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회 서울대학교 후기 졸업식장 & 졸업을 축하하며

2013년 8월 29일 목요일 오전 비, 오후 갬

서울대학교 후기 졸업식날이다. 새벽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길 밀리기 전에 새벽부터 준비하여 집 나선 덕분 아침 8시 조금 넘어 아들이 있는 기숙사에 도착했다. 

대학원 졸업생 대표로 박사 학위증을 받는다고 한 시간 일찍 도착하여야 한다고 해서 서둘러 식장으로 갔다.

일찍 도착한 사람들이 한 명, 한 명씩 천천히 자리를 메꾸어나가는 중이다.

대표로 졸업장을 받게될 단과대 박사들 속에 우리 똘지도 섞여있다.

이층 학부모석에서 줌인하였다.

후기 졸업식도 전기 졸업식 못지않게 학사, 석사, 박사들로 차츰 자리가 메워져 나가고 있다. 

후기 졸업식은 항상 썰렁한 모습이었는데 요즘은 아닌가보다. 후기 졸업생 대부분이 자리에 착석했다.

오전 10시 30분, 드디어 오연천 총장님이 등장하시다.

각 단과대 학장님들이 단상으로 올라가시고 드디어 학위수여식이 시작되다.

거의 자리를 다 메운 졸업생들 모습, 후기 졸업식인데 졸업생이 저리 많다니 참 신기하다고 느꼈다.

오연천 총장님의 축사, 조선족 출신이자 서울대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박영호 옌볜대 총장의 축사 등이 끝나고,

각 단과대별 졸업생들 중 대표로 뽑힌 박사들이 학위기를 받는다. 우리 똘지도 대표로 받는다.

단상으로 걸어나가며 엄마에게 고개를 돌려 얼굴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연천 총장님이 대표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주며 악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똘지 차례이다. 이층 학부모석에서 카메라를 최대한 줌인했다. 똘지 학위증을 들고 있는 오연천 총장님 모습이 자애롭게 느껴진다.

(앗? 이 아까운 장면에서 촛점이 맞지 않다니...) 총장님과 악수하는 모습, 

자리로 되돌아 오는 똘지. 장하다. 고맙다. 그 오랜 정규 학업을 드디어 마치게 되어서...

학사 931명, 석사 998명, 박사 510명 등 총 2439명에게 수여하는 학위식이 드디어 끝났다.

돼지 졸업식때는 도시락을 준비해서 점심을 먹고 식장에 갔는데, 똘지 졸업식은 오전이어서 끝나고 낙성대 앞 식당에 갔다. 10년전 입학식이 끝나고 거기에서 점심을 먹었던 곳이다. 점심을 먹고 똘지가 근무하는 연구실 구경을 갔다.

실험실 문 입구. 그저께부터 천안에서 한국 미생물 학회가 개최되는 중이다. 그래서 실험실 식구들이 몽땅 학회에 가버린 바람에 이렇게 실험실에 살짝 잠입(?)할 수 있었다. 똘지는 졸업식 전날까지 학회 참석하여 준비해주고 연구한 것 발표하기 위해 포스터 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잔 형편이었다.

처음 본 아들의 실험실 내부 - 공개하면 안된다고 하였는데 흑백처리로... 똘아, 괘않겠지? 뭐라하지마?

시계가 있는 저 구석지가 똘지 책상, 멀리 창가에 다육이가 보인다.

바로 5년전 돼지가 손톱만한 다육이를 가지고 간 그 아이들이다.

돼지가 미국 떠나며 형에게 슬쩍 인계해놓고 갔다고... 손톱만한 한 마디가 열악한 실험실에서도 저리 훌륭히 잘 자라고 있구나.

똘지 책상 위 서류책들, 맨 윗줄들은 돼지가 꽂아놓고 간 흔적들이라고...

책상 위 모니터 앞, 아이구, 복잡기도 해라....

각종 실험 약품들

졸업식이 끝나도 실험을 해야된다나?

42도로 맞추어 놓은 세균 배양실, 더운 열기가 훅훅 나온다.

배양실에서 배양한 베이지들 들고 폼 잡아준 아들.

어느덧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태어나자마자 (일주일이었지만) 인큐베이터에서 자랐던 몸무게 2,2kg이었던 너이기에 더욱 감회가 새롭다.

어쨌건 남들보기에 늘 허약해 보이는 우리 똘지(물론 돼지도) 초등학교부터 대학원 졸업까지 단 하루도 아파서 결석한 적 없다. 조금 아파도 참고 학교 수업 받은(이 엄마가 수업 받게 한) 아이들이다. 학창 시절의 100% 개근, 학교 생활을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나의 교육 철학을 아이들이 너무도 잘 따라 주었다. 

(대한민국 모든 학교 선생님들 고맙고도 고맙습니다.)

서울대 입학하고 학사 3년반, 석박사 통합 4년반, 도합 8년만에 학교 공부를 마치게 되었구나.

아들아, 꾸준하고 성실히 젊은 청춘을 지켜오며 맞이하는 너의 졸업을 축하한다. 

이 엄마도 오랜 세월동안 해온 학부모 노릇에서 드디어 벗어나는구나. 

너무도 시원섭섭하다.

학교 졸업은 인생 시작이다. 

이제부터 사회 생활 열심히, 성실히, 겸손히 잘해나가길 엄마는 맘 속으로 늘 기원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