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뒷마당에 밤송이 하나가 툭 떨어져 있었습니다. 밤송이 속에는 알밤 두 개가 들어 있었어요. 그럼 이제부터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알밤 줍는 시기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뒷동산은 북쪽 산이어서 밤이 늦게 떨어져요. 9월 중순부터 알밤 줍는 시기입니다. 대신 오늘부터는 뒷동산 너머 동네길을 걸으며 알밤을 주우면 됩니다.
우리 집 뒷동산 밤나무숲입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것은 우리 집 지붕이고요. 주변엔 아주 오래된 아름드리 밤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밤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건너편 논에는 어느새 벼들이 황금색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고개 숙여가는 황금벼들, 이때가 가장 어여쁩니다.
성미 급한 밤송이들이 하나둘씩 벌어지고 있군요.
오솔길에 떨어진 밤송이들 속에서 알밤을 줍습니다.
'이런!'
차가 지나가며 알밤을 짓이겨 놓았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알밤 따로, 밤송이 따로 떨어집니다.
알밤이 오솔길 흙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알밤이 네 개가 떨어져 있습니다.
벌써 누가 이렇게 알밤을 많이도 주워서 까먹고 껍질만 수북이 버려 놓았군요.
마을 차들이 간간히 다니는 소로에 알밤이 떨어지면 차바퀴에 깔리기 전에 누구라도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아침 걷기 운동도 하고 알밤도 줍고...
서른 여개 주웠어요.
반질반질한 알밤들과 텃밭에 뛰어가 땅콩 두 포기 캐서 함께 쪘습니다.
알밤 찌는 시간
찜기에 물을 올려놓고 물이 팔팔 끓으면 이중 솥 위에 밤과 땅콩을 넣어서 찝니다. 가스 중불에 15분 찝니다. 다 찐 후 그릇에 받아놓은 찬물에 뜨거운 밤을 쏟아붓습니다. 찬물에 담그면 밤 속껍질이 잘 분리됩니다. 이렇게 찌면 포실포실한 밤과 알맞게 익은 땅콩을 먹을 수 있습니다.
포실포실 알밤, 햇밤을 먹으며 그 옛날 가을 소풍 때, 운동회 때 알밤과 땅콩을 삶아서 가방에 넣어주셨던 친정 엄마가 생각납니다. 엄마가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맛있는 알밤과 땅콩을 매일 삶아서 드릴 텐데요.
내일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알밤 줍기를 시작할까 봐요.
오늘의 교훈
'먼저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먼저 일어나 밥 주으러 가는 사람이 알밤을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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