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3일 새벽 1시 41분 지나고 있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던 6월 13일을 지금껏 단 한번도 내가 나 자신에게 축하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식구 중 어느 누구도 나에게 축하해 준 적이 없었군요?
이유는 바로 나에게 있습니다. 내가 한번이라도 축하해 달라고 한 적이 없었거든요.
올해부터 제 마음이 변하게 된 것은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해, 블로그에서 알게 된 샤르님에게 지나가는 말로
"6월 13일은 대학 졸업 후 첫발령 받던 날이었구요, 결혼 후 쌍둥이 낳은 날도 6월 13일이었어요. 그래서 전 13이라는 숫자를 참 좋아해요."
라고 했습니다.
지난 해 12월, 샤르님이 저에게 소포를 보냈습니다.
무엇이 들어있기에?
이것 저것 담은 선물들 아래에 비닐로 곱게 포장된 것은 다육이 화분이었습니다. 갯수를 헤아리니 13개였습니다. 샤르님이 그러셨어요.
"왜 13개 보냈는지 그 의미를 모르면 바보!"
전 그 말을 듣고 순간 머리가 띵했어요.
블로그에서 서로의 취미를 나누며 주고 받은 말을 잊지 않고, 마음이 담아서 보낸 화분에까지 저의 소중한 숫자에 의미를 부여해 준 그 분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비닐에 쌓인 화분이 너무 아까워서, 고마워서, 귀해서 한 달 정도를 개봉하지 않았습니다. 시간 내어 하나씩 풀면서 샤르님 마음을 읽고 감격 또 감격 했습니다.
그러다가 흰 눈이 내리던 한 겨울에 잎꽂이한 다육이를 옮겨 주었습니다. 세 번째 줄의 화분이 바로 샤르님이 보내주신 화분 13개입니다.
책상 앞에 화분 한 개를 가져다 놓고 책을 읽으며 한번씩 바라다 보면 다육이도 저를 바라봅니다. 저 많은 식물들 하나 하나 마다 추억이 담겨져 있어요. 집안에 있는 화분 하나라도 보이지 않으면 담박에 찾아내어야 안심이 됩니다.
식물들을 가꾸다보니, 자주 좋은 일이 생깁니다. 그저께는 전라도에서 음식점 운영 하는 똥구리님이 밑반찬 몇 가지를 보내 주었습니다. 받으며 얼마나 송구하든지요.
여러 가지 반찬들 중 김치 맛이 아주 독특하고 맛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낮에 블로그에 댓글로 김치 담는 방법을 물어보았어요. 바쁜 와중에 즉각 달려와 답글을 달아 놓고 간 덕분, 텃밭에서 열무를 뽑아서 김치를 담았습니다.
화요일날 시험이라고 안온다던 큰 녀석이 토요일 저녁에 양지에 왔어요. 한 녀석은 시애틀에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한 녀석에게는 엄마가 직접 농사 짓고 손수 담은 맛있는 겉절이 김치를 꼭 먹이고 싶었습니다. 자라면서 생일을 늘 음력으로 해주었는데, 둘째가 오면 내년부턴 양력으로 생일을 기념하자고 해야겠어요.
똥구리님이 가르쳐 준 방법으로 담은 열무 겉절이 김치입니다.
만든 방법
1. 김치 담을 재료는 100% 제가 키운 것입니다. 텃밭에서 열무, 부추, 양파, 고추를 수확했습니다. 열무는 뿌리를 잘라내고 깨끗이 씻은 후 밀폐 용기에 열무 한 켜, 한 켜 사이 왕소금 아주 조금 뿌려서 살짝 절였습니다.
2, 열무가 절여지는 동안 찹쌀 2/3인분을 씻어서 찹쌀죽을 끓였습니다.(찹쌀 가루 대신)
3. 들깨도 깨끗이 씻어서 믹서로 갈아 삼베 주머니에 넣고, 찌거기를 분리한 다음 그 물을 팔팔 끓였습니다.
4. 식힌 찹쌀죽에 마늘, 생강을 넣고 믹서로 갈았습니다.
5. 밀폐용기에 담은 절여진 재료 위에 적당히 자른 풋고추, 양파, 파와 잣, 검정깨 한 스푼을 뿌렸습니다.
6. 갈아 놓은 찹쌀풀과 들깨 끓인 물을 믹스한 후, 멸치 젓갈 적당히, 더덕 효소 적당히, 고춧가루를 적당히 넣고 섞은 후, 고춧가루가 잘 풀어지고 색깔이 나도록 한 시간 가량 두었습니다.
7. 밀폐 용기 위에 6번을 부었습니다.
아침이면 잘 익어있을 겁니다.
똥구리님이 보내 준 마른 고사리를 삶아서 물에 우려 놓았다가, 김치를 담으면서 고사리 반찬을 했습니다.
고사리가 얼마나 통통한지 몰라요. 전 아직 이렇게 통통한 고사리는 한번도 꺾어본 적이 없어요.
똥구리님, 고사리가 정말 연했어요.
6월 13일,
바로 오늘이 아니겠어요?
토요일날 종일 비가 왔으니 오늘은 해님이 쨍하고 뜰 것 같습니다.
멋진 13일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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