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우리 말 중에서 가장 친밀하면서도 섣불리 쓰지 못하는 말이리라.
나아가 전 국민이 '똥'을 '똥'이라고 부르는데, 유독 텔레비전에서 금기시되고, 신문의 기사에서도 쓰지 못하게 하는 우리나라 말.
'똥'을 사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국어 대변[大便] [명사] ‘똥’을 점잖게 이르는 말.
대변이라고 부르면 온 국민이 점잖아진다는 말씀?
똥이라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연상할까? 한번씩 '똥'이라는 말이나 소리를 들으면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열심히 잘 하고 있는 큰아들의 어렸을 때 추억이 떠올려진다.
아들이 두 살 때였던 겨울 방학의 어느 일요일 오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참을 수다떨다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내 곁에서 제 엄마가 전화기를 내려놓을 때까지 참을성(?)있게 서서 엄마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던 아들은 내가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말했다.
"엄마, 또~옹?"
"응? 똥?"
얼른 바지를 내렸다. 엉덩이를 들여다보니 아무 흔적이 없었다.
"똥 안 쌌네?"
하며 바지를 올렸다. 아들 얼굴을 보니 표정이 아주 묘했다. 그리곤 다시 "또옹!" 하며 손가락으로 수화기를 가리켰다. 그제야 내가 두 살짜리 아들에게 실수 한 것을 알았다. 아들이 나에게 보여준 표정을 읽어보면 이런 것이다.
"엄마, 내가 '또~옹'이라고 말했는데, 왜 내 바지를 내렸어요?"
당시 우리 집 전화기는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마다 "또~옹" 하는 소리가 났다. 참으로 청아한 소리였다. 아들은 엄마가 전화를 끝내면 자기와 놀아줄 수 있으니 보채지도 않고 제 엄마가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엄마가 수화기를 내려놓는 반가운 소리, "또~옹"을 듣자마자
"엄마, 이제 전화 다 했어요?"
이런 뜻으로 "또~옹" 했던 것이다.
'똥'이라는 말을 한 가지로 밖에 해석하지 못한 나의 실수는 그날 이후부터 아들이 무슨 말을 하면 상황을 한 번 더 둘러보거나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말 못하는 아이에게도 이렇듯 생각이 있을 진대,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해 주려면 주변 상황을 우리 어른들은 더욱 많이 이해해 주어야 할 것이다.
어느덧 성인이 된 아들들은 해외직구로 이렇게 건강 관련 약을 떨어질 때 즈음이면 보내준다.
핫립세이지꽃의 매력
세월은 언제 이렇게 흘러갔을까?
날이 참 화창하다.
뜨락을 보니 겨울 이겨낸 다년생 풀들이 파릇파릇하다.
봄은 또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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