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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탐사 mind exploration/거꾸로 쓰는 육아 일기

정들었던 기숙사와 이별하는 아들

by Asparagus 2013.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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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지 졸업은 학교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기숙사를 벗어나는 것이다. 지난 8월 달에 휴가 받아서 원룸을 구하러 다녔다. 그 살인 무더위 속에서 메모해 놓은 주소대로 땀을 뻘뻘 흘리며 몇 군데 알아보더니 한 곳을 정했다. 

'요즘 아이들은 세상을 참 똑똑하게 살아가는구나. 부동산 중개소도 필요 없을 듯하니...'

저희들끼리 정보를 주고 받는 인터넷 모 사이트에 방을 내어놓으면 서로 연락하여 결정을 하니 말이다.


일요일 새벽, 기숙사에 갔다. 서울 사람들 모두가 여행 떠났는지 고속도로 상행선은 완전 무사 통과이다. 서초구도 한산했고, 낙성대 앞도 도로가 훤하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었다.

기숙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도시락으로 아침을 차렸다.

전기밥솥에 찰밥을 해서 냉동 연잎을 펼쳐놓고 밥과 고명을 얹은 후 찜기에 20분 정도 찌면 은은한 연 향기가 밥에 베여 맛이 일품인 연잎밥이 완성된다.

'언니야. 지난 여름방학 때 언니랑 함께 만들었던 연잎밥보다 이번이 훨씬 더 맛있었어.'

'언니 덕분에 이렇게 연잎밥도 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도 고마웠어.'

전날 만들어서 완전 눅눅해진 튀김들과 부침개들 

고추 튀김,

연잎으로 찐 오징어 순대랑 

돼지고기 오겹살, 전자레인지에서 데웠다. 연잎으로 감싸 찐 오겹살, 추천할만한 음식요리법이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기름기가 좍 빠져 안심하고 먹었다. 

텃밭에서 기른 무공해 유기농 상추, 옆집에서 한보따리 뜯어주신 것이다.

텃밭에서 처음 수확한 루비 옥수수(가우정님, 올해는 옥수수가 지난해보다 조금 더 큽니다.^^)

음식을 넉넉히 해간 덕분에 똘지랑 반 년 함께 생활한 룸메이트도 아침을 함께 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사짐을 꾸리는 똘지랑 룸메이트

우리 똘지만큼이나 늘씬해서 안쓰러웠던 룸메이트 예비박사님,

세상에 우리 똘지, 돼지만 콩나물인 줄 알았다가 룸메이트를 만나고 살짝 마음을 놓았다. 그러고보니 실험실 친구들 대부분이 콩나물 시루에서 갓뽑아놓은 죽 벋은 콩나물 같았다.(아들들, 콩나물로 비유했다고 뭐라 하지마? 똑바로 자라는 콩나물이 어여뻐서 비유한 것이니...)

좁디좁았던 기숙사. 지난 8년 세월동안 우리 아들 편히 잠자게 준 기숙사 방아, 고마워, 안녕!

기숙사방 앞에서 증명 사진 찍다.

엄마도

아빠랑 엄마도

엄마랑 똘지도 증명 사진으로 기숙사동 앞에서 흔적을 증명하다.


학부 입학해서 박사과정 마칠 때까지 100%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너무도 운이 좋았던 똘지랑 돼지 녀석들이다. 그것도 형제가 함께 쓰도록 배려해 준 학교. 그래서 엄마는 이 고마운 서울대학교를 잊을 수 없을 것 같구나. 어떻게 보답해야 할 지 엄마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단다. (비밀)


원룸에서 청소를 하는데 돼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울돼지야, 미국서 휴가 받아오면 형님 방에서 함께 편히 잠 잘 수 있어. 미국서 오면 기숙사에 몰래 숨어들어가 두근거리며 잠 안자도 되니 얼마나 좋아? 얼른 또 휴가 받아 한국 오길..." 


두 번에 걸쳐 아빠 승용차로 똘지 짐을 원룸으로 옮겼다. 

말로만 듣던 원룸, 실험실에서 원룸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기숙사보다 좋은 점도 더 많을 거야.

엄마 아빠가 도움 주려고 해도 극구 사양하고 아주 작은 방이지만 네 힘으로 방값을 지불하다니 너무도 대견하다. 


이렇게 해서 우리 똘지, 드디어 사회로 나오다. 앞날의 무한한 영광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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