다. 잎갈래 조각에 톱니가 없고 열매가 타원형인 것을 노랑하눌타리(var. japonica)라고 하며 일본에 분포합니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흔히 자라는 박과의 덩굴성식물입니다. 하눌타리·과루등·하늘수박·천선지루라고도 합니다. 하눌타리 외에 노랑하눌타리가 있습니다.
하눌타리 잎은 손바닥 모양에 수박 잎처럼 깊게 갈라집니다. 반면 노랑하눌타리 잎은 담쟁이덩굴 잎처럼 얕게 갈라집니다.
꽃은 7∼8월에 피고 2가 화이며 노란색입니다. 수꽃은 수상꽃차례로 달리고 암꽃은 1개씩 달립니다. 꽃받침과 화관은 각각 5개로 갈라지고 화관갈래조각은 실처럼 다시 갈라집니다. 수술은 3개, 암술은 1개입니다. 열매는 둥글고 지름 7cm 정도이며 오렌지색으로 익고 종자는 다갈색을 띱니다
아무도 손대지 않으니 그 해가 지나 이듬해까지도 달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눌타리는 칡뿌리처럼 생긴 뿌리 외에도 열매와 씨를 전부 약으로 씁니다.
민간 식이요법
하눌타리뿌리 15g(신선한 것은 24g, 하눌타리뿌리 가루는 9g), 멥쌀 30g
하눌타리뿌리를 달여서 찌꺼기를 버리고 멥쌀과 함께 죽을 쑵니다.
또는 멥쌀에 물을 붓고 죽을 쑤는데 다 될 무렵 하눌타리뿌리 가루를 넣고 재차 끓여 죽을 만들어 먹습니다
효능
하눌타리뿌리(옛날에는 가루를 내어 썼으며 색소가 희고 깨끗해서 천화분(天花粉)이라고 함)는 위열을 말끔히 없애고 진액을 생기게 할 뿐만 아니라 또 촉촉하게 하고 갈증을 가시게 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위열에 의한 소갈병 치료에 중요한 약입니다. 하눌타리뿌리를 가루 내어 쓸 때는 몇 번 물에 담가 쓴맛이 완전히 없어지게 한 후, 사용하면 노인이나 허약한 환자에게 좋습니다.
♣'동의보감’
▶ 과루근(瓜蔞根, 하눌타리 뿌리)
성질은 차고 [冷] 맛은 쓰며 [苦] 독이 없다. 소갈로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그득한 것을 낫게 하며, 장위 속에 오래된 열과 8가지 황달로 몸과 얼굴이 누렇고 입술과 입안이 마르는 것을 낫게 한다. 소장을 잘 통하게 하며 고름을 빨아내고 종독(腫毒)을 삭게 한다. 그 뿌리가 여러 해 되어 땅 속 깊이 들어간 것이 좋다. 음력 2월 또는 8월에 뿌리를 캐어 겉껍질을 긁어 버리고 햇볕에 30일 동안 말려 쓴다.
▶ 과루실(瓜蔞實, 하눌타리 열매)
성질은 차고[冷] 맛은 쓰며[苦] 독이 없다. 흉비(胸痺)를 낫게 하며 심(心)과 폐를 눅여 주고 [潤] 손과 얼굴에 주름이 진 것을 없게 한다. 숨이 찬 것, 결흉(結胸), 담(痰) 이 있는 기침을 낫게 한다.
▶ 과루인(瓜蔞仁, 하눌타리 씨)
성질은 축축하고 [潤] 맛은 달다 [甘]. 폐를 보하고 눅여 주며 [潤] 기를 내린다. 기침을 낫게 하는데 주요한 약이다.
열매가 익어 붉고 누른색으로 될 때에 따서 씨를 받아 닦은 다음 껍질과 기름을 버리고 쓴다.
♣ 북한 '동의학사전’
하눌타리가 폐를 튼튼하게 하고 담을 삭이며 단단한 것을 흩어지게 하고 대변을 잘 통하게 하며, 약리실험에서 항암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특히 뿌리는 이외에도 부스럼을 낫게 하고 고름을 빼내며, 황달을 낫게 한다.
♣ 중국에서 펴낸 ‘항암본초’
하눌타리를 유방암, 피부암, 식도암에 이용하는데, 특히 유방암에 하눌타리 열매가 좋은 효과를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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