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토종 대두콩 20알을 심었습니다. 까치에게 빼앗길 새라 집 화단에서 모종 내어 텃밭에 옮겨 심고 노심초사 돌본 덕분, 콩꼬투리가 여물어 갑니다.
어렸을 적 친정어머니가 시골에서 가져온 콩꼬투리를 쪄주시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도시 삶 접고 여기로 이사 올 때 친정어머니가 챙겨주셨던 대두올콩을 첫해만 심어서 맛보고 씨앗을 놓쳐 버렸습니다. 그다음 해 개량 대두콩을 심었지만 콩꼬투리를 쪄서 먹어보니 구수한 토종대두콩 맛이 아니었습니다. 맛이 없어 아무도 먹어주지 않아 버렸어요.
올해 봄, 후팅님이 각종 토종 콩 씨앗을 종류별로 몇십 알씩 보내 주셨습니다.
모종 내어 텃밭에 종류별로 심느라 고생은 했지만 콩꼬투리가 여물어가는 모습을 보니 여간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콩 종류 중 제일 먼저 익어가는 토종 대두콩 세 포기에서 콩꼬투리를 잘랐습니다.
풋콩 꼬투리를 깨끗이 씻어 찜기에 올렸습니다.
같은 꼬투리에서도 먼저 익은 콩꼬투리 속은 벌써 샛노란 대두콩 모습이 보입니다. 이번에는 씨앗부터 잘 갈무리해 두어야겠어요.
찜기에 20분 쪘습니다. 5분 뜸 들인 후 시식을 했습니다. 너무 오래 찐 것 같아요. 5분 정도 찌면 초록색이 선명한 풋콩 모습이 어여쁩니다.
'맞아, 바로 이 맛이야!'
콩꼬투리는 역시 토종대두콩으로 쪄야 콩 본래의 구수한 맛이 납니다.
내년에는 꼬투리 색상이 초록일 때를 놓치지 말고 꺾어 먹어야겠어요.
자색고구마도 한 포기 캐보았습니다. 한 달 후쯤 수확하면 될 것 같아요. 우유에 갈아 고구마라테를 만들어 먹는 이 맛이란! 자색고구마 자체는 별 맛이 없어서 식구들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전 너무너무 좋아해요.
땅콩도 두 포기 캐서 쪘습니다. 땅콩알이 잘 여물었습니다. 4월 21일 날 텃밭에 땅콩을 직파했으니 4달이 지났습니다. 이제 시간 내어 땅콩 수확을 해야겠습니다.
땅콩 캐는 시기는 직파한 후, 120일에서 150일 사이라고 합니다. 땅콩 잎이 누렇게 되어 땅으로 쓰러질 때가 적기입니다.
알이 꽉 찬 삶은 땅콩 한 접시, 풋콩 한 접시를 맛있게 먹어주는 식구들이 있어 밭 갈고 씨 뿌리고 풀 뽑고 가물면 물 주어 수확하는 수고를 기꺼이 합니다.
그런데 해마다 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제발 힘들게 농사짓지 마, 땅콩. 호박, 쪽파 사 먹으면 되지."
"아들아, 엄마도 농사짓기 싫을 때가 많단다. 그런데 사서 먹으면 이렇게 갓 캔 햇땅콩 쪄 먹는 맛을 어떻게 느끼니? 햇고구마 금세 쪄서 먹는 이 맛을 어찌 알까? 풋콩 먹는 재미는 어떻고..."
'아마도 난 내일 죽는다 해도 오늘 텃밭에 가서 씨앗을 뿌리고, 채소를 가꿀 것 같아. 이 풋풋한 맛을 느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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