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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탐사 Plant Exploration/정원 화초

범부채꽃- 지각생

by Asparagus 201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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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채가 지각생이 된 이유.

여름에 피어나야할 범부채가 이제서야 피어나고 있더라구요.

그런 사연이 있어요.

봄에 범부채 잎이 겨울을 잘 지내고 파릇파릇 자라서 부채살처럼 잎이 펼쳐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고운 잎과 줄기들이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뿌리와 줄기가 분리되고 있었어요. 손에 들고 있던 전지가위로 흙을 살살 파보니...

'엇? 징그러워라.'

 

제 손가락 굵기 만한 초록 벌레가 뿌리에 닿인 줄기 밑둥치를 갉아 먹고 있는 것입니다.

그 벌레.... 제가 그만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전지가위로 찍어서 저 건너 편으로 집어 던져 버렸습니다. 

벌레의 생사는 나도 몰라요.ㅠㅠ

 

전지 가위로 시든 줄기와 잎을 싹둑했어요. 범부채는 지상에서 보이는 부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랬던 범부채가 기사회생하여서 새로 잎이 돋고 자라더니 이렇게 때늦게라도 꽃을 피운 것입니다. 

 다른 범부채들은 씨방이 통통하니 굵어지고, 흑진주 같은 열매를 조롱조롱 매달았지만...

 이 아이는 비록 한 송이 꽃이지만 자기 본분을 잊지 않아서 더 돋보이는 한 송이입니다. 

 고마운 범부채, 두 번째 자란 잎이 더 아름답군요.

 

 내년에는 벌레가 잎을 뜯어먹지 않도록 수시로 들여다 보아야겠어요.  담장 뒤로는 가을 단풍이 아주 조금씩 물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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