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나무, 꽃치자나무
향기하면 치자향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꽃 한 송이에서 피어나는 향기는 온 집안을 달콤함으로 가득 채워주고도 남는 기특한 식물입니다.
노란 열매가 달리는 치자나무
한 겨울 속에서 꽃 피는 봄을 대비해서 조금씩 꽃봉오리를 키워가는 치자나무
줄기가 씩씩하고 늠름하게 벋으며 자라는 치자나무
이 치자나무는 4 년전 가을, 아파트 화단에 심어진 대형 치자나무를 전지할 때 줄기 하나를 주워 시험삼아 물꽂이를 해보았던 것입니다. 어머나? 겨울 내내 화병에 꽂혀 있으면서 잎들이 조금씩 자라나는 것입니다. 봄이 되니 실뿌리가 조금 내리고 있는 것을 조그마한 화분에 심었습니다. 자라는지 쉬는지 물꽂이 했을 때 그 모습으로 삼년을 버티더군요. 2008년 봄, 화분을 엎어 전원마당에 심었습니다. 역시 볕 바른 양지가 식물에겐 보약입니다.
일 년 만에 세 배로 쑥 자란 모습입니다. 東이 이 치자나무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유는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가 치자나무를 키우셨대요. 겨울이 오기 전에 마당에 있는 치자나무를 캐서 장독 단지 뚜껑에 심어 할머니 방에 월동시키다가 봄이 되면 다시 마당 화단에 심으시길 수 십년... 그러니 키는 항상 고만고만했지만 수형은 아주 오래되었다지요.
결혼 초 할머니가 계시는 인근에서 8년 살다가 2월 어느 날, 대구로 이사한다고 했을 때 그 아끼시던 치자나무를 단지 뚜껑에 심은 채로 저에게 주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년도 채 못 키우고 치자나무가 죽어버렸습니다. 참 애통했습니다. 늘 정정하시던 할머니께서도 백 세 되시던 해 정월 달에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결혼할 때 75세이셨던 시할머니에게 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할머니, 백세까지 꼭 사셔야 해요."
할머니는 환한 얼굴로
"나이 들면 죽어야제."
하시며 허허 웃으셨습니다.
삽목하여 다시 키우게 된 치자나무를 보면서 이렇게 말씀드렸으면 할머니께서 더 오래 사셨지나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할머니, 백 이십 세까지 꼭 사셔야 해요. 아셨지요?"
東도 치자나무를 보면 할머니 생각이 나고 고향 생각을 하겠지요. 중부지방에서는 노지 월동이 불가능하다고 할머니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東도 초겨울이 되기 전에 서둘러 화분에 도로 심어서 집안으로 들였던 것입니다.
꽃치자나무
꽃치자나무도 봄을 위해 벌써 이렇게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잎과 함께 조금씩 자라는 꽃망울들
명주실 같은 것들이 바로 식물들에게는 겨울을 나기 위한 털옷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꽃치자를 구입하여 키웠지만 몇 해를 못 키우고 보낸 경험이 몇 번이나 있습니다. 이 꽃치자는 몇 달 전, 東이 후배네 집에 갔다가 한 포기 나눔받아 온 것입니다.
새봄이 되어 하얀 치자꽃이 피고 향기가 온 집안을 뒤덮힐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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