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5일 일 오전 흐림 오후 맑음
날씨가 좀 풀렸다.그렇지만 날씨가 영 시원찮은 날이어서 기분이 가라앉은 것 같다. 해도 해도 끝없는 일, 사람이 살아간다는 증거이겠지?
오전, 책 좀 읽고, 뒷동산에 가서 돼지 감자 한 바스켓 캤다. 삼년 전 한 주먹 정도 심은 것이 올해는 여기저기 마구 자라나서 뒷동산이 돼지감자밭으로 변할 뻔했다. 그랬는데 東이 들며날며 보이는 족족 다 뽑아버렸단다. 나에게 묻지도 않고 그랬냐고 화내려다 참았다. 내년에 또 부지기수로 돋아날 것만 같아서...
첫해는 돼지감자를 캐서 상자에 보관했다가 그대로 심었다. 이년 째는 캐니 쌀포대로 한 자루나 되었다. 건강원에 가서 약봉지 만들어 당뇨로 걱정하시는 형부에게 드렸다.
이번에 캔 것은 내가 생으로 먹기로 했다. 껍질 벗겨 먹는다는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깨끗이 씻어서 껍질째 한 주먹씩 먹기로 했다. 돼지감자의 맛은 無맛이다. 대신 단단해서 아삭아삭한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 준다. 돼지감자가 변비에 좋다더니 정말이다. 내년에는 돼지감자를 푸대접하지 말고, 잘 돌봐주어야겠다.^^
오후, 점심 먹고 어영부영하다보니 형제들이 기숙사로 돌아갈 시간이다. 똘이가 떠나기 전에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손을 잡고 손 안에 무엇을 살그머니 쥐어 주었다.
"응? 뭐지? 뭔데?"
대답 대신 씩 웃기만 한다.
글씨를 잘못 읽어서 이렇게 말했다.
"어? 아이스크림? 이렇게 작은 아이스크림도 있나?"
"히히, 응. 엄마. 아이스크림을 얼굴에 발라요. 드시지 말고..."
"응? 응, 아이스크림을 얼굴에 발라라고? 고마워.하하"
선배 연구생이 연구한 아이크림. 그릇이 무지 귀엽다.
선배가 선물한 것이라며 비피더스도 주고 갔다. (지근억 선배에게 직접 받았다는 비피더스)
돼지감자랑 비피더스를 먹으면 앞으로 변비 걱정 하지 않아도 되겠네? 고마워.
기숙사로 가기 전 대문 앞에서 찰칵하려니 또 표정으로 장난을 친다.
"내 초상권 보호해 주세요.ㅋㅋ"
"아라따. 보호!ㅋㅋ"
형제는 학교로 가버리고, 나만 홀로..., 아니다. 東과 함께 저녁 설겆이하고 월요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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