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4일 토. 갬
아침 먹고 정원에 나가 보았다. 전원에서 두 번째 보낸 겨울, 지난 해 이맘때는 마당에 있는 낙엽을 치우느라 수고로웠지만, 올해는 낙엽을 긁어서 버리지 않고 화단 위에 덮어 두었다. 영하 10-15도까지 내려갈 때도 있어서 낙엽이 식물들에게는 이불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봄에 하늘색 꽃이 피고 난 후, 가을에 새로 자란 잎으로 월동한 포도송이 무릇(무스카리)
겨우내내 이 상태로 얼어 죽지도 않고 버티고 있는 히야신스
튤립과 프리지아가 새싹을 틔우고 있는 중
낙엽 속에서 싹 틔우고 있는 식물들이 잘 자라라고 낙엽을 긁어내는 중, 東이 한 마디 한다.
"내일부터 다시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간다는데, 얼어 죽어라고 낙엽 긁어 내나?"
깜짝 놀라서 다시 낙엽을 새싹들 위에 덮어주었다.
마당에 있는 간이 연못 속의 낙엽을 건져내고 새물을 채웠다. 겨우내 꽁꽁 언 물 속에서 물칸나, 어사화, 수련이 새싹을 틔우고 있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살아있어서 고맙다.
바깥일을 하다보니, 점심 시간도 한참 지났다. 텃밭에서 군고구마를 굽기로 했다.
텃밭 한 쪽에 구덩이를 파고 불을 지피다.
소나무, 참나무 전지한 것들로...
불이 싸그라들고 숯불만 남았을 때, 호일로 감싼 고구마를 위에 얹는다.
아직도 타고 있는 불은 한 쪽으로 밀어내고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고구마
잘 익은 고구마
고구마 들어내고 차 끓이기
여주 호박 고구마가 제대로 잘 익었네요?
지난 겨울 이렇게 가끔씩 텃밭에서 군고구마 만들어 먹었는데, 숯불이 사람 식성까지 바꾸어 놓았다. 고구마를 절대 안먹었던 東이 태어나고 가장 많이 먹었다. 숯불로 구운 고구마를 처음 먹어보더니 그 맛에 반해서 지난 가을 농사 지은 것 두 박스 다 먹고, 용인 장날 가서 25,000원 주고 한 박스 또 사왔다.
전원 생활의 잔잔한 즐거움을 이렇게 만들어가며 자연과 함께 하루를 맞고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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