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찾아 떠난 여행길
2006년 7월 25일 아침 7시에 집에서 출발, 심을 찾아 여행길에 오르다.
대구에서 두 시간 2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난생처음 가 본 K도 S산 자락 한쪽의 심심유곡. 산허리를 깎아 만든 길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가다가 찬물 샘터를 만났다. 차를 멈추었다. 바깥사람이 물 한 바가지를 떠주면서 먹으라고 했다. 한 번에 다 마시기에 양이 많았지만, 바가지에 담긴 물은 다 먹어야 행운이 온다는 속설을 떠올리며 억지로 다 먹다. 산자락 아래 돌틈에서 맑은 물이 퐁퐁 솟아나는 옹달샘이다. 샘옆에 어느 누가 꽂아 놓았는지, 향이 7개 흙무더미에 꽂혀 있었다. 그 향불에 불을 붙이고 정화수 한 바가지를 떠놓고 산신령님에게 오늘의 행운을 만나게 해 달라고 속을 빌었다.
다시 차를 몰고 산속 도로를 따라 30분을 더 내려갔다.
폐허가 된 산속의 집 세 채를 지나, 네번째 폐허 집 앞에 차를 세웠다. 이렇게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에 왜 빈집들이 있을까? 자식들은 다 도시로 떠나고 노부부가 살다가 저 세상으로 가서 집이 비워져 있을까? 방마다 문짝은 다 떼어가서 문 없는 빈집이 너무나 휑뎅그레했다. 마당에 수북이 나있는 풀들, 집옆의 아름드리 대추나무와 주렁주렁 달린 호두나무가 긴 세월의 무게를 말해주고 있는 듯.
집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 들어갔다. 이름 없는 그 깊은 산속 계곡물은 지난번 장마비로 인해 물이 불어났을 것이다. 수정 같이 맑은 물이 쉼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계곡물을 건너 산 위를 올랐다. 지형은 맞으나 사람들이 수도 없이 헤매고 다닌 흔적이 너무 심해서 심을 만나기가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다시 되돌아나갈 수도 없고 해서 왼쪽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산을 올랐다. 산속으로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난생처음 천마를 만났다. 외줄로 병모양을 한 하얀 꽃이 조롱조롱 달린 것을 보자마자 '아, 이것이 사진으로만 만나던 천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기슭으로 오르고 있는 바깥사람을 불러서 사진을 찍으라고 하니, 디카를 잊어버리고 가지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쉬운 대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달랑 세 뿌리이지만 그것이 어디인가?
주변을 살펴보니 하도 캔 흔적이 많아서 더 이상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발길을 돌려서 왼편으로 자꾸 가다. 눈 씻고 찾아도 아무 약초도 눈에 띄지 않았다. 산꼭대기로 올라서 산등성이를 따라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산등성이 너머 계곡에 빨간 딸기가 몇 개 눈에 띄어 내려갔다. 한 주먹 정도 따다 보니, 보이지 않던 더덕줄기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산등성이에 있는 남편을 불렀다. 그곳에는 다행히도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 덕분에 굵기는 엄지 손가락 정도, 길이 15Cm 정도 되는 큰 더덕 10 뿌리, 그것보다 작은 더덕 30개 정도를 캤다. 어느덧 오후 1시가 되었다. 휴게소에서 산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 아침에 왔던 산길을 따라 내려왔다.
드디어 오후 3시 30분, 삼구심을 만나다.
세갈래 오솔길 옆에서 문득 눈에 들어온 삼구심 하나.
다래나무가 얽히고설킨 곳, 오솔길섶에 비스듬히 누운 심!
캐기 전에 산신령님에게 감사의 절을 한 후 조심스럽게 캤다. 단 한 뿌리 이외에는 이구도, 일구도 보이지 않았다. 육구만달이 있을 법한 곳인데... 한발 늦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들락날락한 길섶 오솔길이었느니...
돌아오는 길에 바깥사람이 말했다.
"너, 참 신통하다. 관광차로 사람을 부려놓는 그런 곳에서도 보이다니..."
오늘도 심 본 기념으로 휴게소에서 팡파레 아이스크림을 사서 브라보를 하고 먹었다.
집에 오니 저녁 8시, 하산 후 집에 도착까지 두 시간 25분 걸렸다. 오자마자 어머니에게 전화드렸다.
"엄마, 달랑 한 뿌리 캤는데, 이번에는 김서방이 나 먹으래."
"그래, 이리저리 나누어 주었으니 이번에는 너 먹어야지."
한 번 눈에 뜨이니, 두 달 새 열 두 뿌리 발견한 성과를 올렸다.
작지만 성심껏 먹어서 심 먹은 효과가 있기를 기도했다.
2006년 7월 26일
아침 6시 40분에 줄자를 가지고 길이와 둘레를 재었다. 둘레 2,2Cm. 길이 뇌두에서부터 가장 긴 뿌리까지 15Cm, 뇌두 끝 줄기에서 잎까지 15Cm, 분동으로 잰 뿌리 무게 2.2g.
산삼 복용법을 보니 천천히 먹으라고 해서......
내가 캐고 나혼자 먹으려니 식구들에게 무지 미안했다. 소변은 삼 먹고 5시간 후에 보라고 해서 그때까지 참느라고 오히려 죽을 뻔했음.
(먹고 난 소감:뿌리는 무지 향기로웠고, 잎은 많이 쓰고, 줄기는 매우 질겼음. 앞으로 두 뿌리는 더 캐어 먹어야 손가락 마디 아픈 것과 고지혈, 동맥경화 등이 치료가 되지 않을까? 꿈도 야무락 지게 앞으로 심을 더 만날 생각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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