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8일 수요일 맑음
오늘 東과 함께 출장을 마치고, 깊고 깊은 산속으로 심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심 캐는 도구를 다 두고 와서 급히 철물점에 가서 곡괭이 두 개 13.000원 주고 구입했습니다.
마음으로 염원하며 깊고 깊은 산 속을 헤매면 반드시 보입니다.
뭐가요?
심이요.
오늘은 제가 심심산천의 심 찾는 노하우를 살짝 가르쳐 드릴 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언젠가는 꼭 한번은 심을 발견하시길...
심이 살고 있는 곳은 말 그대로 심심산천입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심이 살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이 끌리는 동네가 있으면 근처 IC에서 내리세요.
그리고 다시 국도를 천천히 달리며 주변 경치를 살펴봅니다.
국도변에서 맘에 드는 산을 발견했습니다. 도로에서 산 속으로 들어가는 마을길이 보입니다.
띠처럼 이어진 도로를 그냥 따라갑니다. 구불구불, 저 길은 어디쯤에서 끝이 날까요?
다 왔나? 싶었는데 산 속으로 이어진 길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산 속 깊은 곳까지 농로가 잘 닦여져 있습니다.
농로를 조심조심 따라갑니다.
깊고 깊은 산속에 이런 못이 있다는 걸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무지무지 길고 긴 못입니다.
농업용수를 가두어놓는 저수지인가 봅니다. 저수지 길을 따라 산 속으로 자꾸 들어가 봅니다.
저 멀리 정자가 있는 노거수가 보이네요? 저기가 끝일까요?
어머? 길이 끝나는 즈음에 처음으로 나타난 마을입니다.
마을길 끝까지 가니 드디어 농로도 끝이 났습니다. 주차 후 그 마을 이장님 댁을 찾아가서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외지에서 왔는데 여기 길 가에 차를 대고 저 산에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아, 네, 산삼 캐러 오셨군요? 여기 산삼 캐러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입니다."
어쩌면, 한 눈에 우리 부부가 온 목적을 척 알아맞추어버리니 조금은 쑥스럽습니다.
"네? 산삼이요? 여기 산삼 많습니까? 캐도 되어요?"
"그럼요. 보이면 캐면 되지요. 우리도 몇 년 전 일곱 뿌리 캔 적 있어요."
'야호~!'
맘 속으로 환호를 하고 이장님에게 절을 꾸벅하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산골짜기를 건너니 산비탈에 꽃사과꽃이 한창입니다.
꽃사과에 호랑나비 수 십 마리가 앉아서 꿀을 먹느라 정신없습니다.
세상에 태어나고 이렇게 많은 호랑나비를 처음 보았습니다.
사과꽃이 아닌 것 같아요.^^ 무슨 나무인지 나비들이 정신을 못차립니다.
'어? 야는 호랑나비가 아니네? 흰나비?'
주변이 온통 삼밭이군요.
삼밭을 지나 계곡물길을 따라 심 탐사에 몰입했습니다.
싱그러운 초록들 속에 다섯 잎 찾아내기는 그야말로 보물찾기입니다.
으름덩굴을 헤치고, 담쟁이 덩굴을 헤치며 식물 하나 하나를 살펴나갑니다.
드디어 식물 하나에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지난 해 싹이 터 자란 오엽, 이년생입니다.
이년 생이 콩나물 쏟아부은 듯이 바글바글 올라와서 자라고 있습니다.
"심봤다.~"
뭐 이젠 이런 말 하지 않습니다.
東과 함께 그냥 조용히 앉아서 가지고 간 스치로폼 박스에 캐어 담았습니다.
전문적인 심마니라면 당연지사로 다섯 잎 심들은 그냥 두고 떠나겠지만, 오늘의 목적은 바로 이런 어린 심을 찾아서 뒷동산과 뒷마당 우리 집 심터에 심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새들이 인삼밭에서 열매를 따먹고 산 속에 들어와서 볼 일 본 것이 발아되어서 자란 심들인 것 같아요.
주변에 삼밭이 없으면 필히 근방 500m 정도를 이 잡듯 뒤져서 엄마 심을 찾아나서야겠지만...,
오엽이지만 약통이 생겼습니다.
심을 정도로만 캐어서 스치로폼 박스에 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몇 년 후, 이 장소(구광-한번 심을 발견한 자리)로 되와서 남겨 둔 심들이 자란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빌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나왔습니다. 차를 타고 30분을 더 달려 반대편 산으로 갔습니다.
이번 목적은
'큰 것 한 뿌리만 보였으면....'
입니다.
저 멀리 경사진 곳에 뭔가 있을 법 합니다.
이렇게 비탈진 곳을 엎어질락말락하며 숲 속을 헤쳤습니다.
"발견~"
앞서 간 東을 불렀습니다.
"저기 보이지 않아요? 키가 큰데 어째 잎은 열 장 밖에 안보이지? 혹시 오갈피가 아닐까나?"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다 대고 솜털이 있나 확인했습니다.
솜털이 보소소 나 있으면 심이고, 없으면 오갈피입니다. 솜털이 보입니다.
삼 구인데 벌레가 잎 한 부분을 뜯어먹었나 봅니다. 이구로 보이네요.
줄기 관찰, 오갈피라면 목질입니다. 심이 확실합니다.
이제부터 심을 돋울 차례입니다.
약을 할 심은 캔다고 하지 않고 돋운다고 합니다.
우선 심 주변을 정리한 후 뿌리 부근을 넓직하게 만든 다음 실뿌리 하나라도 떨어지지 않게 차근차근 캡니다. 실뿌리가 떨어지면 심이 놀라서 약효가 떨어진다고 경삼이라 하고, 가격도 엄청 떨어진대요.
잎이 참으로 조화롭게 생겼지 않아요?
드디어 속살을 드러낸 심입니다. 뇌두가 참 잘 발달 되었어요.
약 7년-10년생 정도로 보입니다.
몸통이 통통하여 동자삼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한 뿌리 만나는 목적 달성했으니 그 자리에서 철수했습니다.
차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한 후 귀향길로 올랐습니다.
언제나처럼 심 본 날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팡파레를 사서 팡파레를 울렸습니다.
ps: 우리 부부는 함께 다녀야만 심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이제서야 확실히 알았습니다.
지금껏 심 보러 간 날을 돌이켜보니, 東은 심이 날 만한 장소(산) 지형으로 데려다주면, 전 그때부터 감으로 찾아나섭니다.
오늘도 하나도 발견하지 못한 東은
"내 눈은 당달봉사인가? 어떻게 나는 한 개도 안보이노?"
하면서 은근히 질투를 하더라구요.
"호호호, 내가 쪼매 더 착하잖우? 심은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잖우?"
이렇게 말했더니 펄쩍 뜁니다.
"착한 사람 눈에 보인다는 것 과학적으로 설명해 봐라."
"네? 뭐 그런 말 내가 지어서 했나? 다른 이들이 그렇게 말하니 그렇다는 거지. 착한 것을 어찌 과학으로 풀이한다요?"
부부지간에도 질투가 당연히 존재합니다, 하고 말고요.
그래도 제가 심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심심산골로 잘 데려다 주는 고마운 남편이 있기에 가능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캔 삼구를 깨끗이 씻어서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나마자 꼭꼭 씹어서 먹으라고 東에게 선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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