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일 일 맑음
삼일절 90주년이다. 어렸을 때 삼일절이면 꼭 불렀던 노래. 제목 유관순. 작사 강소천 작곡 나운영
"1절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옥 속에 갇혀서도 만세 부르다 푸른 하늘 그리며 숨이 졌대요. 2절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불러봅니다/ 지금도 그 목소리 들릴 듯하여 푸른 하늘 우러러 불러봅니다."
유관순 누나. 지금껏 살아계셨으면 일백 육세 되신 노할머니이실텐데...
이제는 라디오에서조차 듣기 힘들어졌다.
왜지? 현재 교육과정에서 빠졌기 때문에 요즘 학생들은 이런 노래가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일제강점기때의 선조들이 겪었던 아픔의 삶을 잠시 생각해 본다. 선조들이 있음으로 해서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살고 있음에 감사 드리며. 일본인들을 생각해 본다. 일본인들은 우리 나라를 짓밟은 역사에 대해 두고 두고 잘못을 빌어야할 텐데, 그들은 늘 적반하장이다.
아침 먹고 화초에 물을 주고 집 앞 산으로 등산 가다.
출발 10시 30분
집에서 승용차로 평창 저수지까지 5분 걸렸다. 저수지를 지나 못 안쪽 숲 속 좁은 터에 주차해 두고 두 갈래 길에서 왼쪽길을 택했다.
왼쪽길은 계곡을 지나서 산 위로 가야했다. 얼음이 녹아 흐르는 맑은 계곡물에 잠시 손을 담구었다. 손끝으로 전해오는 차가운 기운이 정신을 맑게 해 준다.
평지 같은 숲속길, 東은 앞장 서고 나는 천천히 뒤따라갔다. 떨어져 수북히 쌓인 낙엽들을 밟으니
"구르몽, 너는 좋은가? 낙엽 밟는 소리가."
라는 싯귀가 절로 읊으졌다. 고로 난 아직도 소녀?
삼십여분 걸으니 뜬금없이 산 속에 담장이 나타났다. 왠 콘크리트 담장? 담장 너머로 바라보니 지산 CC였다. 그래도 그렇지. 돈 많은 CC니까 경계를 한다고 담장도 돈으로 쌓았나보다. 돈으로 안되는 게 없지? 담장 따라 산 길을 걸으니 기분이 묘하다. 담장 너머론 골프 치는 사람들의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 온다.
산 곳곳에 죽은 나뭇가지들 천지다. 그 중 튼튼한 가지 하나를 주워서 즉석 스틱을 만들었다. 천연산 스틱과 함께 만리장성이 아닌 콘크리트 장성과 나란히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발걸음도 가볍게...
길 옆, 눈에 들어 오는 식물이 있다. 바로 삽주꽃, 씨앗은 산지사방으로 다 흩어지고 받침만 남은...
담장 너머로 바라본 지산 CC. 벙크가 군데군데 있는데 규모가 상당히 컸다.
골프장 너머로 독조봉 봉우리가 보인다.
배꼽시계라더니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자리에 앉아 시계를 보니 12시 2분이다. 방석처럼 푹신한 낙엽 위에 앉았다. 가지고 온 간식을 꺼내어 먹었다. 그런데 東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지?
산 속 담장이 없어지고 숲속 오솔길이 나타났다. 키가 죽죽 벋은 참나무들의 늘씬한 모습이 부럽네?
바람에 나부끼는 포장끈. 참나무 가지에 매달아 놓은 줄은 누가, 무엇 때문에 나무 곳곳에 매달아 놓았을까?
12시 29분 드디어 동맥이산 첫째 산봉우리 도달, 참나무에 매달린 리본.
산악회에서는 왜 이런 표지를 달아서 흔적을 남기고 싶을까? 등산을 하다보면 나무 곳곳에 매달린 각종 산악회에서 매달아 놓은 색색깔의 리본을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환경보호에 어긋나는 짓을 산악인들이 앞장서서 하고 있네?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 산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 그 조그마한 리본이 길 안내 표지가 될 수 있다.
동맥이산 첫 봉우리에서 하산하기로 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만큼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은 없다. 하여 산 지세를 보고 난 후 산 비탈로 내려 가기로 했다. 갑자기 앞에서 무엇이 후다닥하고 튀어 내려간다.
"앗? 고라니?"
고라니는 비탈길을 순식간에 겅중겅중 뛰어 내려가서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도 고라니가 내려간 길로 조심조심 내려갔다. 낙엽 썰매를 탄 기분이다. 산 허리 정도에서 계곡을 만났다. 계곡 따라 계속 내려갔다.
저 멀리 황금 나무가 보였다. 황금 나무. 요즘 금값이 금값이라는데 진짜 황금나무라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솔이끼들이 나무 한 그루를 차지하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 겨울을 보내며 잔뜩 움추러든 솔이끼들
살아남는 법은 이렇게 포자들을 가득 만들어 놓는 것
산 속은 봄맞이 준비로 바쁘고, 버들가지는 꽃눈망울 틔울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네.
버들강아지 꽃눈들의 어여쁜 외출 준비
"솔이끼만 보지 마세요. 여기 우산이끼도 있잖아요?" 라고 속삭이듯 닥지닥지 붙어서 살고 있는 우산이끼군락
태화산에는 삼지송이 유명세 타고 명찰까지 달고 있었지만, 동맥이산 숲 속에는 이렇게 사지송도 살고 있다.
나중 내가 사지송 명찰을 만들어 달아줄까나?
늘씬한 키높이가 10미터는 넘음직한 四枝松의 위용과 청명한 초봄날의 파란 하늘
난생 처음 간 산에서도 어디에 차를 세워 놓았는지, 귀신 같이 찾아내는 東. 나무 사이로 흰차가 보이네?
東이 차를 가지러 갈 동안, 나는 숲 길을 따라 내려 오니 평창 저수지가 보였다. 물 속에 꽂힌 점 같은 찌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남정네들의 표정이 재미나다. 산에 미친 사람을 남편으로 둔 것이 더 좋을까? 낚시에 미친 사람을 남편으로 둔 것이 더 좋을까? 東은 어디에 미쳤지? (여기서 미쳤다라는 것은 열정을 가진 사람)
평창 저수지는 두 동가리이네? 아래 저수지에도 군데 군데 남정네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저수지 너머로 보이는 산정 전원마을이 평화롭게 보인다. 한밤에 우리 집 이층 발코니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면 산 허리 중간에 불빛이 반짝거리는데, 바로 저 동네였구나.
하산 오후 2시 35분
저수지를 다 벗어나기 전에 東이 차를 몰고 왔다.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제일초등학교 입구 큰도로,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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