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웬수같았던 술을 왜 담아 소장하고 있지?
결혼 후 막내 사위가 술이 떡이 되도록 먹는다는 사실을 아신 친정어머니께서
"너거 아부지 평생 술 드시는 것 엉기났다. 사위는 술 안 마시는 사람을 보려고 했는데, 큰 사위 술고래재, 둘째 사위도 너거 언니랑 선 볼 때, 뭐 밀밭에만 가도 취한다해서 결혼시켰더니만,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이재. 김서방은 얌전해서 술 못 마시는 줄 알았다. 얌전한 강아지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김서방도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구나."
하시며 한탄하셨다.
그 당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인 줄 알았으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까?
결혼 초부터 위장약을 달고 살았던 東, 친정 아버지 못지않게 술 마시는 남편을 둔 나는 하루라도 가슴앓이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 삼십대 그렇게 술을 마셨던 東이 사십 대 이후론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동안 술을 물 들이키듯 마셨으니 위가 온전할 리 있나? 위궤양까지 가고 나니 그제서야 술이 겁나나?
식물 공부를 하다보니, 식물들 대다수가 약용식물임을 알게 되었고, 자연적 약초의 효능에도 조금씩 눈을 뜨게 되었다. 식물의 효능을 가장 잘 섭취하는 방법은 소주에 우려내는 것이라고 했다. 東의 위장을 튼튼히 하기 위한 약용주를 한 가지, 두 가지 담다보니 뭐, 끝이 없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東과 이름 없는 깊고 깊은 산으로 등산을 하며 채취한 약초들로 약용 담금 술을 담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내가 담은 약용주는 東이 거의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다. 도라지주, 더덕주, 오미자주는 어쩌다 한 번씩 소주잔으로 한 컵씩 마셔 줄 때도 있다. 나머지 술은 그냥 소장품? 전시품으로 그냥 보관만 하고 있다.
보관만 하면 뭐하나? 어느 날 우연히 국순당에서 담금주 축제를 한다고 했다. 담금주 중 한 가지를 헐어서 500ml를 담아 국순당에 보냈다.
결과는 4등. 상품은 500ml 담금주 1박스(20들이) 5L 담금주 1병.
상품으로 받은 담금주로 또 술을 담았다.
자꾸 담아서 뭐하나?
2008년 8월 11일, 지하 선반에 대충 집어넣었다.
뒤죽박죽 디스플레이 |
노봉방주, |
더덕주, |
석류 효소, 지치주, 도라지주, 하수오주 |
도라지뿌리보다 길었던, 첫채심한 것으로 담은 산삼주, 기침에 좋은 백도라지주, 복분자주, 오미자주 |
뭐지? 맛을 봐야... |
제5회 담금주 진품명품 대축제 참가 2006.9.10
담금 재료 : 10년 이상 된 산도라지, 10년 이상 된 산더덕, 10년 이상 된 잔대, 6년근 인삼, 스테비아 5g, 담금주 30%소주 5L
1. 깊은 산 계곡에서 채취한 위 재료들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담금 용기에 담근다. (산삼을 못 캐서 대신 인삼을 사서 넣음)
2. 30% [담금 세상] 소주를 용기에 가득 붓는다.
3. 집에서 기르는 스테비아 허브를 조금 잘라(약 5g) 술에 첨가한다.
(이유 : 설탕을 넣어 숙성시켰을 때 나중 음용 후 뒤끝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설탕보다 200-300배 감미를 내는 식물로 대체했다. 스테비아 허브는 당뇨병이나 과당에 예민 반응 -머리 아픔 등-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음)
4. 담근 용기를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둔다. 담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부터 음용한다. 담근 재료는 건져내어도 좋고 그냥 두어도 좋다.
* 산더덕 : 비위(脾胃) 계통과 폐(肺), 신장(腎臟) 등을 보호하고 강장, 건위, 해열, 해독 작용, 뼈와 혈액을 강건하게 유지하는데 특효
* 산도라지 :거담, 해소, 기관지염, 호흡곤란, 편두선염, 복통, 지혈 등에 특효
* 산삼(인삼) : 원기 회복, 당뇨치료. 암 예방, 성기능 활성화, 고혈압 등에 특효
* 잔대 : 피로 회복, 백 가지 다른 독을 해독, 보약 재료이자 특히 여성들의 산후통 등에 특별한 효능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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