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소묘
아스파라거스
형 : 엄마, 학교 가지 마
아우 : 엄마, 돼지 데리고 학교 가
떨어지지 않으려는 세 살배기 쌍둥이를
모질게 떨쳐버리고
아기 울음소리 잊기 위해
자전거 페달 힘껏 밟으며
한길을 달린다.
상기된 얼굴로
교실에 들어서면
옹기종기 아이들이
나를 반긴다.
저마다 개성이 다른
내 아이보다 더욱 낯익은
얼굴들을 둘러보며
너희들의 다정한 엄마가 될게
기도하며
하루를 맞는다.
밤에 서재를 정리하다가 젊은 엄마였을 때 쓴 시가 실린 책을 발견했다. 그때의 아침 풍경이 떠오른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쌍둥이를 부둥켜 안고 나에게 손사레하며 빨리 현관문 닫고 출근하라시던 친정 어머니 모습도 떠오른다.
중소도시 근무 시절, 2년간 자전거로 출퇴근 했던 그때의 아침 출근 풍경, 직장 여성의 비애는 이렇게 아침마다 반복된다. 아픈 가슴을 안고 출근하면 나를 기다리는 남의 아이들. 그땐 정말이지 출근과 동시에 내 아이들을 잊어버리고 내 아이보다 더 낯익을 정도인 남의 아이들에게 열과 성을 다했다.
내 마음 저 밑바닥에는 '내가 남의 아이를 열심히 가르치면 우리 아이들도 나중 학교 선생님에게 열심히 배우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나의 교육관이 깔리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그 시절, 나에게 배웠던 그 아이들이 자라서 이젠 나라에 한 몫하겠지?
인터넷 검색으로 박사 과정 시절 발표한 돼지 논문 한 편을 찾아내었다.
비브리오 세균을 연구하는 아들 논문. 전문 용어라서 도통 모르겠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출근길 가로막던 그 아기들은 어느새 다 자라 학문을 위해 엄마 품 떠난지 오래다. 밤낮으로 연구하고, 실험 결과 데이터 낸다고 고생하는 아들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워하는 엄마 마음을 알았는지 셀카로 찍은 형제 사진 한 장을 보내주었다.
"엄마,"하며 출근길 가로막던 아기들이 어느틈에 이렇게 자랐나?
지나온 그 세월이 꿈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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