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요리 탐사 culinary exploration/담금 약주

황절삼 찾았다가 발견한 노봉방

by Asparagus 2008. 8. 28.
반응형

황절삼 찾아

2006년 10월 29일 일요일 맑음


아침 8시에 집을 나서서 10시 30분에 장*리 입구 느티나무 쉼터에 차를 세웠다. 계곡으로 방향을 정하고 올라갔다. 처음부터 산기슭으로 올라가느라 무척 힘들었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깊고 넓직했다. 심이 있음직한 장소로 느껴졌다. 그러나 때가 때인지라 황절삼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거니…. 연연하지 않고 관찰은 세심히 하는 것, 조급증을 내지 않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나의 산행법이다. 계곡 두 개 정도 관찰한 후 내린 결론은 올해는 더 이상 심 발견에 미련을 갖지 않는 것이다.


산세나 구경하기로 하고 계곡 오른쪽을 돌아 산위로 계속 올라갔다. 산길은 갈수록 험해졌다. 경사 75도 정도 되는 산을 미끄러지듯이, 실제로 미끄러지기도 했다. 아니 일부러 미끄러지기도 한다. 어떻게 하느냐하면 죽은 나무인지 살아있는 나무인지 살펴본 다음 그 나무 아래쪽을 향해 미끄러지면 나무뿌리 기둥에 발이 걸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걷기보다 훨씬 수월하게 경사진 곳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런 방법으로 산 뒤쪽으로 내려가니 깊디깊은 계곡 산자락에 화전민이 살았던 터가 보였다. 그 깊은 골짜기에 손바닥만한 터를 넓히고 다져가며 층계를 만드느라 정말 고생 했겠지? 무거운 돌 하나하나를 고르고 옮겨 터를 쌓으며 어떤 꿈을 키웠을까? 그 꿈들이 다 이루어져서 그 곳을 떠났을까? 아니면 수십 년 전 정부에서 강제 이주시켰다는데, 그때 이사 갔을까? 고목이 되어버린 뽕나무, 오동나무들, 감나무도 열 댓 그루나 도열해 있었다. 나무들만이 그 옛날을 기억을 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감은 다 익어 홍시가 되어 떨어져 있었다. 아직도 나무에 매달린 색깔도 선명하게 잘 익은 감들은 따가는 사람들이 없으니 산새들의 푸짐한 양식이 되리라. 떨어진 홍시에 말벌들이 오글오글 모여들어 포식을 하고 있었다.


'성인 남자 주먹보다 더 굵은 선홍색 감들이 참 아깝다.' 생각하며 감나무를 올려다보다가 문득 시야 속으로 들어온 건너편 산자락 참나무에 매달린 대형 물체! 아니, 이 깊은 산 속에 웬 야자수 열매가?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말벌집이었다. 주변 잡목과 어우러져 빽빽이 자라고 있는 참나무들 가운데 가늘고 길게 뻗어 자라는 참나무에 매달린 벌집 높이는 대략 아파트 3층 정도 됨직하였다. 참나무를 휘감고 있는 칡덩굴 아래로 축구공의 몇 배나 됨직한 대형 말벌집. 자세히 보면 볼수록 오묘하게 지어놓았다. 참나무에서 옆으로 삐죽이 자라는 가지 하나를 주축으로 삼고 참나무를 칭칭 휘감고 자라는 칡덩굴들을 부목으로 삼아 집을 지었다. 비바람이 불면 흔들거릴지언정 끄떡도 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고 여물게 지어 놓은 것이다. 손가락 마디 두 개보다 더 큰 말벌들이 벌집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버려둔 감나무들 근처에 자리 잡은 그 말벌들은 감이 다 떨어질 때까지 양식 걱정 없겠다.

 

말벌집을 뒤로 하고 한 30여분 더 가니, 지난봄에 보아 두었던 더덕군락지가 나타났다. 더덕줄기는 가을 가뭄에 심하게 말라버려 벌써 줄기와 뿌리가 분리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용캐 잡목들을 감고 하얗게 말라있는 줄기와 뿌리가 분리되지 않은 것을 찾아 더덕을 캤다. 두 시간 정도 같이 캐니 한 60개 정도는 채취했다.


점심때가 되었다. 산속에서 피톤치트를 반찬 삼아 밥을 먹는데, 뭐 특별한 반찬이 필요할까? 우유에 커피와 맑은 공기를 듬뿍 넣어 흔들어 먹는 식후 커피 맛도 빼놓을 수 없는 작은 행복 중 하나이다. 네 시에 하산하였다. 영동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과 구운 옥수수 한 개를 샀다. 하도 커서 옥수수는 둘이서 나누어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았다. 왜관 IC에서 빠져나와 근처 진아식당에서 염소탕을 사먹고 집에 오니 7시였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목욕하고 나니 9시. 산속에서 얻은 더덕 손질 마무리한 시각은 밤 11시 30분. 피곤한 줄도 모르겠네? 지난 번 산행에서 캐어먹은 산삼 효과가 이제야 나타나나? 이틀 연휴를 즐겁게 잘 보낸데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다.


그런데, 잠자리에 들어서야 비로소 걱정이 되는 것이 있었으니….

집으로 오며 운전하던 東이 뜬금없이

"야, 오늘 네가 제대로 심봤다. 오늘 본 노봉방이 진짜 몇 십 년 묵은 산삼보다 더 좋은 물건이다. 어떻게 딸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겠다."

라고 한 그 말.

그 말이 문득 생각나자 그만 밤새 온몸을 뒤척이다가 날밤 보냈다. 말벌에 쏘이면 죽는다는 뉴스 생각이 나서….

(아니 억지로 겨우 잠속으로 빠져들다가 한번씩 東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깨니, 27년 같이 살았으면 이제 좀은 적응이 되어야 할텐데, 아직도 코고는 소리에 잠을 깨서 뒤척거려야 하니, 나로서는 정말 죽을 맛이다. 무슨 대책이 없을까나?)



東이 그렇게 탐내는 대형 말벌집 

(디카 시간은 하루 빠르게 가나?)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