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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보물 탐사 treasure exploration/만난 산삼

나도 심봤다!

by Asparagus 200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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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심봤다!

 

2006년 6월 4일, 오전 11시 20분.

나도 심봤다!

거짓말처럼 그렇게 심봤다!

가을이면 도토리 줍느라 그렇게 사람들이 오가는 오솔길가에서,

산비탈에 우뚝 솟아 자라는 사구심을. 

푸른 열매가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4구심을...

 

너무나 기뻐 열매랑 입맞춤을 하고, 

 

 

심 앞에 넙죽 엎으려 무릎 꿇고 큰절을 했다.

'산신령님! 감사합니다! 더욱 착하게 살겠습니다.' 

 

 대칭이 완벽한 4구  스무 장 잎

 

이 기쁜 소식을 알리고...

 

 

그리고 외쳤다. 산을 타면서 언젠가는 꼭 외쳐 볼 것이라고 염원했던 말을...

 심봤다!

심봤다!

심봤다!

세 번을 외치고 뿌리를 캤다.

 

사구심답게 뿌리도 엄청 길었다. 

 

 도라지 뿌리보다도 긴 산삼 뿌리

 

열심히 사진 찍던 東이 담배와 뿌리를 비교한다며...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며 東은 사진만 부지런히 찍었다.

 

 

캘 줄 몰라서 그 귀한 실뿌리를 다 끊어버렸다.

 

 

 

 

비탈에 앉아 환호하며...

 

* 머리에 쓴 모자는 6년 전 구순을 바라보시는 친정어머니가 경로잔치에서 선물 받은 것을 나에게 주신 것

* 허리에 찬 유치 찬란한 꽃무늬의 주머니 앞치마는 6년 전 친정 언니가 손수 한 땀 한 땀 바느질하여 만들어 준 것.  (산에 약초 캐러 가려면 주머니 앞치마를 차야 한다고 나를 생각해서 만들어서 갖다 주었다.)

* 등산복은 東이 6년 전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해서 선물해 준 것

* 東이 산속에만 가면 나를 떨구어 놓기 일쑤이다. 그때마다 가슴에 꽂아놓은 무전기로 <CQ! CQ!>하며 東과의 거리를 갸늠하며 교신하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귀중한 무기(?)이다.

 

이렇게 입산 복장을 갖추어야만 산에 갔을 때 약초가 잘 보이고, 주머니에 약초가 그득 들어가는 행운의 복장이다.  그러나, 고속도로휴게소에 이 복장을 하고 들어가면 나 스스로도 너무나 위축되는 단점을 가졌다. 그렇지만 떨어져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이 복장을 고수하리라.     

 

 

 

집에 오자마자 사진도 찍기 전에 뿌리를 씻었다고 東에게 핀잔 듣고,

 

 

뿌리를 잘 보기 위해 東 등산복 바지에 올려놓고 볼펜과 비교

 

 

 

 

 23개 달린 청열매

 

 

 잎 모양

 

전체 크기 비교 

 

굵기 비교 

 

가락지와 뇌두 관찰 

길이는

무게는?

굵기는?

어히구... 무식하게시리. 진작 줄자로 길이를 정확하게 재고 둘레를 재었으면 되었을 것을...

 

나 혼자 꿀꺽 먹을까 말까?

남편을 주나?

엄마를 드리나?

군에 가서 과로로 입원해 있는 큰 아들을 주나?

아직 군대 안간 둘째 아들을 주나?

아! 뿌리 하나 캐고 나니, 어떻게 먹어야 할지 이렇게 갈등을 해야 하다니...

정말 길다.

모양도 어여뻐서 미인삼으로 명명. 

남편 曰

"술 담아 다 같이 먹자."

그래서 난생처음  캔 천종산삼은 어여쁜 병을 사고, 30% 소주를 사서  풍덩 담가 놓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산삼과의 첫 조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초임지에서, 때는 1978년 6월의 어느 날, 둘째 시간 마치자마자 교무실에 모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무슨 일일까?' 급히 가니 선생님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용인즉, 학교 뒷문 근처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께서 학교 교문 앞에 우뚝 솟아있는 국사봉에서 산삼 12 뿌리를 캤다고 구경 가기 위해 모이라고 했단다.

 

교장 선생님을 위시하여 모든 선생님들이 할아버지 집으로 갔다.

할머니와 두 분만 살고 계시는 할아버지는 이끼에 고이 산 산삼들을 마루에 펼쳐 놓으시며 이야기하셨다.

"어젯밤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꾸 학교 앞 국사봉에 가보라 해서, 아침이 되자마자 올라갔어요. 학교가 내려다보이는 골짜기에서 이 산삼들을 캤어요. 내가 다리가 아파서 산에 못 올라갔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힘이 펄펄 나더라니까요. 내 평생 산삼을 처음 만났답니다."

 

선생님들 모두 이끼에 눕혀진 산삼들을 신기해하며 할아버지께 축하해 드렸다.

 

나 역시 말로만 듣던 산삼을 처음 만나며 얼마나 신기해했던가?

할아버지가 손으로 가리킨 그 국사봉 골짜기에 나도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학생들을 데리고 놀러 갔는데...

선생님 사모님들이 산나물 캐러 수시로 올라간 국사봉 골짜기였는데....

서로 그 골짜기에 올라가 보았으나 산삼을 볼 수 없었다고...

어느 선생님인가 말씀하셨다.

"산삼은 영물이어서 아무 눈에나 보이지 않고,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답니다. 우리 동네에서 할아버지가 제일 착하신 모양입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기 전에 다시 서둘러 학교로 되돌아갔다. 

 

그날 이후 내 머릿속에 각인된 다섯 장짜리 산삼잎.

 

삼십 년 지나 이렇게 우연히 산삼을 만날 줄은 나도 몰랐다.

東 친구가 충북 옥천에서 산삼을 캤다고 해서 내비게이션으로 길을 찾아 나선 초행길이었다. 이름 없는 산속 골짜기가 시작되는 마을 입구에 차를 주차해 놓고, 냇물을 건넜다. 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묘지 두 기가 있었다. 묘지 옆을 돌아서 산 허리 오솔길을 東이 세 발자국쯤 앞서 가고 나는 뒤따라갔다. 오솔길을 다섯 발자국 걸었을까? 문득 내 눈과 마주친 식물!

삼 십 년 머릿속에 간직해왔던 산삼을 만난 순간이었다.

 

앞서 걷고 있는 東을 불렀다.

"東아! 뒤 좀 돌아보이소."

그래도 그는 자꾸 앞서 걸어가고 있다.

뒤따라가서 東의 소매를 잡았다.

"왔던 길 뒤돌아 보이소. 산비탈 담쟁이덩굴을 살펴 보이소."

그제야 東은 뒤돌아보았다. 그렇지만 왜 내가 뒤돌아 보라고 했는지, 담쟁이덩굴을 한참을 보면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내가 "산삼" 그래도 믿지 않았다가 손으로 가리켰다. 한참을 바라보던 東이 무릎을 쳤다.

"그 곁을 지나갔으면서도 못 봤네. 눈에 뜨이지 않았다"

그제야 자기 먼저 발견하지 못했음을 아까워했다. (부부지간에도 질투가 존재함을 느낀 날 ^^)

 

산삼을 난생처음 만나고 채취도 처음 하는지라 그냥 곡괭이로 땅을 조금 파고 뿌리를 쑥 잡아당겼다. 나중 안 상식으로 그렇게 캐면 산삼이 놀란다고 경삼이라 부른다고 한다. 경삼은 실뿌리 하나 다치지 않게 캔 삼삼보다 가격이 안 나간다고...

 

산삼 발견보다 채심 할 때가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아무튼 첫 채심 이후 산삼 상식 공부를 하고 또 했다.

 

참고 및 주의 사항 : 산에 갈 땐 절대 화장을 하지 않고 맨얼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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