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3일 토요일
도시 삶 접고 누리는 시골살이 하루하루가 정말 즐겁습니다. 지저귀는 새소리가 아침을 열어 줍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초록 기운들이 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판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오다가 텃밭에서 부추 조금 베고, 애호박, 호박잎을 땁니다. 풋고추도 몇 개 따서 아침 밥상을 차리면 진수성찬 부럽지 않습니다. 채소류 모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유기농 먹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 년에 한 번씩, 인삼 이삭 줍기하며 노력만 하면 찾아드는 이 소소한 행복을 즐깁니다. 집 옆에 있는 인삼밭 주인이 6년 근 인삼을 수확했습니다. 어제 금요일 작업하고 나서 동작 빠른 이웃 아줌마, 아저씨들이 온밭은 싹 다 뒤져서 이삭 줍기를 했습니다. 아침 산책 갔다가 이 사실을 알고 속으로 얼마나 아까웠는지요.^^
뭐 그래도 그 넓은 밭을 사람들이 어찌 다 주웠을까? 싶어 아침 먹고 6년 근 인삼 이삭 줍기 하러 갔습니다.
그 전날 열심히 주웠다는 이웃 아줌마 한 분에 다시 와서 밭을 차근차근 매고 있었습니다. 그분 하는 모습을 따라서 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지 않고 한 군데 앉아 호미로 흙을 팝니다. 그 아줌마 말씀처럼 인삼 줍기는 복불복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땅 속 세계를 어찌 알겠어요?
굵은 것은 어제 다 주워 갔다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밭흙을 하나하나 뒤적였습니다. 두 시간 동안 이렇게 조그마한 것이지만 한 봉지 습득했습니다. 인삼밭 주인에겐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이다음에 점심 한번 대접해 드려야겠습니다.
작지만 인삼 뇌두를 보면 4, 5년 근도 보입니다. 물론 떨어진 실뿌리는 6년 근입니다.
물에 박박 씻으니 때깔 좋습니다.
함께 이삭 줍기 하던 아줌마가 가르쳐 준 대로 인삼으로 고추장 무침을 했습니다.
'으아!'
향긋한 인삼 향기가 장난 아니게 기분 좋게 만듭니다.
인삼이 들어간 영양밥을 했습니다.
농사지어 봄에 얼려놓은 완두콩, 얼마 전 수확한 햇땅콩, 뒷마당에 떨어지는 알밤, 지난해 은행 줍기 해서 장만해 놓은 은행알을 넣고 영양밥을 지었습니다.
향긋한 인삼 내음과 햇쌀밥 향기가 입맛을 돌게 합니다. 이러니 봄부터 열심히 몸매 관리하여 빼놓은 살들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는, 이 미친 美親 입맛이라니!
향기롭고 영양가 많은 밥맛은 무죄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인삼 무청 물김치'와 '인삼 튀김'으로 식구들 입맛을 호강시켜 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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