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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의 추억, 학교에서 일기 쓰기 지도는 왜 했을까?

by Asparagus 2023.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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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의 선택. 가슴 아픕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나에게 있어서 지금도 교사란 단어 떠올리기도 싫지만...

이런 지난 일도 있었군요. 

아직도 교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2010년 7월 21일 수 해님과 구름이 서로 숨바꼭질한 날

학생들이 성장해 나가는 마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일기이다.

 

몇 년 전, 인권위원회에서 초등학교 일기를 교사가 검사해주는 것 자체가 인권을 침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사 되고부터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지도한 것이 바로 일기쓰기 지도인데, 그럼 난 그동안 내가 가르친 학생들의 인권을 얼마나 많이 침해했는가? 자책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나만의 방식으로 일기쓰기 지도를 해 오고 있다.

 

2010년 6월 1일 일기쓰기를 처음 지도하고 이튿날 가져 온 유수민  일기장. 문방구에서 파는 초등학교 1학년 그림일기장에 쓰게 하지 않고 줄 공책에 일기 쓰기를 했다. 띄어쓰기는 그동안 받아쓰기를 할 적마다 쐐기표를 하도록 지도했더니 일기장에도 어김없이 쐐기표를 넣었다. 이만하면 띄어쓰기, 성인 빰치는 실력 아닌가?

 

일기 쓰기 지도 한지, 두 주일 지난 수민이 일기장, 두 주일 전보다 할 말이 좀 더 늘고 그림도 재미있게 잘 표현했다. 배운 대로 쐐기표, 겹쐐기표를 더 잘 붙였다. (띄어쓰기에는 쐐기표, 문장이 끝날 때마다 겹쐐기표를 잊지 않고 잘도 붙였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일기를 매일 쓰라고 하여서 스트레스 엄청 받았다. 나 또한 교사 되어서 학생들에게 일기를 매일 쓰게 했으니, 나처럼 스트레스 받은 학생들이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일기를 일주일 중 토, 일요일만 쓰게 했다. 또한 일기는 잠 자기 전에 쓰지 말고 저녁 먹기 전, 또는 저녁 먹고 바로 쓰게 했다.

 

 수민이의 일기, 갈수록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일기 쓰기 한 달 째, 쐐기표, 겹쐐기표를 공책에 표시하지 말고, 마음 속으로 하라고 했다. 띄어쓰기가 이제 자유자재로 되는 것 같다. 일기 내용도 이만하면 수준급이다.

 

 생각을 더 길게 쓰고, 그림은 공책 한 쪽에 조그맣게 그려도 된다고 했다. 일기쓰기 지도, 100% 먹혀 들었다.

내용이 감동적이다. 초등학교 일학년도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완벽히 해내는 것이다.

 

그동안 배운 경필 쓰기, 띄어쓰기는 기본이고 이제 일기에 자기 생각을 자유자재로 쓰는 실력자가 되었다. 그림은 일기 쓰기의 백미 정도로 내용에 맞는 장면을 생각하여 조그맣게 그리는 것, 이것도 잘 먹혀 들었다.

 

<짧지만 재미있는 내용과 그림을 그린 민지 일기장>

 

초등학교 1학년 발상다운 자신만의 해설로 인해 일기장을 읽으며 소리내어 웃었다. 오늘도 이렇게 큰 소리로 웃었으니 일년은 더 젊어졌을 것 같다.

 

교직에 첫발을 들이며 읽었던 무명교사 예찬을 오늘 다시 읽으며 초심을 가지리.

용감히 사표 낼 그 날까지 파이팅!(나 스스로에게 주는 구호)

 

 미국의 청교도 시인 헨리 반 다이크 작품을 교육자이며 문교부장관이셨던 오천석(吳天錫 1901∼1987)님에 의하여 번역된 무명교사 예찬

 

Tribute To the Unknown Teacher

 

I sing the praise of the Unknown Teacher. 나는 무명교사를 예찬하는 노래를 부르노라.

 

Great Generals win campaigns, but it is the Unknown Soldier who wins the war. 위대한 장군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무명의 병사이다.

 

Famous educators plan new systems of pedagogy, but it is the Unknown Teacher who delivers and guides the young. 유명한 교육자는 새로운 교육학의 체계를 세우나 젊은이를 건져서 이끄는 자는 무명의 교사로다.

 

He lives in obscurity and contends with hardship. 그는 청빈 속에 살고 고난 속에 안주하도다.

 

For him no trumpets blare, no chariots wait, no golden decorations are decreed. 그를 위하여 부는 나팔 없고, 그를 태우고자 기다리는 황금마차는 없으며, 금빛 찬란한 훈장이 그 가슴을 장식하지 않는도다.

 

He knows the watch along the borders of darkness, and makes the attack on the trenches of ignorance and folly. Patient in his duty, he strives to conquer the evil powers which are the enemies of youth. He awakens sleeping spirits. 묵묵히 어둠의 전선을 지키는 그 무지와 우매의 참호를 향하여 돌진하는 그이어니 날마다 날마다 쉴 줄도 모르고 천년의 적이 악의 세력을 정복하고자 싸우며, 잠자고 있는 영혼을 깨워 일으키도다.

 

He quickens the indolent, encourages the eager, and steadies the unstable. 게으른 자에게 생기를 불어주고 하고자 하는 자에게 고무하며 방황하는 자를 확고하게 하여 주도다.

 

He communicates his own joy of learning, and shares with boys and girls the best treasures of the mind. 그는 스스로의 학문하는 즐거움을 젊은이에게 전해 주며 최고의 정신적 보물을 젊은이들과 더불어 나누도다.

 

He lights many candles, which, in later years, will shine back and cheer him. This is his reward. 그가 켜는 수많은 촛불 그 빛은 후일에 그에게 되돌아 그를 기쁘게 하노니 이것이야말로 그가 받은 보상이다.

 

지식은 새 책에서 배울 수 있으되 지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오직 따뜻한 인간적 접촉으로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로다.

 

공화국을 두루 살피되 무명의 교사보다 예찬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No one is more worthy to be enrolled in the democratic Aristocracy, "King of himself and servant of mankind." 민주사회의 귀족적 반열에 오를 자 그밖에 누구일 것인고 자신의 임금이요, 인류의 머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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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금껏 블로그에 글 올리는 시각을 잘 눈여겨 보세요.

놀토나 일요일, 공휴일, 방학 때는 아무 때나 글을 올립니다만. 근무 중 학교에서 학생들과 활동한 것을 사진으로 찍어놓고도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시각은 주로 퇴근 시간 이후입니다.

 

혹 근무 중 글 올린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반 학생들을 사진 찍었을 때, 학생들이 궁금히 여기며 보여달라고 했을 적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 것, 한 두 번쯤은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밖의 모든 것들은 주로 저녁 시간 이후로 합니다. 전 제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 단 한 편도 장난으로 올린 적이 없습니다. 전 현장을 생생히 기록해 나가는 체험 문학 작품으로 쓰는 것입니다. 

 

나의 삶의 근원이 되게 늘 마음 속에 새기며 살아 온 말

복은 검소함에서 오는 것,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인내는 미덕이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 중 한 명은 나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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