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0일 수요일 눈 온 후 갬
새벽부터 눈이 내렸나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백설기로 변해 있었다. 베란다에 서서 밖을 내려다보니, 눈꽃 핀 나뭇가지들이 너무 아름다웠지만, 출근이 더 걱정이었다. 보통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지하 주차장에 넣는 것이 귀찮아 아파트 현관 앞에 줄지어 세워둔 차들은 쌓인 눈을 치우고 출근하기 얼마나 거북할까? 생각하며 지하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10Cm도 넘게 눈이 쌓였지만 바깥 기온이 영상 4도여서 도로가 질척질척했다. 아파트를 빠져 나오니 도로 사정이 생각보다 엉망이었다. 아파트 입구 교차로에서부터 차들이 엉금엉금 기느라 교통 신호를 제때 받을 수 없었다.
신호를 몇 번이나 받아서 IC를 진입하여 읍내 터미널을 빠져 나가고부터는 차들이 거북이 걸음이다. 문득 3월에 만난 설경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디카를 꺼내었다. 나중 알고 보니 대구, 경북은 3월에 내린 눈이 54년만이라고 했다. 아파트 입구부터 찍을 걸...
고속도로 위 다부재 설경
거북이 걸음으로 운행하는 차량들
드디어 차량들이 고속도로 위에서 주차장이 되려고 하는 중
천평 IC를 빠져 나가려고 줄을 지어선 차량들
천평을 빠져 나와 구미로 가는 국도
하얀 차가 하얀 눈으로 치창한 듯... 어쩌면 뒷 유리창에 쌓인 눈을 치울 생각도 하지 않고 운행하는지?
오른 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東이 근무하는 곳
도로변에 내려 달라니, 그냥 좌회전해 버린다. 내려서 걸어도 기껏 5분 거리인데...
저 멀리 교문 앞, 눈으로 인해 횡단보도도 소용없나 보다. 차에서 내렸다.
교문 앞, 아직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네? 시계를 보니 8시 50분, 그러고 보니 내가 지각이잖아? ^^;;
교문 앞을 통과하며 눈을 쓸고 있는 행정실장과 주사님 보기 조금 부끄러웠다.
학교가 조용하다.
교실에 가니 결석 한 명 없이 조용히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서둘러 외투를 벗는데 옆반 선생님이 우리 반 학생들을 지도하러 들어 오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 선생님, 일찍 오셨네요? 어떻게 오셨어요?"
"녜? 일찍은? 선생님은 더 일찍 왔네요? 어떻게 왔어요?"
옆 반 선생님은 22년 전에 같이 근무했던 3년 후배이다.(22년간이나 키우고 있는 군자란을 준 바로 그 후배)
9시, 1교시가 시작되었다. 동학년 6명 중 3명이 아직 오지 않았다. 한 반씩 나누어서 담임이 올 때까지 돌 봐 주기로 했다.
수업을 하며 운동장을 내다보니 아이들 발자국만 수북하다. 이 3월에 운동장에 쌓인 눈을 밟으며 풀쩍풀쩍 뛰어다녔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수업을 하는 것이 미안했다. 이런 날은 운동장에 데리고 나가 맘껏 눈을 만지게 하고 싶었지만...
두 반을 왔다갔다 하며 두 시간을 보내고 나니 드디어 두 분이 출근했지만, 한 분은 결국 학교 다 와서 눈길에 미끄러져 차량이 파손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다치지는 않았다해서 서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점심 지도를 한 후, 아이들을 하교 시키고 홀가분한 마음이 되었다.
때아닌 3월에 내린 눈 때문에 출근한 방법도 다양했다.
1반, 근무지까지 다 와서 눈길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접촉 사고로 인한 결근
2반, 용감하게 자가 운전으로 무사 출근
3반, 4반 승용차 두고 대구에서 구미까지 기차로 출근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구미역에서부터 학교 오는 것이 대구에서 바로 오는 것보다 더 힘들게 온 것이다.
5반, 승용차 두고 집에서 조금 걸어나와서 통근 버스를 타고 학교 앞에서 내린 덕분 정시 출근
6반, 東과 카풀 한 덕분, 무사 출근
퇴근길, 오전까지 눈이 내렸는데 그 사이 차가 빈번히 다니는 도로는 녹았다, 도로도 한산하다.
그래도 왼쪽 고갯길은 빙판으로 인해 거북이 걸음. 오늘 밤 사이 기온이 내려간다는데, 눈 녹은 길이 빙판이 되어 버릴 것 같다.
3월에 내린 눈, 출근하는 입장에서는 낭만을 결코 찾을 수 없는 기상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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